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정월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귀밝이술, 부럼을 먹는다. 부럼은 정월 대보름에 먹는 땅콩, 호두, 잣, 밤, 은행 등 견과류를 이르는 말로 이날 나이수대로 부럼을 깨물어 먹으면 한 해 동안 피부에 부스럼이 생기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견과류는 식물성 지방이 풍부해 거칠어지기 쉬운 겨울철 피부를 보호하는 효능이 있고, 비타민 함량이 높아 영양의 균형이 깨지기 쉬운 겨울철 식단에 매우 이로운 식품이다. 또한 견과류의 식물성 지방과 영양분은 심장병을 막고 두뇌 발달을 돕는다.
심장병을 비롯한 성인병 예방
성인병은 대부분 혈관 장애에서 비롯된다. 술과 담배를 많이 하고, 패스트푸드나 고기 위주의 식단을 오랫동안 유지하면 콜레스테롤을 비롯한 이물질이 혈관에 쌓여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혈액도 끈적끈적해진다. 견과류는 혈관을 깨끗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견과류의 지방은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올레인산, 리놀레산 등의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몸에 쌓이면 해로운 중성지방과 혈관에 달라붙은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추고,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은 그대로 유지시킨다. 때문에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섭취 칼로리 중 15% 정도를 불포화지방산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의 보고에 따르면 견과류의 지방은 심장 질환에 특히 효과적이라고 한다. 칼로리에 주의하면서 견과류를 꾸준히 섭취하면 심장병으로 인한 돌연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 20g씩 1주일에 두 번 정도 견과류를 먹으면 심장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
두뇌 발달 촉진과 치매 예방
견과류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은 뇌신경 세포를 성장시켜 아이들 두뇌 발달에 좋다. 또한 기억력을 좋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며, 뇌에 자극을 주는 비타민 E가 들어 있어 활발한 두뇌 활동이 필요한 수험생들에게 좋으며 뇌세포가 퇴화하는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젊고 윤기나는 피부 유지
견과류의 비타민 B와 불포화지방산은 건조해지기 쉬운 겨울철 피부에 윤기를 더해주고, 혈액의 흐름을 도와 피부 세포를 건강하게 해준다. 견과류를 자주 먹으면 피부 노화 방지는 물론 매끄럽고 건강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견과류별 특징
호흡기 건강에 좋은 땅콩
중국에서 깨와 함께 장수 식품으로 손꼽히는 땅콩은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근육을 튼튼하게 한다. 또한 땅콩에 들어 있는 필수지방산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비타민 B군과 아미노산은 정신 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좋고, 장운동을 촉진하며 호흡기 건강에도 좋다. 단 쉽게 흥분하는 다혈질 성향의 사람이나 비만인 사람은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머리가 좋아지는 호두
단백질 함량이 높아 겨울철 추위를 이기는 데 좋은 식품. 피부와 모발을 윤기 있고 건강하게 가꿔주는 비타민B1과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노화를 막는 비타민 E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견과류로는 드물게 칼슘 함량이 높아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 한방에서는 폐를 튼튼하게 해 천식과 호흡기 질환에 효과가 있고 심장을 보호하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기운이 없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 증상이 있을 때 먹으면 좋다.
갱년기 질환에 좋은 잣
체내 에너지원인 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 잣은 이유식이나 환자의 영양식으로 좋다. 장운동을 돕고 관절염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어 장의 활동이 약해지고 무릎 통증이 오는 갱년기 여성들에게 좋다. 또한 철분이 많이 들어 있어 빈혈 치료와 예방에 효과적이고, 건조한 피부나 마른기침, 습관성 변비를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칼슘·철분 풍부한 아몬드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해주는 올레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아몬드는 칼슘, 철분, 마그네슘, 아연 등의 무기질도 풍부해 멸치와 우유를 싫어하는 아이들의 대체 식품으로 좋다.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비타민 E가 풍부해 노인들의 건강식으로도 좋으며, 아몬드의 지방이 위를 보호하기 때문에 술안주로도 좋다. 또한 가래 등 분비물을 체외로 원활하게 배출하는 효과가 있어 감기 환자나 호흡기가 약해 목이 잘 쉬는 사람,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에게 좋다.
