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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정신과 한창수 교수에게 듣는 우울증 자가진단법 & 예방하는 생활습관

“분을 속으로 삭이지 말고 화를 내지 않으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훈련이 필요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김성남 기자

2005. 03. 31

영화배우 이은주가 생전에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마음의 감기’로 불릴 정도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방치할 경우 자살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울증에 대해 고려대 정신과 한창수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고려대 정신과 한창수 교수에게 듣는 우울증 자가진단법 & 예방하는 생활습관

매년 우울증에 걸리는 미국인은 줄잡아 1백70만 명 정도. 우울증은 연령, 인종, 성에 관계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라 ‘마음의 감기’로도 불린다. 배우 이은주 사망 사건 이후 관심이 부쩍 높아진 우울증은 미국인 사망 원인 중 7위를 기록할 정도로 치명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떨까.
“무좀은 발바닥이 조금만 가려워도 알아차리는데 우울증은 의사가 ‘우울증’이라고 진단을 내려도 환자들이 아니라고 우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우울증에 대한 제대로 된 역학연구가 없어요. 여자는 20~30%, 남자는 15~20%가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죠.”
우울증에 관한 논문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안산병원) 정신과 한창수 교수(38)는 얼마 전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과 함께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서울 명동에서 행인 1백 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체크를 한 것.
“기획 단계에서 PD와 작가가 주말에 가족이나 연인 등과 함께 놀러 나온 사람들에게서 우울증이 얼마나 발견되겠냐고 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심각한 결과가 나왔어요. 1백 명 중 56명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는 상태였고, 그중 중증 우울증이 우려되는 사람도 2명이나 있었어요.”
우울증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계 손상 가져올 수 있어
가슴이 답답하고 손발이 저리며 속이 메스꺼운 증상으로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찾은 환자들 중에도 우울증이 신체 반응으로 나타난 경우가 상당수라고 한다. 여러 검사를 해보아 몸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데도 환자가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하면 의사는 정신과에 가볼 것을 권하는데 이런 경우 환자 대부분이 “왜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하느냐”며 펄쩍 뛴다고.
“기억력 저하로 기억력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의 경우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우울증이 원인일 때가 많습니다. 알코올 중독의 경우에도 40% 이상이 우울증으로 인해 알코올을 가까이하게 된 경우고요.”
한 교수는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직장인 우울증, 주부 우울증, 수험생 우울증, 며느리병, 시어머니병, 산후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 퇴직증후군, 빈둥지증후군, 성공 후 우울증, 취업증후군, 명절증후군 등 다양한 우울증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불안, 초조, 두려움, 슬픔 같은 정서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다음에 나열된 증상들 중 적어도 다섯 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한다.

。거의 온종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어린이나 사춘기 청소년의 경우 화를 잘 내는 것이 두드러질 수 있다)。흥미나 즐거움이 눈에 띄게 감소。식욕과 몸무게에 있어서 의미 있는 증가나 감소。수면 장애-거의 매일 지속되는 불면증이나 과다수면。초조감이나 정신 운동성 지체。활동력의 상실과 일상의 피로감。거의 항상 있는 죄책감이나 무 가치감。거의 매일 집중할 수 없음。반복되는 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

