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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등굣길 안전 지도하는 주부 서현숙

“아이들이 모두 무사히 교문을 들어서면 가슴 가득 뿌듯함이 밀려와요”

■ 기획·최호열 기자 ■ 글·송구슬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4.11.03 18:08:00

6년째 일주일에 한번씩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에서 등굣길 안전지도를 하고 있는 서현숙씨(37).
내 아이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보람에 피곤함을 모른다는 그의 봉사활동 체험담.
초등학생 등굣길 안전 지도하는 주부 서현숙

오늘은 일주일에 하루 녹색어머니회 어린이 등교안전지도 봉사를 하는 날이다. 제복과 모자, 흰 장갑, 호루라기, 안내 봉까지 빠진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챙기고 학교로 향한다. 봉사가 있는 날은 첫째 초희(13)가 동생 예희(10)까지 챙기는데 이젠 제법 잔소리까지 해가며 야무지게 언니 노릇을 하고 있다.
초희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부터 이 일을 시작했으니 벌써 6년째로 접어든다. 늘 아기처럼 여겨지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어린이 교통사고였다. 특히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대로변에 있는 데다 신호등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교문 앞은 인도가 좁고 지나는 차량이 많아 등하굣길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등하교 안전지도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안내문을 받고 주저 없이 지원했다.
오늘 등교지도를 할 곳은 학교 앞 대로변 건널목이다. 신호등이 있기는 하지만 내리막길의 끝인 데다 화물차가 자주 오가는 곳이라 어른들도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얘들아,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건널목 앞에서 그렇게 밀고 장난치면 안 돼요.” 먼저 나온 채영 엄마가 개구쟁이들과 씨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도 흰 장갑을 끼고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맞은편 건널목에 자리를 잡았다.
8시20분. 등교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다. 친구를 만나 재잘거리는 아이, 큰 소리로 길 건너편 친구를 부르는 아이, 책가방을 낚아채고 도망가는 아이…. 횡단보도 앞이 순식간에 통제불능이 되는 순간이다. 보도블록 아래에 내려서 신호를 기다리는 녀석들도 있다. 파란불이 들어오면 언제든 쏜살같이 달려갈 태세다. “삐-익! 올라서세요. 뒤로 물러나!” 차도에 내려섰던 아이들이 호루라기 소리에 놀랐는지 냉큼 보도블록 위로 올라섰다.
파란불이다. 차량을 통제하고 좌우를 확인한 후 아이들이 길을 건너도록 한다. 아까 호루라기 소리에 놀랐을 개구쟁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너희들 언제나 차 조심, 알지?” 하고 웃으니 “예!” 하고 시원하게 대답하고는 건너간다.
그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민경이(11)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이웃에 살던 민경이는 웃을 때 덧니가 예쁜 아이였다. 그때 그 사고만 아니었더라면 민경이도 저렇게 즐겁게 등교를 하고 있을 텐데….
하굣길 교통사고 많은데 봉사 일손 모자라 안타까워
초등학생 등굣길 안전 지도하는 주부 서현숙

2년 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민경이는 바로 이 건널목에서 사고를 당했다. 차도에 내려와 신호를 기다리다가 파란불이 들어오자마자 무턱대고 달려나간 것이다. 당시 횡단보도 앞엔 커다란 트럭이 불법주차해 있어 민경이도 내려오던 차도 서로를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다. 민경이는 전신골절과 뇌손상을 당해 아직도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그때 불법주차한 트럭만 없었더라면, 운전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아니, 주변에 민경이를 조심시켜줄 어른이 한 명만 있었더라면…. 하교지도를 해주는 녹색어머니회 봉사자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사고였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아이들은 등교시간보다 하교 시간이 더 들뜨게 마련이다. 실제 어린이 교통사고도 하교시간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하교 안전지도가 필요하지만 하교시간이 학년마다 달라 지도에 어려움이 있고 봉사인력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초등학생 등굣길 안전 지도하는 주부 서현숙

서현숙씨는 등하교 안전지도를 하다보니 학생들이 모두 아들딸같다고 한다.


많은 엄마들이 자기 아이의 안전은 걱정하면서도 아이들의 등하교시 교통지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간과한다. 통계에 의하면 하루 평균 1.2명의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그중 30%가 등하교 길에 사고를 당한다고 한다.
어제는 교통지도담당 경찰관이 학교에 나와 아이들에게 교통안전교육을 해주었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는 길을 건너면 안 된다고 하자 한 아이가 “우리 엄마는 ‘엄마 손 잡고 뛰어’ 그러는데요” 하고 말해 교실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하지만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무단횡단으로 이끄는 손은 아이를 위험으로 내모는 손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교통안전교육을 받는 것을 참관하다보면 정작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은 어른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들의 주의력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어서 조심을 하다가도 잠깐 다른 곳에 한눈을 팔다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교통안전에 대해서만은 어른들이 내 아이, 남의 아이 구별할 것 없이 신경을 써야 한다.
지각하지 않으려고 헐레벌떡 뛰어가는 아이들까지 모두 교문으로 들어서는 것을 확인하고 함께 봉사한 엄마들과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이 수업 시작종이 울린다. 초희와 예희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지? 오늘도 등굣 길에 다친 사람 하나 없이 무사히 교실에 앉아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집으로 가는 길, 다리는 뻐근해도 마음만은 가볍기 그지없다. 내가 없었다면 벌어졌을지도 모를 불행한 일들로부터 내 아이와 우리의 아이들을 지켜낸 것만 같아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나 오늘 칭찬받아 마땅하지?’


여성동아 2004년 11월 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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