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여러 사람이 어묵을 하나의 간장 종지에 찍어 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것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나쁜 식습관이라고 지적한다.
주부 박혜원씨(38)는 점심때가 되자 밥상을 차려 먹는 것이 귀찮아 아침에 끓여놓은 김치찌개에 밥을 넣고 쓱쓱 비벼 먹었다. 빨래, 설거지, 집안 청소를 끝내고 난 뒤 동네 대형 할인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온 박씨는 배가 출출하자 어묵을 파는 노점에서 이웃 주부들과 함께 하나의 간장 종지에 어묵을 찍어 먹었다.
허기를 달래고 집에 돌아온 박씨는 서둘러 저녁을 준비했다. 오늘의 메뉴는 갈비구이와 된장찌개.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갈비를 먹기 좋게 구워서 접시에 담아 커다란 된장찌개 뚝배기와 함께 식탁 한가운데에 놓았다. 모처럼 일찍 들어온 남편은 잘 구워진 갈비에 반색했고, 부부가 오붓하게 식탁에 앉아 된장찌개를 떠먹으며 즐거운 저녁식사를 했다.
박씨의 이 같은 일상은 평범한 대한민국 주부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박씨가 무심코 행한 행위 중에는 질병, 특히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잘못된 식습관이 있다. 대충 끼니를 때우기 위해 한 가지 음식만 먹는다든지 고기 위주의 식단, 하나의 간장 종지를 놓고 여러 명이 함께 어묵을 찍어 먹거나 찌개를 놓고 온 가족이 먹는 행위는 모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나쁜 식습관이다.
다양한 음식 골고루, 천천히 먹어야
우리나라 주부들 대부분은 혼자 식사를 할 때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기가 어렵고 식사도 빨리 끝날 수밖에 없다. 대한암협회에서 권장하는 항암 식습관 중 첫 번째가 바로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다. 또한 음식을 빨리 급하게 먹을 경우 소화 효소가 충분히 분비되지 않는데,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들은 대장에서 산화·부패돼 체내에서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각종 관절염, 피부질환, 비만 등의 질병이 이러한 식습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비만은 잘 알려졌듯이 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국·찌개를 함께 떠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것 역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잘못된 식습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5월, 가정과 식당에서 무심코 행하는 비위생적인 식습관 8가지를 선정, 발표했는데 이 중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식생활 문화인 ‘찌개나 국 함께 떠먹기’가 포함돼 있다. 찌개나 국을 함께 떠먹으면 각종 균이 옮겨질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는 것.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경상북도는 가정이나 식당에서 찌개나 국을 먹을 때 각자 분량만큼 국자로 덜어 먹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올해 이를 위한 예산까지 따로 책정, 도내 1천5백여 곳의 일반 음식점에 국자 1천5백 개와 그릇 3천여 개를 지급하기도 했다.
국·찌개는 반드시 덜어 먹어야
찌개나 국을 함께 떠먹는 것이 비위생적인 것이라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이것이 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독 위암 발생률이 높은 것은 찌개·국 함께 떠먹기, 술잔 돌리기 등 한국인 특유의 음식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즉 위암 발병의 원인균으로 지목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이러한 식습관으로 인해 전염될 수 있다는 것.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면 유방암, 폐암, 위암, 방광암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94년 WHO (세계보건기구)가 주요 위암 발병의 원인으로 지정한 균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70~80% 이상이 이 균에 감염돼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어떤 경로로 감염되는지는 아직 정확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가족이 비슷한 수치의 감염률을 보이는 ‘가족 집적성’의 특징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국물이나 찌개를 같이 떠먹는 등 같은 환경, 비슷한 식습관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회식 자리에서 술잔 돌리기, 어묵을 사 먹을 때 간장 종지 하나를 두고 여러 사람이 찍어 먹는 것, 조리할 때 간을 본 숟가락을 다시 음식에 넣고 젓는 것 등도 이런 맥락에서 고쳐야 할 식습관들이다.
그렇다면 식습관과 질병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식습관이 질병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암의 30%는 잘못된 식습관이나 식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이는 흡연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농림부에서 지원한 정책과제인 ‘한국인의 식이와 건강에 관한 고찰’에 따르면 암 발생의 20~30%는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가장 높은 위암 발생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미국의 위암 발생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지역별·국가별로 암 발생의 위험 요인이 다른 것은 식습관 및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당장 고쳐야 할 잘못된 식습관 6
붉은색을 띤 육류
각종 연구 결과 특히 대장암과 육류의 관계는 상당히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장암의 발생을 높일 뿐만 아니라 암의 진행 과정 중 주로 후반부에 작용한다고 한다. 육류 중에서도 특히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같은 붉은색을 띤 육류가 주로 대장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고 닭고기, 오리고기 등 흰색 육류와 생선은 대장암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훈제식품이나 불에 탄 고기
불에 직접 굽거나 연기를 쐬는 식품들은 불완전 연소 시 나오는 연기 속에 함유된 발암물질인 PHA나 벤조피렌이 들어 있을 수 있다. PHA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디젤 엔진에 포함돼 있으며 벤조피렌은 담배에 들어 있는 유독물질이다. 숯불에 직접 굽는 ‘직화구이’의 경우 불에 떨어지는 기름이 타거나 동물성 단백질 섬유가 타면서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높은 온도로 조리한 음식은 항상 발암물질을 포함하게 되는데 고기를 300℃에서 15분 이상 구울 때 발암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인에게 유독 위암이 많은 것도 그들이 즐겨 먹는 생선구이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실험 결과에서도 불에 구운 고기에서 PHA가 다량 검출됐다.
해장술
술을 마신 다음날 숙취 해소를 위해 해장술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손상된 간에 독약을 붓는 것과 같다. 전문가들은 알코올로 손상된 간에 자극을 덜 주려면 물이나 차를 자주 마시고 저절로 깰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강조한다. 차나 물에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들어 있어 술 마신 다음날 많이 마시면 체액을 원상 복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 과일을 먹는 것도 숙취 해소에 좋은 방법이다. 과일에는 비타민과 당이 많이 들어 있어 숙취 해소에 효과적인데, 일반적으로 비타민 C와 당분이 많이 든 음식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햄·소시지 등 가공식품
최근 환경연합이 제기한 아질산염이 함유된 햄·소시지는 우려한 것만큼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지는 않다. 아질산염과 질산염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질산염과 질산염은 체내에 존재하는 여러 화합물과 반응해 니트로조아민이라고 불리는 화합물을 생성할 가능성이 높다. 동물 발암 테스트 결과 니트로조아민의 약 90%가 발암물질로 밝혀졌다. 그러나 아질산염과 질산염은 채소나 우리의 침 속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유해성 여부는 아직까지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오염된 견과류
땅콩 등 견과류가 오염되면 생기는 아플라톡신은 곰팡이의 일종으로 아주 잘 알려진 발암물질이며 독성도 강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지만 서아프리카와 중국 남부 지역에서는 간암이 많이 발생하는데 아플라톡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아플라톡신은 간장에서만 선택적으로 암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 낮은 올리브오일
스페인과 터키, 이탈리아 등지에서 생산된 올리브오일 가운데 일부 하급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돼 충격을 던진 적이 있다. 올리브오일은 정제 기술에 따라 ‘버진 올리브 오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등 중·고급 제품과 하급 제품인 ‘올리브 퍼메이스 오일’ 등으로 나뉜다. 이 중 문제가 된 것은 하급 제품인 올리브 퍼메이스 오일이므로 반드시 확인하고 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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