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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새로운 도전

부부 간의 갈등 그린 연극으로 연기 도전한 허수경

“끝없이 남편 사랑 확인하고 싶은 게 여자의 마음, 하지만 실제 남편과는 서로 간섭하지 않고 쿨하게 살아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5.01.03 13:25:00

방송인 허수경이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12월 중순부터 공연을 시작한 연극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에서 주인공을 맡은 것. 처음 부부 사이의 갈등을 그린 연극에 출연하며 공감하는 게 많다는 그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실제 결혼생활 & 결혼에 대한 생각.
부부 간의 갈등 그린 연극으로 연기 도전한 허수경

자연스럽고편안한 진행으로 사랑받는 인기 방송인 허수경(37)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선다. 12월21일부터 공연 중인 연극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에서 아내 리자 역을 맡은 것.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12월15일 만난 그는 고된 연극 연습 때문인지 다소 야위어 보이는 듯했다.
“그동안 연기를 할 기회는 많았어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연극인이나 드라마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제의를 했지만 연기에 뜻이 없어서 매번 거절을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굉장히 강력한 힘이 작용했어요. 마치 공모한 것처럼 여러 사람이 저를 리자 역에 추천해 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더구나 작품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부 이야기인데다 극중 역할이 실제 저와 생각, 취향은 물론 하는 짓까지 닮아서 가슴 깊이 와 닿았어요.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공연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기고 관객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돼요.”
그의 남편은 영화 ‘강원도의 힘’, 드라마 ‘카이스트’에 출연하며 유명해진 영화배우 겸 프로듀서 백종학. 연기 경력으로 따지면 그보다 선배인데다 지난 2002년 연극 ‘아트’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는 백종학은 그의 연극 출연 결정에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잘할 것 같다”며 격려해주었다고 한다.

자신과 닮은 극중 인물 연기하면서 공감하는 부분 많아
그는 연극 출연을 결정하면서 지난 11월 중순부터 매일 오후 두 시간씩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SBS 파워 FM ‘허수경의 가요풍경’을 끝내는 대로 극장으로 달려가 새벽 1~2시까지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2명이 2시간 동안 이끌어 나가야 해 처음에는 엄청난 분량의 대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어느 정도 외우고 나니 이제는 대사를 외운 느낌이 들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문제가 관건이 됐다고 한다. 또한 연극을 할 때는 방송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발성법과 화법을 써야 하는 것도 그로서는 쉽지 않은 일.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어 마음고생도 했지만 연극 경험이 전혀 없는 내가 한 달 연습해서 완벽한 연극배우로 변신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기술적인 면이 부족하더라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그래야 저를 보지 않고 리자를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가 맡은 극중 인물 리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편을 자신이 원하는 남성상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한다. 또 자신이 과거 어떤 사람이었냐고 꼬치꼬치 캐물을 때마다 가정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해 안심시킨다. 하지만 남편 쥘은 기억을 잃은 척했을 뿐, 아내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내의 행동에 의문을 품은 쥘과 남편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믿고 있는 리자는 치밀한 심리전을 거듭하며 서로를 탐색하는 ‘진실게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찾아간다.
허수경은 “우리나라 작품이라고 해도 믿길 만큼 부부관계를 현실적이고도 내밀하게 묘사해 리자를 연기하다보면 같은 여자이자 결혼한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부분도 많고, 답답하게 가려져 있던 베일을 벗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부부 간의 갈등 그린 연극으로 연기 도전한 허수경

“결혼생활의 공허함이라든가 상대에 대한 조바심, 아직도 남편이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하는 의심은 결혼한 여자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감정이 아닐까 싶어요. 남자들은 또 그로 인해 여자가 힘들어할 때 이해를 못하고 ‘도대체 왜 그러는데’ 하는 질문을 던지죠. 그런데 대개는 그 질문에 솔직히 자신의 마음을 남편에게 말하지 못해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죠. 그런데 리자는 그것을 속시원히 말해요. 주장하거나 하소연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탁 터놓는 거죠.”
그는 “중요한 건 리자의 진심을 통해 남편 역시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이라며 “리자는 남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까발려서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간직해야 할 특별한 휴머니티 중에 여성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실은 그 어떤 페미니즘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사실 진실만한 힘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대개의 남자들은 정치적이어서 여자들처럼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는 데 인색해요. 그래서 저는 여성성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특별한 휴머니티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이 말해주고 있듯 리자에게서 물씬 흘러나오는 여성성은 상대에게 진심을 보여주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극중 리자는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었음에도 “무조건 믿어”라고 말하는 남편 쥘의 태도에 염증을 느끼고 그의 곁을 떠난다. 그러면서 “남자는 이기주의 때문에 죄를 짓고, 여자는 자기중심주의 때문에 죄를 짓는다”는 말을 남긴다. 허수경은 그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면서 “부부간에 가장 중요한 감정은 신뢰와 배려이고, 두 가지가 쌍곡선을 그려야 부부간에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며 나름의 결혼관을 피력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쥘처럼 상대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자기 편의대로 움직여주기를 바라고, 희생과 인내를 강요하죠. 여자들은 납득이 가고 공감이 가야 실행으로 옮기는 자기중심주의 때문에 남자들의 자기 편의를 수용하기가 힘들어요. 리자가 떠난 것도 그 때문이죠. 리자는 다시 돌아와요. 리자가 떠나겠다고 마음먹자 비로소 쥘이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거든요. 그렇게 연극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며 부부생활은 노력의 연속이라는 것을 말해요. 부부가 서로 진심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요.”

