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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매력적인 이남자

영화 ‘달콤한 인생’ 주연 맡은 이병헌 프라이버시 인터뷰

“배우가 스캔들이 무서워 사랑을 하지 않는 건 바보짓이죠”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이승재‘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영화사 봄 제공

입력 2005.01.31 16:29:00

지난해 영화 ‘쓰리 몬스터’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 잇따라 출연했던 이병헌이 또 한 편의 영화 ‘달콤한 인생’ 막바지 촬영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화 촬영장에서 만난 이병헌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일과 사랑 이야기.
영화 ‘달콤한 인생’ 주연 맡은 이병헌 프라이버시 인터뷰

이병헌(35)은 연예계에서 ‘죽어야 사는 남자’로 불린다. ‘번지점프를 하다’나 ‘올인’ ‘공동경비구역 JSA’ 등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나 영화들은 하나같이 그가 죽거나 아니면 죽기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그렸기 때문이다.
이병헌이 또다시 죽음의 문턱에 다가선다. ‘반칙왕’ ‘장화, 홍련’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액션 누아르 영화 ‘달콤한 인생’(4월1일 개봉)에서 암흑가 조직 전체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남자 ‘선우’로 등장하는 것. “왜 이병헌인가?”라는 질문에 김지운 감독은 “이병헌은 엄청나게 잘 나가다 갑자기 철저하게 망가지는 인생을 그리기엔 최고의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날, 이 영화의 막바지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안국동 주택가에서 이병헌을 만났다.
-배우 이병헌의 인생에서 영화 제목처럼 ‘달콤한 인생’이라 생각되는 때는 언제인가.
“나는 내 영화를 개봉하는 날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오르가슴을 느낀다. 다만 몇만 명이라도 내 영화를 함께 느끼고 때론 훌쩍이는 순간 난 인생의 달콤함을 실감한다.”
네 편의 영화에서 실패하고 다섯 번째에 성공하자 ‘홍수환보다 더 대단한 놈’ 소리 들어
-잘 된 영화도 있지만 흥행에 실패한 영화도 여러 편 있는데.
“솔직히 망한 영화도 있었지만, 난 그래도 좋았다. 그런데 두 편째 실패하고 나니 주위에서 ‘야, 너 충무로에 어떤 미신이 있는 줄 알아? 영화 세 편을 해도 안 되는 배우는 그 뒤로 절대 안 쓴다더라. 너 큰일났다’ 하고 겁을 주었다. 물론 막상 세 편 째에도 흥행에 실패하니까 그 얘길 차마 입밖에 꺼내지 못했지만. 그러다가 내가 네 편째 캐스팅되니까 ‘야, 너 진짜 대단한 놈이야’ 하더라. 그런데 네 번째 영화마저 흥행이 안 되니까, 이번엔 날 다 피했다. 하하. 그런데 다섯 번째 영화 ‘내 마음의 풍금’부터 흥행이 되기 시작하더니 여섯 번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터지니까 ‘넌 홍수환(권투선수)보다 더 대단한 놈’이라고 하더라. 날 특히 더 희한하다는 눈으로 쳐다본 이가 박중훈 선배다. ‘넌 진짜 괴물 같은 놈이야’라고 했다.”
-톱스타가 나와도 재미없으면 안 보니 관객은 참 냉엄한 것 같다.
“물론 이병헌을 이 자리에 있게 만든 건 관객이고 팬들이다. 그들은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흥행에 대한 강박관념에 너무 짓눌리면 안 된다. 나는 팬들이 나를 정말 길게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연기한 작품 속 이미지보다 나를 길게 좋아해주고 이해해주며 내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유가 있을 거야’ 하고 믿어주는 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병헌이 있게 만든 자신만의 노하우는 무엇인가.
“그건 내가 대답할 질문이 아닌 것 같은데(웃음).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내 자신이 아니니. 글쎄, 돌다리를 지나치게 두들기면서 살아오지 않았던 내 연기인생 때문 아닐까. 특정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적으로 해왔다는 점 말이다.”
-‘뵨사마’ 열풍을 실감하겠더라. 일본 관광객이 자주 찾는 서울 명동에는 발바닥 부위에 이병헌씨의 얼굴 문양을 넣은 발목 양말까지 등장했다.

영화 ‘달콤한 인생’ 주연 맡은 이병헌 프라이버시 인터뷰

이병헌은 영화 ‘달콤한 인생’ 스태프들 사이에서 ‘천하무적’으로 불릴 만큼 힘든 촬영을 강한 집중력으로 소화해내고 있다고 한다.


