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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돌아온 이 남자

영화 ‘주홍글씨’로 화려한 재기 노리는 한석규

■ 기획·구미화 기자 ■ 글·백경선 ■ 사진·홍중식 기자

2004. 11. 04

배우 한석규가 돌아왔다. 영화 ‘이중간첩’의 흥행 부진 이후 근 2년 만에 ‘주홍글씨’로 스크린에 복귀한 것.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탐욕적인 남자로 변신한 그를 만나 영화에 대한 열정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들어보았다.

영화 ‘주홍글씨’로 화려한 재기 노리는 한석규

지난 2002년 영화 ‘이중간첩’ 이후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배우 한석규(40). 그가 2년여의 공백을 깨고 스릴러풍 멜로 영화 ‘주홍글씨’로 팬들 앞에 섰다. 지난 10월19일 ‘주홍글씨’ 시사회가 끝나고 만난 한석규는 좀 야윈 데다 머리를 짧게 깎아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풍겼다.
영화 ‘주홍글씨’에서 그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강력계 형사 기훈 역을 맡았다.
“기훈은 남편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관능적인 사진관 여인(성현아)을 수사하면서 순종적인 첼리스트 아내(엄지원)를 두고 재즈싱어 가희(이은주)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눠요. 한 마디로 이 영화는 탐욕이라는 창에 인간의 본성을 비춰본 작품으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면 비싼 대가를 치른다는 메시지를 전하죠.”
복귀작을 고르는 데 무척 신중했을 그는 ‘주홍글씨’의 시나리오를 읽고 단번에 ‘이거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탐욕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과 많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아낸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세 아이 잠들기 전에 동화책 읽어주는 다정한 아빠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때의 이미지 때문인지 ‘반듯하고 부드러운 남자’라는 이미지가 강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거칠고 이기적이며 아내 몰래 불륜을 저지르는 바람둥이로 변신, 이은주와 파격적인 전라 베드신을 선보였다. 지금껏 관객들에게 아무런 의미 없는, 다만 눈요깃거리로서의 베드신을 거부해왔다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베드신이기에 과감하게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베드신을 볼 때 배우 이은주와 한석규가 아닌 가희와 기훈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베드신에 대해 “아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냐”고 묻자 그는 오히려 아이를 걱정했다.
“제 처는 시나리오만 보고 아직 영화는 못 봤어요. 지금 많이 궁금해하고 있는데, 처는 괜찮아요. 그런데 여섯 살짜리 첫아이가 걱정입니다(웃음).”
하지만 그에게 베드신보다 더 힘들었던 연기는 영화 후반부에 이은주와 함께 자동차 트렁크에 갇히는 장면. 그는 “관객들이 이 장면을 보며 지옥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는데 실제로 지옥에 잠깐 갔다 온 것처럼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주홍글씨’는 95년 ‘닥터 봉’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에게 10번째 작품이다. 10년이 흐른 지금, 그는 배우 한석규에 대해 “이제 좀 쓸 만해졌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연기도 많이 좋아졌고, 얼굴도 좀 볼 만해졌죠. 전에는 인생의 쓴맛을 모르는 얼굴이었는데….”
그는 지난 5년여 동안 침체기를 겪으며 인생의 쓴맛을 봤다. 99년 ‘쉬리’ 이후 3년간의 공백 끝에 나온 ‘이중간첩’이 기대만큼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지난해 처음 제작에 참여한 영화 ‘소금인형’이 촬영 도중 중단된 것. 하지만 그는 시련을 겪으며 오히려 삶의 여유를 배운 듯했다.
“사람이 세상을 살 때나 연기를 할 때 당연히 고저장단은 있는 법이죠. 크게 개의치 않아요. 앞으로 이보다 더 혹독한 경험을 할지 모르는데요(웃음).”
한때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던 그가 최근 몇 년간 침묵하면서 또 하나 얻은 것은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는 것. 이미 여섯 살, 네 살, 두 살배기 세 아이를 둔 아버지인 그는 기회가 된다면 넷째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한다.

영화 ‘주홍글씨’로 화려한 재기 노리는 한석규

한석규는 이번 영화에서 엄지원·성현아·이은주 세 여배우를 독점하는 행운(?)을 누렸다.


“집사람이나 저나 모두 막둥이라서(그는 4형제 중 막내고, 그의 부인은 5남매 중 막내다) 아이 욕심이 좀 많아요. 지금도 저희 식구는 모두 한방에서 잠을 자요. 아내도 성우였고 저도 성우 출신이라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정말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세요? 소리까지 좋은, 정말 괜찮은 그림이죠. 넷째를 가져도 좋겠는데 넷째를 낳으면 어디에 재워야 좋을지 고민해봐야겠는 걸요(웃음).”
상대역인 이은주가 그의 단점으로 “너무 가정적인 것”을 꼽을 만큼 그는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다.
“연인 연기를 해야 하다보니 촬영장에 오면 한석규 선배님과 진짜 사랑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선배님이 자꾸 집으로 전화를 거니까 그런 감정이 깨지더라고요(웃음).”
항간에 그가 감독 데뷔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어 이에 대해 물으니 그는 아주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감독은 세상을 향해 이야기를 하거나 화두를 던지는 사람이고, 배우는 그런 감독의 이야기를 몸으로 실어 나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었는데 이제는 문득 문득 세상을 향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져요. 그렇다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예전 같으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작품을 기다렸다가 연기로 대신했을 텐데 요즘은 다른 생각도 하게 된다는 거죠.”
1년만 지나도 ‘떴다 사라지는 별’이 수두룩한 연예계에서 5년여의 침체기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하지만 그는 오히려 새롭게 도전하는 기분으로 일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그는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배우라는 직업이 추억을 만드는 일인 것 같다며 “앞으로 후대의 관객들과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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