빈혈 예방하는 피스타치오
최근 국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피스타치오는 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호두와 함께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어왔다.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 B1, 칼륨, 철 등이 많아 성인병 예방과 여성들의 빈혈 치료에 효과적이다. 피스타치오는 녹색이 진하고 선명할수록 좋으며 아이스크림, 쿠키, 케이크 등에 넣어 먹으면 좋다.
견과류를 이용한 민간요법
오한이 나는 감기에 걸렸을 때
겉껍데기를 벗긴 호두 5개와 생강 5조각, 대파의 흰 부분 5개를 냄비에 넣고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2시간 정도 삶는다. 그 물을 하루에 두 번 아침저녁으로 나누어 마신다.
만성 기침 증상이 있을 때
겉껍데기를 벗긴 호두 50g에 참기름 50g을 넣고 1시간 동안 끓인 것을 매일 1숟가락씩 세 번 나누어 공복에 마신다.
기관지염에 걸렸을 때
목이 붓고 염증이 생겨 따끔거리는 기관지염에는 겉껍데기를 벗긴 호두 3~4개를 마른 생강 1조각과 함께 씹어 먹는다. 또는 호두와 생강을 1:1 비율로 섞어 달인 뒤 꿀이나 설탕을 타서 하루에 한 번씩 마신다.
심장성 부종이 있을 때
겉껍데기를 벗긴 호두 20개, 대추 20개를 곱게 찧어 꿀 80g과 섞은 뒤 물을 자작하게 부어 진득해질 정도로 삶는다. 식후에 3숟가락씩 소주에 타서 마신다.
변비에 걸렸을 때
땅콩 20개를 찧어 같은 양의 물을 넣고 죽처럼 끓인 뒤 설탕과 소금으로 간한 뒤 먹으면 좋다.
소화가 안 될 때
땅콩의 속껍질을 까지 말고 소금물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아침저녁으로 5개씩 껍질째 씹어 먹으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항문에서 대변과 함께 피가 나올 때
껍질을 벗긴 잣 14개를 소주잔으로 3~4잔 정도의 물에 넣고 물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은근한 불에 달인다. 이것을 한번에 마신다. 이런 식으로 2~3번 복용하면 피가 멎는다.
불면증이 있을 때
껍질 벗긴 잣 21개, 껍질 벗긴 호두 3개, 대추 5개를 냄비에 넣고 물 1.5ℓ를 부어 달인다. 물의 양이 반으로 줄면 꿀이나 설탕을 타서 한번에 마신다. 장기간 복용하면 잠이 잘 오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무좀에 걸렸을 때
겉껍데기 벗긴 호두를 갈아 나온 즙을 아침저녁으로 환부에 바른다.
산모의 젖이 모자랄 때
땅콩 120g과 돼지 족발 1개가 푹 잠길 만큼 물을 부어 삶은 뒤 그 물을 아침저녁으로 먹으면 효과가 있다.
결석이 있을 때
겉껍데기를 벗긴 호두 160g을 곱게 찧어 참기름 2작은술과 설탕을 약간 섞어 갠다. 아침저녁으로 이틀 동안 먹는다.
좋은 견과류 고르기
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 견과류는 유통기한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지방이 산화하면 맛이 떨어지고 발암물질이 생기기 때문. 오래되어서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것은 구입해서는 안 된다. 수입산보다는 비교적 농약을 적게 사용한 국내산 견과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땅콩 껍데기가 잘 부서지지 않고 껍데기 안쪽이 흰색을 띤 것이 국산이다. 간혹 낟알이 길쭉한 것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호두 딱딱한 껍데기가 연한 황색으로 깨물었을 때 속이 꽉 차 있고 껍데기가 얇은 것이 좋다. 표면이 올록볼록한 것일수록 맛이 있다.
