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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1백25명의 신상과 무수한 소문 담은 문서 공개 파문

■ 글·최호열 기자 ■ 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5.01.31 10:34:00

1백 명이 넘는 연예인의 신상과 관련된 소문을 담은 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
파일을 만든 업체에선 광고모델 계약을 할 때 참고하기 위한 내부자료였다고 하지만 해당 연예인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많아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서의 내용과 사건의 전말을 취재했다.
연예인 1백25명의 신상과 무수한 소문 담은 문서 공개 파문

국내연예인 1백25명의 신상과 소문 등을 담은 문서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문건은 국내 최고의 광고기획사로 꼽히는 제일기획에서 톱스타 및 신인모델들을 대상으로 만든 내부자료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담고 있어 심각한 명예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문서파일은 스타급 연예인 99명과 신인 등 총 1백25명에 대한 개인별 세부평가를 담고 있는 113페이지(표지 포함)짜리로 작성되어 있다. 동서리서치에서 제일기획의 의뢰를 받아 외부 연예전문가 1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것인데, 외부 전문가는 현직 통신사와 스포츠지 기자, 유명 TV 연예 프로그램 리포터 등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예인 1인당 1페이지씩 정리되어 있는 파일엔 이름과 사진을 비롯해 ‘현재위치’ ‘비전’ ‘매력/재능’ ‘자기관리’ ‘소문’ 등의 항목으로 나뉘어 기록되어 있다. 현재위치와 비전, 매력/재능과 자기관리 항목에 대해선 별점 형태로 점수까지 매겼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관리’와 ‘소문’ 부분.
문서파일엔 조사의 목적이 “광고모델에 관한 자료 수집을 통해 모델로서의 가치를 파악하고 모델 계약 후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미연에 관리하여 광고주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연예인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인간성, 스캔들, 성 정체성 등 명예훼손이 될 만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여자 연예인 A양의 소문 난에 있는 “6대 1 문어발식 연애한다고 보도된 여파로 A군과 결별, A군은 입대 서두름”처럼 스포츠신문을 비롯한 각종 매체를 통해 보도된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가 하면, “소속사 여사장이 그를 뭔가 실력행사할 수 있는 여자들에게 상납(B군)”처럼 경쟁 연기자 주변에서 소문낸 것으로 확인된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다.
연예기획사, 매니저 대상으로 연예인에 관한 소문 수집하기도
한편 인신공격으로 비칠 만한 표현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2005년 군입대 변수(남자배우 기근)로 호기, 남성들은 대부분 호감 못 느끼나 여성들에게 여전히 호감 높음. 뜨고 나서 달라졌다는 빈축 사고 있음(C군)”, “혀가 짧아 발음이 안 되는 단점(D군)”, “자기가 여자 최민수인줄 착각(B양)”, “참신하고 조신한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이중인격자. 비밀이 많음(C양)” “감독과 캐스팅 미팅을 했는데 인조미인이라 안되겠다는 말 듣고 상처. 화려하고 명품 사치 좋아함(D양)”. 이런 정보들이 광고모델 선정기준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는 게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소문’ 부분이다. 남자 연예인에게는 “게이 또는 바이섹슈얼이라는 소문이 많음. 당사자는 부인하나 소속사 사장이 호모이고 매니저 등과 사장 집을 숙소로 사용 중이므로 더 의심이 됨” “대전 유성지역 호스트바에서 3개월간 일했다는 소문 있음” “데뷔 전부터 게이 소문” 등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띈다. 또한 “바람둥이고 하루라도 여자 없이 못 지내는 스타일이라는 전 매니저 이야기”, “K양 이어 Q양과 사귀는 것 보고 왜 나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돌았음” “S양과 열애설, 일부에선 S양이 사장과 첩 비슷하게 있어 위장일 수도” “소문난 바람둥이. 스캔들 폭발직전. 여자에겐 선물공세 펴지만 매니저에겐 만원도 안 쓰는 편” 등 성문란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연예인 1백25명의 신상과 무수한 소문 담은 문서 공개 파문

1월20일 오후에 연예계 기획사 대표들과 변호사들이 이번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대응 방침을 밝혔다.


