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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깨울까, 말까?’ 갈등의 순간을 그린 ‘잠자는 모델’

2005. 07. 07

‘깨울까, 말까?’ 갈등의 순간을 그린 ‘잠자는 모델’

프리스(1819~1909), 잠자는 모델, 1853, 캔버스에 유채, 632×728mm, 런던, 왕립 미술아카데미


영국화가 윌리엄 파월 프리스의 작품입니다. 한 화가가 모델을 의자에 앉혀놓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만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던 모델이 졸음에 빠지고 말았네요.
인물화는 이렇게 모델을 보고 그리는 그림입니다. 옛날에 실존했던 위인이나 조상들의 초상화를 그릴 때는 실물을 직접 볼 수 없어 주로 상상에 의지해서 그립니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바로 이러한 초상화이지요. 한편 살아 있는 사람의 초상화를 그릴 때는 직접 보면서 그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렇다고 모델의 생김새를 똑같이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생김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델의 인상과 표정이지요. 우리가 아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릴 때 그 사람의 생김새보다 인상이나 표정을 기억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엄마의 얼굴을 떠올려보세요. 코의 길이가 입술 길이보다 더 긴지, 눈 높이와 귀의 높이가 일치하는지 등의 자세한 생김새보다 엄마의 따뜻한 표정과 아름다운 인상이 절로 떠오르지요.
그런 점에서 지금 이 화가는 큰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얼굴 윤곽이나 이목구비 정도는 웬만큼 정확하게 그릴 수 있지만 잠든 모델에게서 인상과 표정을 제대로 포착하기는 어렵지요. 그림을 계속 그리려면 화가는 여인을 깨울 수밖에 없습니다. 집안일과 육아에 지쳐 저렇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어떻게 깨울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잠시 갈등도 일겠지요. 하지만 화가의 입장은 단호해 보입니다.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하겠나요⑦

한 가지 더∼
모델을 보며 그림을 그릴 때 화가들은 옷을 벗은 모습을 그리는 경우가 있고, 옷을 입은 모습을 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델이 옷을 벗은 모습은 누드라 부르고, 옷을 입은 모습은 코스튬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을 잘 그리려면 뼈와 근육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지만 옷의 재질과 옷이 만들어내는 주름에 대해서도 잘 관찰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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