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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정상에 서다

영화 ‘귀신이 산다’로 ‘흥행배우’ 명성 재확인한 차승원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유진모‘스포츠서울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4. 11. 04

영화 ‘귀신이 산다’가 3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주인공 차승원의 코미디 연기가 또 한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귀신이 산다’는 그가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에 이어 네 번째로 히트시킨 코미디 영화. 당당히 흥행배우 대열에 합류한 차승원이 말하는 요즘생활.

영화 ‘귀신이 산다’로 ‘흥행배우’ 명성 재확인한 차승원

올초 한국 영화계에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각각 1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것. 그러나 그후 한국 영화는 지난해에 비해 현저히 저조한 흥행성적을 보이고 있다. 흥행성적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평단의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지난 추석 시즌 개봉해 전국 3백만 관객을 동원, 흥행돌풍을 일으킨 코미디 영화 ‘귀신이 산다’의 차승원(34)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차승원이라는 배우는 참으로 특이하다.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얼굴과 188cm의 훤칠한 키, 근육질 몸매로 권상우보다 일찍이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가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에 이어 ‘귀신이 산다’까지 연이어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며 코미디 전문 배우로 자리매김했으니 말이다.
“영화광 아들 노아, 늦둥이 딸 예니 생각해 더욱 독하게 일해요”
‘선생 김봉두’에서 그랬듯이 그는 ‘귀신이 산다’에서도 90% 이상 등장한다. 거의 모든 촬영에 그가 참여했다는 이야기. 듬직한 체구와 달리 겁이 많은 그는 한적한 시골의 촬영장에서 혼자 잠을 청하다가 문득 ‘아, 귀신이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 몰려드는 공포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고 한다.
차승원의 코미디 연기감각은 탁월하다. ‘귀신이 산다’에서 귀신 역을 맡아 차승원과 첫 공연한 장서희는 “자기는 표정 하나 안 변하면서 남을 웃기는 차승원씨의 유머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실제 차승원은 굴곡이 심한 과거를 지나왔고 성격 자체도 진지한 편이다. 촬영장에서도 틈만 나면 남들을 웃기지만 혼자가 되면 심각해진다. 스스로도 자신은 “어두운 구석이 많은 남자”라고 표현한다. 청소년기와 결혼 생활 초기 평탄치 않은 생활을 했다는 의미. 연상의 여자와 결혼해 첫아들 노아를 19세에 낳았으니 그 생활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영화 ‘귀신이 산다’로 ‘흥행배우’ 명성 재확인한 차승원

영화 ‘귀신이 산다’ ‘신라의 달밤’ 등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인 차승원은 당분간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어두웠던 과거를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그 과거를 잊으려는 건 아니다”고 말한다. 그 어려운 과거가 양질의 토양이 돼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는 한때 아내와의 불화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안 싸우고 사는 부부가 어디 있으랴. 차승원은 “우리도 여느 부부들처럼 티격태격하고 한동안 삐쳐 있다가 또 화해하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평범한 부부”라고 말했다. 더욱이 지난해 늦둥이 딸 예니(21개월)를 낳으며 부부간의 애정전선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예니를 생각해서도 요즘 더욱 독하게 일한다”는 그의 말 속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이 배어 있다.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 노아는 영화광이라고 한다. 노아는 제 나이답지 않게 영화에 대한 조예가 깊어 또래들이 ‘반지의 제왕’에 푹 빠져 있을 때 논란의 대상이 됐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봤다고. 노아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아빠인 그에게 꽤 심도 있는 영화평을 들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 대해서는 아들과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그는 “영화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아들로부터 내 영화와 연기에 대해 평가받는 것이 두렵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하루가 다르게 훌쩍 커가는 아들과 달리 뒤늦게 본 딸 예니는 한창 재롱을 피울 때라 왜 진작 딸을 낳지 않았을까 후회가 들 정도라고 한다.

영화 ‘귀신이 산다’로 ‘흥행배우’ 명성 재확인한 차승원

“‘귀신이 산다’ 개봉 직전에 홍보 때문에 바빠서 예니의 얼굴을 잘 못 봤어요. 그런데 어느 날 새벽 3시쯤 집에 들어가니 당연히 자고 있을 줄 알았던 예니가 문을 열고 ‘아빠?’ 하는 거예요. 정말 미칠 듯이 좋더라고요(웃음). 그 순간 제 표정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었을 거예요.”

당분간 코미디 영화는 사양, 진한 남자의 향기 느껴지는 영화 하고 싶어
88년 모델로 연예계에 첫발을 내딛고, 97년 영화 ‘홀리데이 인 서울’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이제 영화배우, 특히 코미디 배우로서 정상의 위치에 올랐다. 영화제작자들은 코미디 시나리오가 나오면 으레 그를 떠올리고 관객들 역시 영화 포스터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면 장르가 코미디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그에겐 오히려 고민거리인 모양이다. 그는 “관객이 코미디 연기를 주문할 때쯤 배우는 이미 코미디가 싫어지고 두려워지고 지겨워진다”고 말한다. 그는 당분간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곧 촬영에 들어가는 새 영화 ‘혈의 누’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물. 그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무관으로 등장한다. 그는 원래 운동으로 다져진 단단한 몸매를 자랑하지만 새 영화를 위해 검술과 무술 그리고 승마를 배우며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그는 언젠가 꼭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사람으로 장현수 감독을 꼽았다.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 등 느와르 영화를 탁월하게 연출해내는 장 감독과 함께 진한 남자의 향기가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광복절 특사’에 함께 출연한 설경구를 비롯해 이성재 강성진 성지루 김수로 등과 각별하게 지내고 있는 그는 앞으로 최민식 송강호 등 연기파 배우들과도 연기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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