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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부부의 삶

자신들의 부부생활 코믹만화로 그리는 만화가 원수연·강도하 부부

“풀하우스의 송혜교처럼 항상 밝고 긍정적인 아내를 망가뜨려보고 싶었어요”

■ 기획·최호열 기자 ■ 글·박윤희‘자유기고가’ ■ 사진·정경택 기자

입력 2005.01.03 16:44:00

몇 달 전 드라마로 방영돼 큰 인기를 모았던 ‘풀하우스’의 원작자인 원수연씨의 남편 강도하씨가 자기 부부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인터넷에 올리고 있어 화제다.
여덟살 연상녀·연하남 커플인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자신들의 부부생활 코믹만화로 그리는 만화가 원수연·강도하 부부

서로색깔을 달리하는 인기 만화가 부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온라인 만화로 연재해 화제다. 만화가 강도하씨(35)가 지난 10월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자기 자신을 ‘느끼맨’으로, 부인 원수연씨(43)를 ‘빅토리걸’로 묘사한 리얼시트콤 ‘느끼맨과 빅토리걸’을 연재하고 있는 것. 부인 원수연씨는 지난 여름 드라마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풀하우스’의 원작자로 유명한 중견 작가다.
이들 부부를 만나기 위해 마포구 서교동 자택을 찾았을 때 둘 다 밤샘한 흔적이 역력했다. 원씨는 1층에, 강씨는 2층에 작업실이 있는데 만화의 색깔이 다른 만큼 작업실 분위기도 확연히 달랐다. 부인은 양지를 지향하고 남편은 음지를 지향한다고 해야 할까.
전날 ‘느끼맨과 빅토리걸’을 마감하느라 한숨도 못 잤다는 강씨를 붙들고 ‘빅토리걸’의 어원부터 캤다.
“제가 암흑의 간신이라면 아내는 항상 밝은 사람이에요. 지나칠 정도로 긍정적이죠. 그래서 ‘빅토리걸’이란 이름을 붙여봤어요. 그리고 만화를 통해 한번 밝고 맑고 긍정적인 모습을 망가뜨려보고 싶었고요.”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섬세하고 고운 모습의 원씨지만 남편이 그린 만화 속에서는 엄청나게 망가진다. 첫 번째 연재만화 ‘우리들만의 비밀’에서는 홍학처럼 긴 다리를 뽐내며 뛰다가 덜커덕 넘어져 영영 일어날 줄 모르는가 하면, ‘명품’에서는 지나치게 명품을 밝히는 속물로, 또 ‘마감의 순간’에서는 원고 마감에 쫓겨 퉁퉁 부은 눈을 한 괴물 같은 모습을 드러낸다.
만화 속 이야기를 1백% 믿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실제 만화가 부부의 생활이 작품의 소재가 된 만큼 이들의 일상을 디지털 만화로 엿보는 재미가 크다. 특히 부부가 직접 종이로 만든 가면을 쓰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목에선 톡 쏘는 신선미가 느껴진다.
‘느끼맨과 빅토리걸’을 통해 부인에게 딴죽을 걸지만 결국 밑바탕에 깔린 애정을 노출하고야 마는 강씨는 부인의 ‘밝고 환한 모습’에 반해 처음 본 순간부터 ‘찜’을 결심했다고 한다. 반면 원씨는 남편의 첫인상이 건방져 보여 별 호감을 느끼지 못해 하마터면 영원히 평행선을 그을 뻔했다고.
“처음 본 남편은 긴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모습이었어요. 게다가 몸에서 뿜어내는 기가 보통이 아니어서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죠(웃음).”
이들 부부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7년. 청소년보호법 제정으로 만화책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이란 규제를 받으면서 만화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위협받을 때였다. 이때 많은 만화가들이 작업실에서 거리로 뛰쳐나와 “표현의 자유를 달라”며 외쳤고 원씨와 강씨도 시위 대열에서 목청을 높였다.
“당시 남편은 시위 현장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었는데 그때 처음 보고 한동안 못 만났어요. 그러다가 99년에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결혼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죠. 자꾸 만나다보니 주관이 확고하고 진실된 모습이 끌리더라고요.”
남녀 사이에 나이가 많고 적음은 애정전선을 형성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강씨는 원씨보다 8세 연하였지만 그의 눈에는 원씨가 ‘여자’로만 보였다고 한다.
“처음 보는 순간 마술에 걸렸어요. 따뜻한 느낌이 들면서 ‘이 여자가 내 여자구나’하는 느낌이 강하게 왔어요.”
두 사람의 연애는 당시 만화계에선 ‘쇼킹’ 그 자체였다고 한다. 나이 차이는 차치하고라도 둘은 여러모로 극과 극이었기 때문이다. 원씨는 대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작가인 데 반해 강씨는 작가정신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고, 그림 스타일도 전혀 달랐다.

