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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낭만주의’대표 화가 로제티의 ‘베아타 베아트릭스’

2005. 03. 03

‘낭만주의’대표 화가 로제티의 ‘베아타 베아트릭스’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1828~1882), 베아타 베아트릭스, 1864~70년경, 캔버스에 유채, 86.4×66cm, 런던, 테이트 갤러리


초상화의 모델이 된 사람이 죽은 뒤에 그린 그림을 ‘사후 초상’이라고 합니다. 살아 있을 때 그리는 초상화도 많지만 죽은 다음에 그리는 초상화도 많습니다. 특히 돌아간 이에 대한 그리움이 큰 친지나 후손들이 사후 초상화를 많이 의뢰합니다. 로제티가 그린 ‘베아타 베아트릭스’도 사후 초상화입니다. 그림의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시달, 바로 로제티의 부인입니다. 부인이 죽고 난 뒤 그 아픈 마음과 애절한 사랑을 담아 표현한 그림이지요. 두 사람은 서로를 깊이 사랑했으나 엘리자베스 시달이 살아 있을 때는 서로 다툰 적도 많았다고 합니다. 엘리자베스 시달은 아이를 유산해 마음의 상처가 컸는데 남편인 로제티는 그런 부인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자신의 즐거움만 좇았다고 하네요. 상심한 엘리자베스 시달이 약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어 죽게 되자 로제티는 그제서야 가슴을 치며 지난날을 후회했다고 합니다. 그 슬픔과 한을 담아 그린 그림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석양이 지는 화면을 배경으로 기도하듯 조용히 눈을 감은 엘리자베스 시달. 엘리자베스 시달의 뒤쪽으로 피렌체 시가지가 어렴풋이 보이고, 왼편으로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오른편으로 녹색 옷을 입은 남자가 보입니다. 바로 베아트리체와 단테입니다. 단테는 ‘신곡’이라는 책을 쓴 피렌체의 유명한 시인입니다.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깊이 사랑했던 여인이지요. 그런 베아트리체가 일찍 죽는 바람에 단테는 크나큰 상실의 아픔을 겪게 됩니다. 이 그림은 그 사실을 상기시켜 로제티 자신과 엘리자베스 시달의 사랑이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과 같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비록 함께 사는 동안 다툼도 많았고 이제 영원히 헤어지게 됐지만 두 사람 사이를 이어준 사랑만큼은 앞으로도 영원히 퇴색되지 않고 빛날 것이라는 염원을 화가는 이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있습니다. 뒤늦게나마 사랑하는 아내를 기리는 마음이 애틋하게 다가오는 그림입니다.
한 가지 더∼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낭만주의 회화가 크게 발달했습니다. 그 그림들을 ‘빅토리아조 회화’라고 부르는데 로제티는 그 대표적인 화가입니다. ‘베아타 베아트릭스’에서 나타나는 로제티의 시적이고 감상적인 태도, 우아한 붓놀림이 빅토리아조 낭만주의 미술의 특징을 잘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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