여자 연예인의 경우도 확인되지 않은 동거설, 스폰서설이 여과 없이 기록되어 있다. “스폰서가 한 둘이 아니라는 소문” “A그룹 오너 아들과 염문설. 30대 일본인 스폰서설도 있음” “B사 오너와 ‘썸씽’ 있었던 것 같음. 출산설 4~5년간 지속” “H사 오너 형제와 스캔들 사실, O군과 열애 중” “사생활 문란하다 소문 많음. A아파트에서 50대 중견 사업가 스폰서와 1주일에 1번씩 만난다는 설” “주로 나이 든 사람과 사귐” 등이 그것. 심지어 “미국 룸살롱 출신으로 알려짐” “영화 촬영 때 감독과 염문설” “영화감독과 동거설” 등도 있다.
결혼한 여자 연예인도 예외는 아니다. A씨의 경우 “서로 따로 살고 있고 남편이 여자 밝히는데 시댁 돈이 많아 참고 산다는 설”이라고 적혀 있는데 밑에는 “남편이 도박으로 재산 탕진했지만 그것 때문에 이혼할 것 같지 않다는 반응” 등 서로 다른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채 적혀 있는 경우도 있다.
보고서를 분석해보면 한 소속사 사장이 2명의 여자 연예인과 동시에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 등 신뢰성을 의심하게 하는 부분들이 눈에 띈다. 톱스타 I씨에 대해 보고서엔 “폭력적이어서 그에게 맞은 매니저가 30명이 넘는다고 함”이라고 되어 있으나 그를 거쳐간 매니저는 불과 대여섯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네티즌 사이에선 “아무리 상업적인 목적으로 CF모델 계약을 맺지만 사실이 아닌 소문까지 수집해놓고 CF 계약에 참고하는 비인간적인 행태에 비애감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연예 관계자들은 이번 파일이 한류열풍에 피해를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한류에 반감을 나타내는 일본 언론매체들과 대만, 중국의 언론매체들이 이번 보고서 내용을 사실인 양 전하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
법률적 문제보다 연예인들 명예 회복 대책이 더 시급해
사건이 확산되자 1월19일 오후 설문조사에 참여한 연예전문가들이 공식해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C사에서 만든 내부용 문서 유출사건으로 큰 충격과 피해를 보게 된 연예인과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우리도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제일기획으로부터 자사 광고모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인터뷰에 응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인터뷰 내용 및 응답자 신상은 철저히 비공개에 부친다’는 전제 아래 동서리서치 담당자와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인터뷰 내용은 연예인의 가능성, 이미지, 활동방향 등에 대한 전문가적 시각을 묻는 것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조사원이 당초 밝힌 목적과 달리 몇몇 소문을 거론하며 ‘사실이냐’고 묻기도 했지만 ‘들은 바 있으나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이들은 밝혔다.
문서 파일에서 거론된 연예인들은 현재 집단소송을 준비중이다. 이들은 처음엔 자신과 소속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해명의 글을 올리는 정도였지만 파문이 커지자 1월20일 이름이 거론된 일부 연예인 소속기획사 관계자들이 법무법인 ‘한결’을 찾아 소송을 의뢰한 것. 이들은 이날 ‘연예인 허위 신상정보 유출 사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의 당사자들 모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민사·형사 소송을 모두 거는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나머지 해당 연예인들도 소송이나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돼 수백억원대라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소송 금액이 걸린 대규모 법정소송이 진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은 누구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우선 문서 파일 내용 자체가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파일을 외부에 처음 유출시킨 동서리서치 직원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문서파일을 의뢰한 제일기획과 이를 작성한 동서리서치는 고의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만 단순히 정보수집 차원에서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명예훼손죄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직원의 관리 소홀 책임이 있어 민사상 책임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법률적인 책임과 상관없이 ‘회사의 의도와는 무관’하더라도 해당 연예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소문이 담긴 보고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과 책임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서파일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준 기자와 리포터 등 외부 연예전문가들은 인터뷰에 응할 때부터 ‘비공개’를 전제했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문서파일을 인터넷상에서 유포한 익명의 네티즌들. 법조계 관계자는 명예훼손의 소지가 다분한 이 파일을 인터넷에 퍼나른 네티즌들은 형사상 ‘승계적 공동정범’에 해당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5년 2월 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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