잣 국내산 잣은 윤기가 있고 상처가 많으며 씨눈이 거의 없다. 흰색 가루가 묻어 있거나 색깔이 갈색으로 변한 것은 시간이 꽤 지난 것이므로 구입하지 않는다.
견과류 먹을 때 주의점
견과류는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적당량 먹을 경우에는 장운동을 촉진해 음식물의 소화를 돕지만 너무 많이 먹을 경우 오히려 장과 위의 소화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 땅콩이나 잣은 한번 먹을 때 20개 정도, 호두는 5개 정도 먹는 것이 적당하며, 1주일에 두 번 정도 먹는 것이 좋다. 다만 호두는 약간의 독성이 있기 때문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 설사를 하거나 대변이 묽은 사람은 삼가는 것이 좋다. 견과류는 칼슘이 적은 산성 식품이므로 해조류나 우유 등의 알칼리성 식품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견과류의 지방은 빨리 변질되므로 개봉한 견과류는 밀폐해 냉동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일반적으로 견과류는 지방이 많아 다이어트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는 칼로리와 상관없이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골라 먹는 ‘사우스 비치 다이어트’가 유행이다. 미국 마이애미 대학 심장전문의 이러 애거스톤 박사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좋은 지방과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한 견과류 활용법을 알아보았다.
도움말·이경섭(강남경희한방병원장)
포만감을 줘 과식을 막아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지방이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보다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지방 다이어트는 초기에는 체중 변화가 크지만 이내 원상태로 복귀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지방을 너무 섭취하지 않을 경우 공복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커지고 영양의 불균형도 우려된다.
가장 좋은 다이어트 방법은 지방을 줄이는 것보다 총 열량을 제한하고 열량을 소모하는 것이다. 견과류는 지방이 많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섭취 열량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식물성 지방이 풍부해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영양의 균형도 잡아준다.
당분이 적어 다이어트에 좋아요
음식을 먹으면 혈당 수치가 올라가고, 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은 몸 속의 에너지를 축적하는 작용을 한다. 탄수화물은 당도가 높기 때문에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어 살이 찔 확률이 높은 반면 견과류와 콩류, 생선류에 많이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은 당도가 낮아 인슐린의 분비가 적다. 견과류의 지방은 동물성 지방과 달리 몸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이어트 중에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 간식은 견과류로
견과류를 간식용으로 가지고 다니면서 먹으면 폭식의 위험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영양의 균형도 지킬 수 있다. 호두는 2개, 잣은 15개, 땅콩은 한줌 정도가 적당하다. 단 술안주용으로 판매하는 통조림 제품은 염분이 지나치게 들어 있으므로 피할 것.
하루 한 끼는 잣죽으로
영양분이 많은 잣은 다이어트 동안 부족해진 지방을 보충해주고 다이어트 중에 생기기 쉬운 변비를 예방해준다.
[준비할 재료]잣 ¼컵, 쌀 ½컵, 물 3컵, 소금 약간
[만드는 방법]껍질을 까서 깨끗하게 손질한 잣을 불린 쌀과 함께 믹서에 갈아 냄비에 담고 물을 부어 중간 불에서 뭉근하게 끓인다. 쌀이 퍼지면 소금으로 살짝 간한다.
아몬드 시리얼로 아침식사 해결
바쁜 아침에는 간단하게 아몬드 시리얼로 아침식사를 대신할 수 있다. 비교적 칼로리가 낮고 아몬드의 지방이 위를 보호해준다. 단 시리얼을 살 때는 염분과 설탕이 적게 들어 있는 것으로 고른다.
샐러드 위에 뿌려 먹기
샐러드에 얇게 저민 아몬드나 땅콩, 호두가루를 섞는다. 고소한 맛이 입맛을 당기고 소화를 돕는다. 야채와 함께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단 칼로리가 높은 드레싱을 넣어 먹는 것은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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