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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가 한영란씨가 제안하는 ‘부모와 자녀 모두 행복해지는 대화법’

“자식의 문제점 지적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 2005.02.11 11:27:00

예로부터 자식은 부모의 애물단지라고 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 문제만큼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것. 자녀 문제 상담 전문가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심리치료가 한영란씨로부터 부모와 자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들어봤다.
심리치료가 한영란씨가 제안하는 ‘부모와 자녀 모두 행복해지는 대화법’

“이 세상의 모든 부모는 좋은 부모이고 싶어합니다. 어느 누구보다 아이들을 반듯하게 잘 키우고 싶은 것이 부모의 공통된 마음인데, 마음과 달리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부모의 잘못된 교육관과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해 아이들을 다루려는 태도가 늘 문제를 만들죠.”
수원과학대, 서울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한영란 정신건강 상담실’을 운영하며 자녀와 부모 관계를 상담해온 심리치료가 한영란씨(57)는 부모의 간섭과 과잉보호, 완벽주의가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부모의 감정 변화에 휘둘릴 때 아이는 상처투성이가 된다고.
“갓난아이에게도 인격이 있어요. 그런데 품 안에 있을 때부터 엄마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아이를 대하죠. 엄마가 기분이 좋을 때는 볼을 비비고 쪽쪽 빨고 귀여워하다가도 남편과 싸우거나 시부모와의 갈등으로 기분이 나빠지면 저만치 밀쳐놓고 아이가 울어도 쳐다보지 않아요. 이런 게 바로 엄마가 아이를 자기 맘대로 휘두르는 행동이죠.”
부모의 생각 일방적으로 강요해 생긴 적개심이 청소년 범죄로 이어져
한번은 그의 상담실에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아버지가 찾아온 적이 있다. 그 아버지는 “아이가 학교에서 집에 오면 하는 일이 컴퓨터 두드리는 것밖에 없다”며 “차라리 컴퓨터를 치워버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하고 그에게 물었다. 그래야 공부도 하고 밖에 나가 친구들도 만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그는 “지금 당신의 자녀에게 살아가는 유일한 낙이 컴퓨터라면 그래도 치워야 할까요?”하고 되물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잣대로 보면 이 학생의 경우 문제가 있죠. 주변 돌아가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지내니까요. 하지만 사교적이고 활발한 성격의 사람에게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일이 신나는 일일지 모르나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일 수도 있어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컴퓨터와 노는 것이 더 신나는 이 학생의 경우처럼 말이죠.”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뿌듯함을 느끼게 만든다며 이럴 경우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것보다 아이의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이 아이를 크게 만드는 황금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린시절 음악성이 좋고 피아노에 놀라운 자질을 보인 아이가 있어요. 엄마는 아이가 피아니스트로 대성해야 한다며 비싼 레슨을 시키고 아이를 집안에 가두어놓다시피 하며 키웠어요. 그래서 내성적이고 순종적으로 자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엄마는 또 다른 주문을 했죠.”
아이가 학교에서 소극적으로 행동하자 “너는 왜 자기 주장도 못하고 바보처럼 구냐”고 닦달을 한 것. 그동안 엄마가 시키는 대로 집안에만 있으면서 내성적으로 자란 아이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혼란을 느꼈고 더욱 의기소침해져 결국 상담실을 찾아오게 됐다고 한다.
“내성적이고, 예민한 성격은 예술가로 자라는 데 굉장한 장점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것이 잘못됐다고 야단을 치면 피아니스트로서의 잠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죠.”

심리치료가 한영란씨가 제안하는 ‘부모와 자녀 모두 행복해지는 대화법’

한영란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아이의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한씨는 두 사례에서처럼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남과 다른 점을 고치려고 하다가 아이가 가진 황금알을 내다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종종 저지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있다”며 “낚시가 유일한 취미인 남편에게 낚시를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휴일을 보내자고 강요한다면 순순히 그 요구를 들어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컴퓨터에 푹 빠진 아이라면 무조건 컴퓨터를 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가끔 친구들과 PC방에 가서 놀라고 하면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훨씬 덜 부담스러워하지 않겠어요?”
그는 부모가 자신의 생각을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할 때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는 “걸핏하면 손찌검을 하고 욕을 하는 공격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사소한 일에도 분노하면서, 자신의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강압적이고 지배적인 사람에게는 고양이 앞에 선 쥐처럼 꼼짝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경우 막다른 골목에 놓이면 아버지가 심어준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 20대 청년이 등산하는 주부를 성폭행한 후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있었어요. 산에서 나무를 꺾는 자신을 타일렀다는 게 살해한 이유였죠. 청년은 부인이 하산하기를 기다렸다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어요.”
그는 이 사건처럼 강간, 살인 등 끔찍한 범죄에 연루되는 청소년들의 경우 부모에 대한 적개심이 그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자기 부모에 대한 적개심이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으로 표출된다는 것. 성욕이 왕성한 시기에 적개심은 성욕을 더욱 부추기고 남을 공격하는 폭력성으로까지 옮겨간다는 이야기다.
타이를 때는 아이의 잘못에 초점 맞추기보다 부모의 입장을 설명하는 게 효과적
그런데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는 자식뿐 아니라 부모도 상처를 받는다. 간혹 부모들이 푸념 조로 하는 말이 있다. “다른 자식들보다 유독 사랑을 많이 주었다고 생각하는 자식이 오히려 부모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 이에 대해 그는 늘 받기만 하는 사람은 받을 줄만 알았지 베푸는 것을 배우지 못해 부모를 챙기기는커녕 부모가 자신의 욕구를 미리 알아서 척척 해결해주지 않으면 화를 낸다고 말한다.
“해가 쨍쨍 비칠 때 등 뒤에서 그림자가 늘 따라다니는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심리학적 그림자를 가지고 있어요. 정신분석학자 융의 이론인데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나의 뒷면, 즉 자아의 무의식 속에 있는 나의 짝이요, 내 마음 속의 어두운 반려자로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열등한 인격이 바로 심리학적 그림자예요.”
그는 딸의 행동 중 가장 싫어하는 것이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는 아들의 모습은 부모의 심리학적 그림자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이 가진 문제를 지적하고 고치려고 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심리치료가 한영란씨가 제안하는 ‘부모와 자녀 모두 행복해지는 대화법’

또한 아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불같이 화를 낼 게 아니라 ‘나는 저 나이 때 어땠나’를 돌이켜보면 아이를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아이를 타이를 때 “너는 대체 왜 그러니?” 하며 질책하는 것은 오히려 반발을 살 수 있으므로 “네가 그런 행동을 할 때 엄마는 걱정이 되거든” 하는 식으로 부모의 입장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한다.
최근 자신이 상담한 사례를 바탕으로 부모와 자녀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요령을 정리해 ‘집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그는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도 집집마다 문제를 안고 있다”며 “다만 제각기 가지고 있는 문제의 양상이 다를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집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그는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며 자녀에게서 어떤 잘못을 발견했을 때 먼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부모 자식 간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씨는 자녀문제로 고민이 있는 ‘여성동아’ 독자들을 위해 자신의 이메일 주소(youngranhan 2002@hanmail.net)를 공개했다.
▷ 그는 부모의 간섭과 과잉보호가 아이의 행복을 빼앗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동아 2005년 2월 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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