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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주목할 만한 교육법

송유근의 어머니가 들려준 ‘늦된 아이 영재로 키운 육아법’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 취득한 여덟 살 과학영재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태균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4.10.06 10:35:00

지난 8월 말 어른들도 어렵다는 정보처리기능사 시험에 여덟 살 어린이가 합격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1, 2차 시험을 뛰어난 성적으로 통과한 송유근군은 구구단을 익힌 지 7개월 만에 미적분 문제를 풀 정도로 뛰어난 영재. 어머니 박옥선씨에게 늦된 아이였던 유근군의 재능을 이끌어낸 육아법에 관해 들었다.
송유근의 어머니가 들려준 ‘늦된 아이 영재로 키운 육아법’

정보처리기능사는 전자계산기 일반과 정보통신 일반, PC 운영체제 등 4개 과목의 필기시험과 프로그램 작성 등 2차 실기시험에서 평균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다. 그동안 필기와 실기를 연이어 합격한 최종 합격률이 32.6%에 불과할 정도로 청소년은 물론 성인도 쉽지 않은 자격 시험이다.
유근군은 영어 듣기와 말하기는 물론 미적분 문제까지 술술 푸는 영재. 구구단을 외운 지 7개월 만에 미적분을 풀고 초등학교 6년 과정을 단 3개월 만에 끝냈다. 이번 기능자격시험 역시 학원에 다니지 않고 한달 동안 독학으로 공부해 필기시험에 합격한 유근군은 실기시험 또한 가정용 컴퓨터를 이용해 혼자 연습하며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면 유근군은 언제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을까. 유근군을 낳고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든 어머니 박옥선씨(45)는 유근군이 영재는커녕 오히려 늦된 아이였다고 말한다. 그 때문에 박옥선씨는 지난해 유근군이 유치원에 입학한 뒤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유근군이 유치원이라는 낯선 환경과 새로운 친구들에게 적응을 하지 못한 것. 그 사실을 몰랐던 박씨는 어느 날 유근군으로부터 아이들이 자꾸 자기를 툭툭 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유치원에 알아보니 유근군에게 호감을 느낀 아이들이 친근감의 표시로 접근한 것을 수줍음이 많은 유근군이 잘못 받아들인 것이었다.
다행히 그 문제는 해결이 되었지만 그 후로도 유근군은 유치원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박씨는 고민 끝에 유치원 교사에게 상의를 했는데 유근군이 또래 친구들보다 의사소통이나 자기 표현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유치원 생활에 적응 못해 집에서 교육시키면서 숫자에 대한 재능 발견
송유근의 어머니가 들려준 ‘늦된 아이 영재로 키운 육아법’

자신의 아이가 또래보다 늦되다고 생각한 박씨는 직접 교육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유치원을 그만두게 한 박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늦되다’는 말은 듣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한글과 구구단을 가르쳤다. 그런데 구구단을 익힌 유근군이 전에는 몰랐던 호기심과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숫자에 대한 호기심이 갈수록 커지면서 수학과 과학에 대한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유근군은 구구단을 익힌 지 7개월 만에 미적분 문제를 풀 정도의 수준에 오르게 되었다.
엄마 박씨는 무엇보다 틀에 박힌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의 특성을 파악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박씨는 지식을 직접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깨닫고 공부하도록 유도했다.
스스로 배우는 교육은 일상생활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엄마 박씨는 공부 시간을 정하지 않고 아이가 원하는 시간에 공부를 하도록 했다. 대신 일상생활을 하면서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것을 늘 살피고 아이가 관심을 보이도록 이끌었다.
아이가 숫자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은 박옥선씨는 길을 걸을 때도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바퀴가 4개지. 그럼 자동차 3대가 지나가면 바퀴가 모두 몇 개일까?”라는 질문을 주고받으며 아이의 관심을 이끌어낸 것. 길거리에 걸려 있는 간판의 전화번호, 버스 번호, 가격표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유근군과 엄마 박씨에게는 숫자놀이를 할 수 있는 소재가 되었다.

송유근의 어머니가 들려준 ‘늦된 아이 영재로 키운 육아법’

박옥선씨는 아이에게 직접 공부하는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싶어 도서관에 자주 데리고 다닌다.


