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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마술사 렘브란트의 ‘ 야경’

■ 글·이주헌‘미술평론가’

입력 2004.12.01 15:09:00

빛의 마술사 렘브란트의 ‘ 야경’

렘브란트(1606~1669), 야경, 1642, 캔버스에 유채, 363×438cm,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렘브란트는 ‘야경’이라는 집단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이 작품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네덜란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경단을 조직해 자신들의 땅과 재산을 지키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지요. 그림은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사방으로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생기 있게 다가옵니다. 그들의 무기 역시 조용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날이 밝으면 경계가 다소 누그러지겠지만,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고통스럽게 되찾은 자신들의 땅과 이웃, 재산을 다시 잃거나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의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 부어 더욱 강한 나라를 만들겠지요. 렘브란트는 이와 같은 결의를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의 모델들은 자발적으로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인 만큼 작품 제작 비용도 모금을 통해 렘브란트에게 지불했다고 합니다. 물론 작품이 완성됐을 때 어둠으로 인해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거나, 얼굴이 가려진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렸다고 하네요. 바로 이 부분이 집단 초상화를 제작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모델이 된 이들은 모두 자신이 두드러져 보이기를 원하지만 화가는 전체의 구도와 완성도를 위해 인물 표현에 차이를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어쩔 수 없이 인물들의 비중이 달라집니다. 렘브란트는 공평한 화면 배분에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자칫 그림이 개인 초상들을 모아 짜깁기한 것처럼 초점도 없고 감동도 없는 어설픈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렘브란트는 욕을 먹을지언정 그 차이를 극적으로 살려 진정으로 감동이 넘치는 집단 초상화를 제작했습니다. 위대한 화가들은 결단력도 남다른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서양 초상화의 출현 연대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러나 전문적인 초상화가가 등장한 것은 홀바인 등이 활동한 16세기부터지요. 물론 그 이전에 다 빈치 등의 대가가 초상화를 그렸지만 모두 전문 초상화가는 아니었습니다. 전문 초상화가의 등장은 궁정에서 궁정화가를 고용하고 궁정초상화 및 귀족초상화가 본격적으로 그려진 16세기부터입니다.

여성동아 2004년 12월 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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