자신들의 부부생활 코믹만화로 그리는 만화가 원수연·강도하 부부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개성의 만화를 그리지만 상대의 그림을 높게 평가한다.


“제가 주위 사람들에게 수연씨랑 연애한다고 하면 믿어 주질 않았어요. 농담하는 줄 알더라고요. ‘진짜야, 나 수연씨랑 사귄단 말이야’ 하면 완전히 미친 사람 보듯 해요. 그래서 남들이 믿거나 말거나 계속 사귄다고 떠들고 다녔죠. 숨기는 것보다 사귄다고 말하면 안 믿으니까 계속 그 방법을 썼죠.”
둘의 연애가 본격화되면서 회의나 모임 때문에 만화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때는 이상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제 친구들은 ‘원수연 선생님’ 혹은 ‘원 선배님’ 하는 호칭을 쓰는데 저 혼자 ‘수연아’ 하고 부르니까 분위기가 아주 묘했죠.”
강씨는 연애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원씨가 ‘햇반’을 잔뜩 사들고 강씨 작업실에 나타난 일이라고 한다.
“제가 혼자 대학로 작업실에 있으니까 수연씨 생각에는 밥을 잘 못 챙겨 먹을 거라고 생각했나봐요. 어느 날 작업실에 놀러 오면서 햇반을 잔뜩 사왔어요. ‘이 정도면 굶지 않겠지’ 하는 생각을 했나보죠. ‘밥을 굶기면 안 된다’는 수연씨의 강한 의지가 느껴졌어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저보고 밥을 먹으라면서 반찬은 하나도 안 사왔어요(웃음).”
작업 시간 달라 교대로 잠자리에 들다보니 함께 침대에 오를 때가 가장 행복해
지난 2000년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네 살배기 아들 동연이와 돌이 채 안 된 딸 민정이를 키우고 있다. 부부에게는 별이, 별순이로 통하는 아이들이다.
“살을 비비며 사는 게 가족인데 집하고 작업실이 함께 있어도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이 부족해요. 바쁘니까 잠깐씩 얼굴 보는 정도죠. 아내하고 같이 침대에 누워본 일이 두 달 동안 한 번도 없었어요.”
요즘 원씨는 ‘풀하우스 2’를 새로 그리기 시작해 다음, 네이버, 야후 등 6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유료로 연재를 하고 있다. 온라인 연재만화 유료서비스는 원씨의 ‘풀하우스 2’가 최초인데 그만큼 원씨의 대중적 인기가 높다는 증거다. 강씨도 인터넷 다음에 연재하고 있는 ‘느끼맨과 빅토리걸’ 외에 엠파스에 ‘위대한 캣츠비’를 연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부가 서로 원고 마감 시간도 다르고 잠자는 시간도 다르다. 마치 장거리 육상선수들이 바통 터치하듯 함께 침실에 들지 못하고 서로 번갈아 가며 잠을 잔다고 한다.
“제가 마감이 끝나서 자고 일어나면 그 다음에 아내가 잠들고 저는 또 나가서 일하고 그래요. 어쩌다 둘이 마감이 동시에 끝나서 함께 잠들면 그때가 정말 행복해요.”
사정이 이러니 여행은 꿈도 못 꾼다. 주말도 만화 그리는 일에 완전 반납하고, 친척이나 친구들 경조사도 아예 챙길 엄두를 못 낸다.
“제주도에 신혼여행 갔을 때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제주도를 찾자고 약속했는데 서로 못 지키고 있어요.”
살다보면 부부싸움을 안 할 수는 없을 터. 대부분 싸움은 강씨가 걸지만 결과는 원씨의 백전백승이라고 한다. 강씨가 먼저 사과를 하는 것으로 부부싸움이 끝난다고. 강씨에게 “항상 지면서 뭐 하러 먼저 싸움을 거냐”고 하자 “싸움을 거는 것 또한 부부가 친해지기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

자신들의 부부생활 코믹만화로 그리는 만화가 원수연·강도하 부부

느끼맨과 빅토리걸 가면을 쓰고 장난치며 작품구상을 하는 강도하·원수연 부부.