“맞다. 매니저가 재미있다면서 하나 사다 줬다. 혹시 그걸 신고 날 짓밟겠다는 뜻은 아니겠지(웃음)?”
-일본 팬들도 신경이 많이 쓰이겠다.
“사람인 이상 신경 쓰이지 않을 수는 없다. 일본 분들이 특히 멜로를 좋아한다고 하니 솔직히 ‘멜로를 더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런 유혹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나를 보려고 노력한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팬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사랑해주고 그 소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다.”
-일본 활동은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일본 활동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난 여기서 열심히 일하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 일본으로 팔리면 그 작품을 많이 봐달라며 프로모션하러 가는 것이다. 어쩌면 일본 팬들이 진정 원하는 것도 나의 이런 모습인지 모른다. 일본 팬들이 보내주는 편지에는 ‘빨리 더 자주 보고 싶어요. 자주 일본에 와주세요’ 하는 내용이 많지만, ‘지금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해서 일본에서 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물론 내가 일본을 잘 알고 일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해서 일본 감독과 작품을 한다면 더 좋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한국의 훌륭한 감독들과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한국 팬과 일본 팬은 어떻게 다른가.
“내가 무대에 나갔을 때 중화권 팬들은 넋이 나갈 정도로 소리를 지른다. 열정적이다. 갑자기 너무 큰 소리가 터져 나오다보니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깜박 잊을 때도 있다(웃음). 자기 감정을 굉장히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좋다. 일본 팬들은 ‘와’ 하고 웃고 함성을 지르다가도 일순간에 아주 조용해진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내 숨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해진다. 자기도 모르게 환호성이 새어 나올 경우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참는 모습을 보았다. 옆 사람에게 방해를 주지 않으려고. 난 정말 놀랐다. 일본 팬들의 준법정신은 대단하다. 몇천 명이 공항에 나와 환호할 때도 경찰이 ‘이 선을 넘어오면 안 됩니다’ 하고 말하면, 정말 맨 앞줄에 있는 팬들은 필사적으로 등을 뒤로 밀면서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한국은 중화권과 일본의 딱 중간이라고 보면 된다. 하하.”
-배용준, 원빈, 장동건과 더불어 일본에선 ‘4대 천왕’이라고 불린다. 이들 세 배우와는 어떤 관계인가.
“용준이나 원빈은 개인적인 교류가 없어서 잘 모른다. 동건이는 전화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다. 동건이는 착하고 건실한 후배다.”
-이병헌이란 배우의 장점은 ‘평균 점수’가 높다는 점이다. 학생으로 치면 시험을 잘 볼 때도 있고, 못 볼 때도 있지만 평균을 내보면 최정상인 학생 말이다.
“와, 진짜 멋진 표현이다. ‘평균 점수’가 높다? 근데 저 대학 갈 수 있겠습니까(웃음)?”
“배우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연기에서 미세한 느낌이 더 많이 살아나요”
‘달콤한 인생’ 촬영장에서 만난 스태프들은 이병헌을 ‘천하무적 김 실장’이라고 불렀다. 이병헌이 맡은 극중 이름인 ‘김선우 실장’ 앞에다 ‘천하무적’이란 수식어를 붙인 것. 하루 2시간밖에 못 자고, 2주 내내 혹한에서 비를 맞으며 촬영하고, 땅 구덩이에 ‘생매장’ 당하는 신을 몇 번이나 반복 촬영했는데도 불구하고 감기몸살 한번 앓지 않는 그의 ‘독종 기질’을 빗댄 말이다. 스태프에게 주연배우가 앓아누울 때만 맛볼 수 있는 ‘꿀맛 휴식’의 기회도 주지 않는 그는 촬영 중 스트레스가 쌓이면 담배를 하루 1갑 이상 피운다고 한다.

영화 ‘달콤한 인생’ 주연 맡은 이병헌 프라이버시 인터뷰

-건강은 괜찮은가.
“촬영이 완전히 끝나봐야 안다. 지금은 긴장 상태가 지속돼 정신을 차리고 있지만 ‘끝나면 엄청 아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아르 영화라 그런지 비 오는 장면이 많다. 촬영 중 어려웠던 기억은.
“어떤 배우들은 굉장히 덥거나 춥거나 아니면 배가 무지하게 고픈 상태에서 연기가 잘 된다고 한다. 나는 그 반대다. 환경이 너무 힘들면 몰입이 안 된다. 청평에서 2주간 비 맞는 장면을 찍을 때 뼛속까지 언다는 게 뭔지 실감했다. 몸이 너무 추우니까 점차 이성을 잃어가고, 깊이 생각할 수가 없었다. 배우에게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진다는 건 정말 두려운 일이다.”
-배우로서 고민이 있다면.
“우선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늘 ‘준비된 배우’가 돼야 한다. 또 다른 고민은…, 신비감의 문제다. 배우는 늘 신비로움을 줘야 하고, 심지어 ‘저 사람이 정말 존재할까’하는 환상까지 필요할 때가 있다. 신비감, 그 배우가 이미 여러 편의 영화를 찍었지만 그래도 보여줄 게 뭔가 아직 남아 있을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저 사람은 분명 보여줄 게 또 있을 거야’ ‘저 사람은 뒤에 숨기고 있는 보따리가 얼마나 클까’ 하는 느낌. 그런데 나는 지난 1년간 너무 열심히 일한 것 같다. 그래서 나한테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초조한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나를 두드리면 ‘통통’ 소리가 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것들을 빨리 채워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단 쉬면서 나의 빈 곳을 채우겠다.”
-쉬면서 진한 연애도 하면 더 좋겠다.
“그건 내가 중학교 때부터 바라던 바인데. 하하하.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배우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연기에서 미세한 느낌들이 더 살아난다. 사랑을 많이 하고, 더 큰 사랑을 하고, 아니면 미친 사랑을 하는 게 배우한테는 결국 큰 재산이 된다. 사랑은 닫혀 있는 배우의 감성을 깨워주고 닫혀 있던 자신을 열어주니까. 물론 연기를 좀 더 잘 하기 위해 연애를 하는 건 아니고(웃음). 배우가 스캔들이 무서워서, 아니면 팬들이 달아날까 두려워서 연애를 안 한다면 오히려 그게 더 바보스러운 짓이 아닐까. 참, 내가 이렇게 말하면,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서 내가 연기를 못했다고 말하는 것밖엔 안 되나(웃음)?”

여성동아 2005년 2월 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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