유근군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놀이공원과 유원지, 동물원이다. 특히 집에서 가까운 롯데월드 놀이공원은 유근군의 놀이터이자 배움터. 처음 놀이공원에 갔을 때는 아이가 탈 것과 볼거리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다양한 것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물리학에 관심이 많은 유근군에게는 놀이공원은 거대한 실험실이나 다름없었던 것. 박옥선씨는 유근군이 놀이기구를 타면서 책에서만 접했던 중력과 운동법칙 등 과학적 사고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동안 유근군과 함께 놀이공원에 거의 매일 출퇴근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진과 ‘사자’라는 글자만으로 아이에게 사자가 무엇인지를 가르칠 수는 없어요. 아이가 사자가 뭐냐고 물어오면 직접 동물원에 가서 사자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죠. 물론 귀찮고 힘이 들죠. 하지만 비싼 책을 사주는 것보다 아이에게 훨씬 생생한 감흥을 줄 수 있어요.”
박옥선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흥미가 끊이지 않도록 돌봐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일단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흥미를 붙이기만 하면 쉽게 몰입하는 집중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 강압적이기보다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물론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한 분야는 자연스럽게 유도해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박씨는 유근군을 서점과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며 아이가 원하는 책을 스스로 골라 마음껏 보도록 했다. 특히 도서관은 아이에게 공부하는 분위기를 직접 느끼게 하는 한편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좋은 장소라 자주 방문한다고.
유근군의 집에서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고 한다. 엄마 박씨는 물론 할머니조차 늘 성경책을 읽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 것. 그 때문인지 유근군에게 독서는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아침마다 고전음악이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문 들려줘
박옥선씨는 아침에 TV를 켜는 대신 아이에게 고전음악을 들려주거나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영어연설문을 들려준다. 반복해서 청취한 이 연설문을 시도 때도 없이 암송하는 것은 유근군이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 아직 어린 유근군이 연설문의 의미나 고전음악의 깊은 감흥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엄마 박씨는 언젠가는 그 깊은 감동이 가슴속에 스며들 것이라고 믿고 있다.
초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유근군은 현재 인하대 과학영재교실에 다니고 있다. 과학영재교실은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과학수업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대부분 서너 살 위의 형과 누나들이지만 유근군은 이 수업을 매우 즐거워한다.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이공계 계열의 값비싼 전문서적을 구입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어요. 대학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이 고작이죠.”
이밖에 유근군은 일주일에 세 번 발레 학원에 다니고 있다. 우연히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을 보고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 것. 처음에는 여자아이들이 대부분인 발레 학원에 수줍음을 많이 타는 유근군이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을 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엄마 박씨는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쉽게 익숙해지고 즐길 줄 알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박옥선씨는 유근군이 수학과 과학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한 아이라고 말한다.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 처음에는 유근이가 학교에 다니지 않아 친구들과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걱정한 게 무색할 만큼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송유근의 어머니가 들려준 ‘늦된 아이 영재로 키운 육아법’

유근군은 혼자 가정용 컴퓨터를 이용해 연습하여 정보처리기능사 실기시험을 준비했다.


그렇다고 유근이에 대해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재능에 비해 부모의 뒷바라지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과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 박옥선씨는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아이를 유학 보내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데 국내 교육 현실상 과학영재가 그에 걸맞는 교육을 받기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과학영재들은 조기 유학을 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엄마 박씨는 검정고시를 통해 초등학교를 건너뛰게 하고 상급학교에 진학시킬 생각도 했지만 만 12세까지 검정고시를 볼 수 없다는 교육부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행정소송까지 냈지만 법원은 “어린이들에게 사회 적응력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의무교육의 취지에 따라 검정고시 연령제한 규정을 둔 것은 정당하며 12세 이전의 검정고시는 불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아이들은 누구나 한 가지씩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세심한 관심을 쏟으면 아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 수 있죠. 그것을 빨리 파악해 아이를 이끄는 것이 중요해요. 과학영재도 스포츠나 음악, 바둑 등 다른 분야의 영재처럼 행정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게 저와 유근 아빠의 바람이에요.”
영재도 그에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하면 평범한 학생이 된다고 한다. 유근군의 지적 욕구에 걸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빨리 열리기를 바란다.

여성동아 2004년 10월 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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