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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패션 디자이너 인터뷰

디자이너 정구호가 들려주는 패션 이야기

■ 글·정윤숙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01. 11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아트디렉터이자 여성복 브랜드 ‘구호’의 디자이너인 정구호. 영화 스타일리스트 겸 패션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들려주는 패션 이야기 & 올 봄 유행 경향.

디자이너 정구호가 들려주는 패션 이야기

지난12월 제3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에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하 스캔들)로 미술상을 수상해 주목받은 정구호(42).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화면 가득 담은 영화 ‘스캔들’에서 그의 존재는 누구보다 컸다. 캐릭터에 맞는 의상과 소품을 제작한 것은 물론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이미지를 만들어냈기 때문. 그는 ‘스캔들’ 이전에도 ‘정사’ ‘텔미썸딩’ ‘순애보’ 등의 영화에서 아트디렉터로 활약한 바 있다. 그래서 영화 스타일리스트로 더 알려졌지만 사실 그의 본업은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구호(KUHO)’를 만든 주인공인 그는 현재 제일모직의 여성사업부 상무로 재직 중이다.
“이것저것 하다보니 어떤 게 진짜 일이냐고 물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처음 영화 일을 시작했을 때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절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사실 저에게는 모든 일이 다 재미있어요. 물론 본업이 패션 디자이너이고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고 있죠.”
2003년 4월, 그가 제일모직의 상무로 전격 발탁된 일은 당시 패션계에 큰 이슈가 되었다. 외국에서는 구찌의 톰포드나 크리스찬 디올의 존 갈리아노처럼 대기업과 패션 디자이너가 만나 브랜드를 성공시키는 경우가 있었지만 제일모직이 여성복 ‘구호’를 사들이고, 디자이너 정구호를 영입한 것은 국내에서 드문 일이다 보니 화제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만남이 성공적이었는지 여부에 2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도 처음에는 대기업의 복잡하고 구조화된 시스템이 패션 브랜드와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아무런 문제 없이 잘 해나가고 있어요. 최근 들어 매출도 부쩍 늘었고요(웃음).”
보통 남성 디자이너 하면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염을 기르고 뿔테 안경을 쓴 그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 여성성과는 거리가 먼 듯 느껴진다.
“제가 만든 옷을 입어본 사람들은 ‘여자가 만든 옷 같다’는 말을 많이 해요. 디자인하기 전에 그 옷을 입었을 때의 상황과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옷을 만들거든요. 그런 생각들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2005 봄·여름 컬렉션에서 고급스럽고 편안한 실루엣으로 주목받아
디자이너 정구호가 들려주는 패션 이야기

제일모직 여성사업부 상무로 재직 중인 디자이너 정구호. 그는 ‘여성들이 원하는 여성복’을 만들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번 구호의 컬렉션 역시 그런 생각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2005 봄·여름 컬렉션의 주제는 스냅샷(SNAP SHOT). 여자들이 모여서 즐겁고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있을 때의 느낌을 담은 옷들이라고.
“친구들 여러 명이 모여 잘 차려입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바닷가로 놀러 가게 되죠. 마치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처럼 하룻밤을 지샌 다음날 화장기 없는 얼굴에 구겨진 옷을 대충 걸쳐 입은 그런 편안한 모습을 표현했어요.”
그의 상상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환상은 이번 그의 봄·여름 컬렉션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에 아무렇게나 틀어 올린 헤어스타일, 그리고 구겨진 듯 편안한 실루엣의 옷들이 바로 그것. 질감이 살아 있는 가공한 얇은 면이나 실크 소재에 몸에 감길 듯 말 듯한 루스한 디자인이 이번 컬렉션에서 그가 제시한 ‘구호’의 스타일이다.

디자이너 정구호가 들려주는 패션 이야기

여성복 구호의 2005 S/S 컬렉션에서는 가공한 면이나 실크 소재에 루스한 실루엣의 가볍고 경쾌한 럭셔리 빈티지 스타일을 선보였다.


초창기 구호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요즘 변화된 스타일은 의외일 수 있다. 97년 런칭한 구호는 절제된 선이 돋보이는 미니멀한 스타일에 컬러 역시 그레이와 블랙이 많았다.
“처음의 구호는 특정 마니아층을 위한 옷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다가 2004년부터 대중적이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어요. 좀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는 브랜드로 변화한 거죠.”
현재 미니멀한 정통 구호 스타일은 레드 라벨로, 가볍고 컬러풀하게 재해석한 구호는 화이트 라벨로 구분되어 있다. 브랜드 구호를 향한 그의 욕심은 대단하다. 라인을 점차 다양화하는 것이 그의 꿈.
“요가 라인과 아웃도어 라인 등으로 스타일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에요. 구호만의 특정한 스타일은 유지하되 트렌드를 반영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옷을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죠.”
그는 올 봄과 여름 유행할 스타일로 단연 스커트를 꼽았다. 스커트를 입는다는 것은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며 스커트는 여성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옷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
“일하느라, 아기 보느라, 집안일 하느라 힘들었다면 잠시 기분 전환도 할 겸 스커트를 입어보는 건 어떨까요? 부드러운 소재의 우아하고 멋스러운 스타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이번 봄에는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마음껏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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