“중요한 것은 싸움을 걸되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줘야 반칙이 아니에요. 상대방이 뭔가를 토해낼 때는 감정이 폭발하려고 해도 이를 악물고 들어줘야 합니다. 자신이 더 말을 많이 못해서 억울하다는 감정을 잊어버리고 상대방의 말을 유심히 듣다보면 싸우는 도중에 머릿속에서 문제의 답안이 담긴 상자가 활짝 열리거든요.”
강씨가 내리는 결혼의 정의가 남다르다.
“연애할 때는 상대를 잘 몰라서 호기심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결혼만 하면 ‘이 사람에 대해 다 알았다’는 자만심이 들어 함부로 대하고 무시하고 경상도식으로 언어의 단축키를 사용하고 그러잖아요. 바로 그때 둘 사이에 ‘독소’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결혼이 ‘위험한 줄타기’라고 생각해요. 내부에서 쉼없이 생각의 기계를 돌려 상대방이 만족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찾아야죠.”
그래서 그는 아침에 눈뜰 때마다 어떻게 아침인사를 할까 새로운 인사말을 고민한다.
“일부러 자극적인 이야기를 해서 잠을 깨우기도 하고 꿈 이야기를 해주기도 해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죠. 제 스스로 지겨운 것은 못 참거든요. 또 남한테 제가 지겨운 존재가 되는 것도 정말 싫고요. 삶이 어차피 지겨움의 연속이긴 한데 가끔 쉼표처럼 행복을 톡톡 터뜨려주면 좋죠.”
결혼 전에는 ‘불후의 명작’에 대한 욕구 컸으나 가족이 생긴 후에는 생각이 바뀌어
아이 키우는 방식도 색다르다. 만화가 부부인 만큼 자신들이 그리는 만화 주인공의 삶과 사건에 자식들의 미래를 대입해보기도 한다. 원씨가 만화잡지 ‘윙크’에 연재 중인 만화 ‘렛 다이’는 고등학생 두 명이 나누는 동성애에 관한 순정만화다.
“만일 우리 아이들이 ‘렛 다이’의 주인공처럼 동성애를 한다면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둘이 열심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부부가 진지한 대화 끝에 ‘부모의 취향이나 성향으로 자식의 동성애를 반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성애나 양성애란 사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것이 후천적이냐 선천적이냐도 중요하지 않아요. 저희는 자식이 어떤 선택을 하건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에요. 부모는 자식 편에 서서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잘 자랄 수 있게 후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동연이가 아빠, 엄마를 부르며 거실과 작업실을 들락거렸다. 그런 동연이를 “아빠 공부하니까 조금 이따가 놀러 오세요” 하고 돌려보낸 후 강씨가 이런 말을 했다.
“바빠서 자주 못 놀아주니까 항상 자식들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결혼 전에는 ‘불후의 명작만 그리면 내일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사랑하는 가족이 생기니까 그런 그림 못 그려도 상관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느끼맨과 빅토리걸’ ‘명품’편을 보면 느끼맨이 명품을 좋아하는 빅토리걸을 뒤에서 꽉 껴안으며 이런 대사를 한다.
“명품은 명품 값을 하는 거 알아. 저… 뽀대 저… 광택. 여자라면, 저런 거 한번 걸쳐보고 싶은 맘… 이해해. 내가 줄게. (껴안으며) 빅토리의 명품은 나라는 사실! 빅토리는 알아야 한다.”
따로 또 같이 만화가의 길을 걷는 강도하·원수연 부부. 각자 개성이 넘치지만 조화로운 삶을 꾀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강력한 상생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온라인 세계에서 강펀치를 펑펑 날리고 있는 부부의 활약이 앞으로도 계속 업데이트 되기 바란다.

여성동아 2005년 1월 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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