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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보일 듯 말 듯~ 결혼식에 숨겨진 사랑의 상징

■ 글·이주헌‘미술평론가’

2004. 11. 03

보일 듯 말 듯~ 결혼식에 숨겨진 사랑의 상징

얀 반 에이크(1384~1441), 아르놀피니 부부, 1434, 나무에 유채, 81.8×59.7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얀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는 결혼식을 치르는 신랑과 신부를 그린 그림입니다. 교회나 예식장이 아닌 가정집에서 식을 치르는 것이 좀 낯설게 느껴지는데 이 무렵에는 이처럼 집에서도 결혼식을 치르곤 했다는군요. 두터운 외투를 걸친 신랑은 왼손으로 신부의 손을 잡고 오른손을 들어 선서를 하고 있습니다. 검은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겠다는 맹세이지요. 두 남녀의 표정에서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화가는 배경의 사물을 통해서도 선서의 내용을 관객에게 친절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한번 살펴볼까요? 부부 사이의 개는 충성심, 곧 부부간의 정절을 나타냅니다. 벗어놓은 신발은 결혼 서약의 신성함을, 벽에 걸린 묵주와 거울은 순결을 상징하지요. 창틀의 과일은 선악과를 상기시켜 원죄 이전의 아담과 이브를 지향하게 합니다. 샹들리에에 켜 있는 단 한 개의 촛불은 눈동자처럼 우리를 살피시는 하느님, 혹은 하느님의 가호를 나타내지요. 이처럼 화가는 평범한 사물을 통해 그림의 주제를 뚜렷이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상징들을 이용해 관객들에게 이 부부가 결혼을 얼마나 소중하고 거룩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게 합니다. 그런데 결혼식에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증인들이죠. 이 그림에는 증인과 하객이 그려져 있지 않군요. 증인은 어디 있는 걸까요? 벽에 걸린 거울을 보면, 부부 사이로 두 남자가 아주 작게 비쳐 있는 게 보입니다. 그들이 바로 증인들이지요. 그들은 그림 앞쪽(바깥쪽)에 있어 화면에는 보이지 않고 거울에만 비친 것입니다. 화가의 기지가 돋보이는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상징’은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관념이나 의미를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다”라고 할 때 평화라는 관념이 비둘기라는 사물에 실려 표현된 것이지요. 얀 반 에이크를 비롯해 옛날 화가들은 상징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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