지금의 결혼생활이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또 다른 사랑 꿈꾸지는 않아
결혼생활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숙제라는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문제와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실제 자신이 남편에게 했던 말들을 똑같이 하는 리자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면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생활은 상대를 잘 만나지 않으면 힘들겠구나,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역시 결혼생활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리자와 쥘은 참 잘 만났어요. 그러니 해피엔딩이 가능한 거예요. 둘 다 상대의 진심을 어느 정도 꿰뚫어볼 수 있는 시각을 가졌기 때문에 해피엔딩을 얻어낸 것이지, 어느 한쪽의 노력만 갖고는 힘들어요. 또 리자와 쥘은 서로간에 쌓인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갔기 때문에 갈등을 풀 수 있었지만 대개의 부부들이 그러지 못해요. 어떤 갈등이 생기면 싸우고 부딪혀서 해소해야 하는데, 보통 남자들은 더 이상 일이 커지는 것이 두려워 굴 속으로 들어가고, 여자들은 해소가 안 되니까 다른 사람을 만나서 남편을 헐뜯는단 말이죠. 갈등은 계속 잠재된 채 쌓여가고요.”

부부 간의 갈등 그린 연극으로 연기 도전한 허수경

결혼생활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숙제라는 허수경은 지금 출연중인 연극을 통해 자신의 문제와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결혼생활도 같은 패턴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싸우기도 하면서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포기했기 때문에 부부싸움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그는 극중에서 부부싸움을 하며 리자가 하는 말이나 남편 쥘의 반응이 실제 그들 부부가 싸울 때와 비슷해 예전에 우리도 저렇게 싸웠구나 싶어 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부부싸움이란 게 원래 당사자들한테는 심각하지만 남이 보면 웃기잖아요. 별 일 아닌데 싸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이제는 포기해서 그런지 예전에는 심각하게 생각했던 문제가 대수롭지 않게 느껴져요. 새삼스럽게 싸우는 것도 웃기고요. 그런데 포기하며 산다는 건 슬픈 거예요. 사람들은 ‘포기해라. 그러면 마음이 편하다’고 쉽게 말하지만 저는 사랑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결혼생활을 10년, 20년, 30년 해도 계속 사랑하고 싶거든요. 사람들은 그러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가능하다고 봐요. 문제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분리죠. 그 때문에 사랑에 많은 장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저 혼자의 힘으로 극복이 안 되더라고요.”
남편 백종학은 요즘 따로 작업실을 얻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날도 종종 있는데 그는 남편에게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다고. 남편 역시 연극 연습으로 늦게 귀가하는 그에게 시시콜콜 묻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늘 그런 것도 아니라고.
“남편은 필요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정말 할아버지 같은 잔소리를 잘 해요. 조선시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고지식하거든요. 자기한테 편리한 부분은 자유분방하고요. 한마디로 이기주의자죠. 저희는 정말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주의가 만난 거예요. 안 그래도 연극 보러 온다고 했는데 무엇을 느끼고 갈까 궁금해요(웃음).”
그러면서도 그는 “남편이 연극 연습할 때 한번 오겠다고 했는데 일부러 막 올리면 오라고 했다”면서 그가 연극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자 남편이 “때가 되면 다 하니 걱정 말라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며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저에게 남편은 친구 같고, 동지 같은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저희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사는 부부는 아니에요. 인생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난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편하게 지내는, 그야말로 ‘쿨한’ 부부예요. 남들이 볼 때 참 특이하게 사는 부부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요. 솔직히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내가 꿈꿔온 이상적인 삶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랑을 꿈꾸진 않아요. 이 세상에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사랑을 느끼게 해줄 남자가 없을 것 같아서요. 결혼생활을 통해 인생의 큰 깨달음을 준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살고 싶어 TV 활동 자제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여러 행사로 분주한 나날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라디오 진행과 연극 출연 외에 다른 일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한다. 공연이 2월27일에 끝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연극에만 몰두하기로 결심했다고.
“한 번을 하든, 열 번을 하든 주어진 일만큼은 목숨 걸고 하거든요, 과한 책임감 때문에 저를 많이 피곤하게 만들죠. 결벽증도 있고요. 지금도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데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지칠 것 같아서 봄이 오기 전까지 나는 없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어요.”

부부 간의 갈등 그린 연극으로 연기 도전한 허수경

수면 부족에 과로가 겹쳐 건강관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 요즘 그는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전에는 잘 먹지 않던 초콜릿을 피로회복용으로 먹곤 한다. 또 연기하기가 두렵거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마다 ‘괜찮다. 할 수 있다. 잘할 수 있다’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그의 생활신조는 ‘진실하게 순리대로 살자’. 그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물 흐르는 대로 살자. 자신을 속이며 살지 말자. 그리고 세상에 속지 말자’ 하며 살다보니 인생이 좀 피곤하지만 앞으로도 그런 마음가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이 작품처럼 불가항력으로 운명처럼 주어지는 일이 아니라면 다른 일을 더 벌이고 싶지는 않다”며 “차츰 일을 줄여나가면서 자연인에 가깝게 조용히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내보였다.
“지금도 ‘허수경의 가요풍경’ 외에 맡고 있는 고정 프로는 없어요. 특히 TV 활동은 자제하고 있어요. 진짜 나로 살고 싶어서요. 저 나름대로는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살고 있지만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하는 지금의 생활에서 좀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여성동아 2005년 1월 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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