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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의 학구열 불붙이는 조규향 방송대 총장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승민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 2004.11.11 11:44:00

대학을 다니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다 뒤늦게 학위를 따기 위해 진학하던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가 최근 주부들을 위한 자아실현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주부를 위한 방송대’로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조규향 총장을 만나보았다.
주부들의 학구열 불붙이는 조규향 방송대 총장

“주부들이 공부를 하는 것은 자기계발의 첫 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부들이 학식을 쌓으면 가정이 튼튼해지고 사회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죠.”
지난 1972년 개교해 국내 대학으로서는 최초로 원격 교육을 실시해온 한국방송통신대학(방송대). 조규향 방송대 총장(62)은 방송대는 주부가 공부하기에 아주 좋은 체제를 갖추고 있다면서 주부들에게 배움의 길에 도전하라고 권한다. 방송대는 등록금이 한 학기에 30만원 미만으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으며 무시험 전형이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부할 수 있다.
현재 방송대에 재학중인 주부들의 수는 3만2천 명 정도로 전체 학생의 18%에 해당한다. 이는 10년 전 4.9%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으로 주부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 주부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학과는 교육학과이고 그 뒤를 국문과, 가정학과, 유아교육과, 중문과, 영문과가 잇고 있다. 이런 지원 경향으로 볼 때 시인이나 소설가 등 그간 접어두었던 문학에 대한 꿈을 뒤늦게 펼치거나 자녀 교육을 위해 방송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은 자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엄마가 먼저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면 아이들은 엄마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거든요. 영문과의 경우 자녀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 주부들이 많아요.”
방송대는 전국 14개 지역 대학과 35개 시군 학습관에서 출석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한 학기 6과목 중 3과목을 출석수업으로 진행하는데 캠퍼스마다 유아방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를 데리고 오는 주부들도 안심하고 수업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평일 낮에 강의실을 개방해 학창 시절의 기분을 느끼며 공부할 수도 있다고.
“주부들은 정말 공부를 하고 싶어서 방송대에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공부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죠.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학구열을 불태우는 주부들을 보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공부는 하고 싶을 때 해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조규향 총장은 인상 깊었던 한 주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날 쉰두 살의 주부가 일반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며 추천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총장실을 찾았다고 한다. 그 주부는 미술을 전공했는데 방송대 평생교육원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다 법률에 매력을 느껴 일반 대학원의 법학과를 가겠다며 추천서를 써달라고 했다는 것. 조 총장은 ‘대학원의 법률공부는 쉽지 않다’며 말렸으나 ‘꼭 해보겠다’는 주부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런 주부들의 열의는 ‘공주’라는 방송대만의 신조어도 만들어냈다고. ‘공주’는 ‘공부하는 주부’의 줄임말이다.

하고 싶을 때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 처음에는 큰 욕심내지 말아야
“주부가 공부를 시작할 때는 처음에 너무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좋아요. 공부를 안 하다 하면 힘들기 때문에 차근차근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으로 해야 합니다. 학위를 따는 것보다는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죠.”
방송대는 사회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들과 오랜만에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을 위해 가능한 한 교재를 쉽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TV를 통해 한번 들은 강의를 계속 들을 수 있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편리하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들을 위해서 점자 교재를 펴내고 TV 강의에 수화를 도입하는 등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주부들의 학구열 불붙이는 조규향 방송대 총장

조규향 총장은 학구열에 불타는 주부들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처음 방송대가 문을 열 때만 해도, 교수의 강의는 우편으로 이루어졌다. 교수가 학습내용을 우편으로 보내면, 학생은 이를 읽고 스스로 공부한 다음 과제물을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발전하면서 라디오를 통해 수업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TV와 인터넷, CD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원격 교육을 하고 있다.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학생들은 보다 쉽고 재미있게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셈. 방송대는 디지털 첨단 교육 매체를 활용해 쌍방향 원격 영상강의 시스템도 마련하고, 행정 시스템을 교체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방송대의 노력에 걸맞게 졸업생들의 활약상도 두드러진다. 문학계에서는 국문과 출신인 시인 박라연씨를 비롯해 이순주씨, 정혜숙씨 등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활동중이다. 또한 16년이 걸려 방송대를 졸업한 신용자씨는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 화제를 모았다. 사회에서 막강한 우먼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문정숙 숙명여대 교수,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17대 국회의원인 김영주, 박순자씨 등도 방송대 출신이다.
“방송대는 학벌보다는 학문을 위한 곳입니다. 10대에서 50대까지, 주부에서 정치인까지 다양한 재학생이 함께 하고 있지요. 그동안 방송대가 쌓아온 원격 교육의 노하우는 일본보다도 앞서 있어요. 방송대가 쌓은 교육 노하우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방송대는 그동안 규모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록을 세워왔다. 재학생수만 18만 명, 올해까지의 졸업생 수는 33만 명에 이른다. 조규향 총장은 2년 전 취임과 동시에 ‘대학의 양적 팽창뿐 아니라 질적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고 학생수에 맞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2천 명의 시간강사들의 수준을 높여 출석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고, 우수교재평가제를 운영해 학생들의 의견을 교재 편찬에 적극 반영했다. 또한 국제 학생증을 발행하고 계절 수업을 인정하는 등 학생편리를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도 입학원서를 접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었다.
또한 발전후원회를 만들어 발전기금 모금을 시작했다. 조규향 총장은 일반 대학에 5백만원을 기부하면 한 사람만 혜택을 받지만 방송대에 기부할 경우 10명이 1년 동안 공부를 할 수 있으므로, 불우한 학생을 돕고자 한다면 방송대에 기부해줄 것을 당부했다.
“앞으로 방송대는 평생교육기관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학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도록 비학위 과정도 늘릴 것이고, 인터넷을 통해 쌓은 콘텐츠를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언젠가 공부를 할 계획이면 지금 시작하고, 이미 시작했다면 즐겁게 하도록 하세요.”

여성동아 2004년 11월 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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