고려대 정신과 한창수 교수에게 듣는 우울증 자가진단법 & 예방하는 생활습관

한교수는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우울증을 진단할 때는 정서적·신체적·인지적 상태를 다 체크합니다. 정서적 증상은 ‘아, 우울하다’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 ‘재미없다’ 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기운이 없거나 진땀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고, 만성피로, 두통 등을 호소하는 것이 대표적이고요. 인지적 증상은 ‘난 해도 안 될 거야’ 하는 식의 절망, 소외감, 자신감 결여, 부정적인 느낌 등이 있습니다.”
한 교수는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현대사회가 핵가족화되면서 사회적인 지지대가 작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업무량과 극심한 생존경쟁으로 심리적인 여유가 없어진 것을 꼽았다.
“누구나 살다 보면 슬럼프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조금 쉬었다 하면 되는데 경쟁에서 뒤처질까 두려워 그러지 못합니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함께 가는 사회가 아니라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다 보니 소외되고 외롭고 절망스러운 사람들이 늘어나는 거죠. 앞으로도 우울증은 계속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울증은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유전적·생물학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 교수는 우울증의 생물학적 원인은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 이상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혈당 분해 호르몬이 부족하면 당뇨가 되듯 의욕이나 관심, 정서 등을 관장하는 뇌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우울증이 온다는 것. 특히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우울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최근 뇌 신경과학이 발달하면서 가벼운 스트레스로도 신경계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졌어요.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도 신경계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신경섬유들 간 연결성이 일부 깨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는 반면 세로토닌의 농도는 떨어지게 되죠.”
시간이 지나 평정을 되찾으면 신경계 손상은 일부 회복이 되지만 이런 일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깨진 신경섬유들 간 연결성이나 신경조절 호르몬 분비의 회복 기능이 점점 떨어져 나중에는 조절이 안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신경과학이 발달한 게 불과 10~20년밖에 안 됐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기전을 잘 몰라 우울증이 있어도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없었죠. 요즘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 중 3분의 2 이상이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데, 신경계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증상이 가볍더라도 꼭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울증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전기치료와 자기자극 치료, 수술 등의 외과적인 치료로 나뉜다. 정신병적인 증상이 있을 때는 항우울제에 항정신병 약물을 더해 투약하고, 정신병적인 증상이 없는 경우라면 항우울제만 투약한다. 대개 약물치료를 하면서 심리치료를 병행하는데 심리치료는 환자 성격의 단점을 파악하여 스트레스가 닥치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다. 개인 정신치료, 집단 정신치료, 인지치료, 사이코드라마, 예술치료 등이 심리치료의 범주에 속한다. 증상이 심할 때는 전기로 충격을 가하는 전기충격 치료나 자기장으로 뇌 세포를 자극하는 자기자극 치료를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때는 신경외과적인 수술치료를 하게 된다.
규칙적인 운동이 우울증 해소에 효과적
“뇌는 부위별로 각기 다른 기능을 담당합니다. 이를테면 전전두엽은 판단하고 충동을 통제하며 일을 조직, 감독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경험에 따라 배우는 등의 기능을 담당하지요. 뇌 깊숙이 자리 잡은 변연계는 기분을 조절하고 밥을 먹고 유대감을 강화하는 등의 기능을 합니다. 따라서 변연계에 문제가 생기면 우울증이나 식욕, 성욕, 유대감이 떨어지게 되죠. 또 측두엽은 지능이나 기억을 담당하고 있어 여기에 손상이 생기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기저핵은 손발의 운동 등을 담당하는데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불안증 등이 발생합니다.”
외과수술은 뇌의 다양한 부위 중 우울증에 걸렸을 때 특히 기능이 악화되는 부분을 절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고려대 정신과 한창수 교수에게 듣는 우울증 자가진단법 & 예방하는 생활습관

한창수 교수는 가족, 친구, 선·후배 등 사회적 지지층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인이나 심한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 있어서의 우울증은 그들의 생존율을 짧게 합니다. 심장병 환자의 경우 심장 발작 후에 우울증을 호소한 여성의 8.3%가 심장 관련 사고로 죽은 반면 우울하지 않은 여성은 2.7%만이 그런 일을 당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죠. 우울증은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쳐 우울증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두통이나 폐질환 등의 위험이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한 교수는 “우울증은 면역체계, 혈압, 혈관, 심박동 등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또 심하게 우울한 사람은 알코올 중독이나 흡연 및 다른 형태의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높고, 음주하는 임신부는 선천성 기형을 가진 아기를 출산할 위험성을 증가시키게 된다고. 무엇보다 우울증의 가장 큰 심각성은 자살 원인 중 50%가 우울증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울증의 예방과 개선을 위한 생활습관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한 교수는 첫 번째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혼자서만 끙끙 앓고 지내면 그것이 마음의 병으로 쌓인다”며 “평소 ‘언젠가는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하고 속으로 삭이지 말고 화를 내지 않으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적절한 영양공급과 규칙적인 운동이다. 세로토닌의 생산에 관여하는 트립토판과 아미노산의 수치를 올려주는 음식이나 식이첨가제를 먹으면 우울증이 경감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1주일에 3~4회, 30~40분 정도의 유산소 운동은 정신치료 만큼이나 우울증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은 엔도르핀, 아드레날린,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요가 등은 스트레스 및 불안과 싸우는 데 도움을 주고, 체중 감소와 근육질의 증가는 자신감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한창수 교수는 마지막으로 “사회적 지지층을 많이 확보하라”고 권했다. 가족과 친구, 선배나 동료 등과 같은, 언제나 믿고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강한 사회적 지지 조직은 우울증 예방과 회복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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