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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일랜드’의 귀여운 백수건달 김민준

“할 일 없이 빈둥대는 백수 재복, 제 예전 모습과 닮았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정경희‘스포츠조선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MBC 제공

2004. 10. 04

김민준의 파격적인 변신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다모’의 ‘장성백’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가 ‘아일랜드’에서 웨이브진 머리에 핀을 꽂은 채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백수건달을 연기하는 것. 망가져도 멋진 남자 김민준의 일과 사랑 & 드라마 촬영 뒷얘기.

드라마 ‘아일랜드’의 귀여운 백수건달 김민준

‘한마디로 싸가지. 겨울에도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촌닭이다. 말만 앞서고 돈도 없다. 실업자에 비굴하기까지 하다. 여자를 꼬시는 재주는 남다르다. 그 재주마저 없었다면 거리에서 동사했을 것이다. 그러다 중아(이나영)를 만난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인공호흡을 해준 그녀에게 자기랑 키스를 했다며 치근댄다. 그러다 점점 그녀를 통해 자신의 초라함을 깨닫는다. 조금씩 변화하며 인간이 되기 시작한다.’
MBC 미니시리즈 ‘아일랜드’의 시놉시스에 적힌 ‘이재복’의 캐릭터다. 2002년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화제를 모았던 ‘네 멋대로 해라’의 인정옥 작가가 내놓은 이 캐릭터에 맞는 남자 연기자를 섭외하기 시작한 MBC가 최종 선택한 배우는 김민준(28). 사실 김민준이 이재복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기 전까지 적지 않은 남자 배우들에게 시놉시스가 전달됐지만 모두들 이재복이라는 캐릭터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한다. 매력이 있지만 난해한 역할이라는 것이 그 이유. 그런 역할에 김민준이 최종 낙점됐을 때 제작진에선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사랑을 느낀 여인이 어려서 해외입양을 보낸 자신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후 갈등을 겪는 이재복이란 인물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 것.
9월1일 ‘아일랜드’가 첫 방송됨에 따라 뚜껑은 열린 상태. 초반 4회까지는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너무 어색하다” “연기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등 혹평이 쏟아졌던 것. 그런데 5회가 방송된 뒤부터 “어느 순간 이재복이 실제 김민준의 모습인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가 자연스러워졌다”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재복 역을 맡지 않았다면 듣지 않아도 됐을 혹평을 그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는 시청자들의 평가와 상관없이 “‘아일랜드’에 출연한 것이 일생일대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말한다.
“진지하거나 많은 고통을 짊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좋아요. 특히 아픈 것도 웃으면서 얘기하는 스타일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요. 제 연기에 미흡한 부분이 많아 죄송스럽지만 많은 것을 배워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

“취향이 비슷한 여자 만나고 싶어요”
인정옥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 때문이겠지만 ‘아일랜드’는 기존의 드라마들과 달리 독특한 장소, 엉뚱한 순간에 남녀가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확인한다. 때문에 카페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을 찾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건 고층빌딩 창문 청소를 하던 김민준이 이나영과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애틋한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
“밧줄 하나에 의지해 건물 13층 높이에 매달려 있으려니 고소공포증 때문에 정말 무섭더라고요. 한꺼번에 다 찍어야 한다고 해서 몇 시간 동안을 밧줄에 매달린 채 커피도 마시고, 무전기로 스태프들과 통화도 했다니까요. 상상이 되세요(웃음)?”

드라마 ‘아일랜드’의 귀여운 백수건달 김민준

그는 이나영이 그의 상처를 꿰매는 장면을 찍을 때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특수분장을 하기는 했지만 이나영이 찌르는 바늘이 혹시 살을 뚫고 들어오지 않을까 겁이 났다고. 시청자들 눈엔 두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비쳐졌지만 당시 그의 관심은 엉뚱한 곳에 쏠려 있었던 것이다.
김민준은 극중 에로배우인 김민정과 동거를 하고 있지만 유부녀인 이나영과 사랑에 빠진다. 드라마에서 두 여자를 놓고 갈등하는 그에게 실제 이상형은 어떤지 물었더니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한다.
“저는 채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상대는 채식을 좋아하고, 저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상대는 그렇지 않으면 아무래도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겠죠. 함께 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이 좋아요.”
그런 여자 친구가 곁에 있느냐고 물으니 “없다”고 말한다. 부산에 사는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서울 생활을 하고 있는데 남자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보니 여자 친구를 사귈 틈이 없다고.
극중 동네 아이들에게 푼돈을 뜯어내는 비굴한 건달이었던 재복은 우연한 기회에 경호회사에 취직해 유도를 배운다. 드라마에서의 어설픈 유도 실력이 기억에 남아 “할 줄 아는 운동이 있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한때 유도 선수였다고 밝혔다.
드라마 ‘아일랜드’의 귀여운 백수건달 김민준

김민준은 ‘아일랜드’에서 에로배우 김민정과 동거하다 유부녀인 이나영과 사랑에 빠진다.


“동아대 경기지도학과에 입학했을 때 택한 전공이 유도였는걸요. 국가대표 선수였던 하형주 교수님이 제 은사님이세요. 지금은 교환교수로 미국에 계시지만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드라마에서 유도하는 걸 많이 보여줘서 유도의 저변을 넓히라고 하셨는데 뒤늦게 유도를 엉망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죄송한 마음이 커요.”
대학 졸업 후 오랜만에 유도복을 입은 그는 감회가 새로웠다고 한다.

고3 때 헤어밴드 하고 다녀 ‘촌티 패션’ 어색하지 않아
양복 차림을 해야 하는 경호원으로 취직해 사정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드라마 초반 그는 ‘촌티 패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훤칠한 키와 서구적인 외모를 지닌 그가 헝클어진 머리에 빨간색 머리핀을 꽂고, 후줄근한 꽃무늬 티셔츠까지 입고 나온 것.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3 때 헤어밴드 하고 다녔어요(웃음). 그때는 그게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과거(?)가 있다보니 이런 패션이 부담스럽지 않네요.”
더욱이 그는 자신의 실제 모습이 오랫동안 백수 신세로 지낸 재복과 닮았다고 말했다. 대학 1학년 때 패션모델을 하겠다며 서울로 상경한 그는 한동안 백수나 다름없는 시절을 보냈다고.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알린 KTF CF와 ‘다모’에 출연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여전히 청년실업자로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드라마 ‘아일랜드’의 귀여운 백수건달 김민준

‘아일랜드’는 김민준, 김민정, 이나영, 현빈 4명의 젊은이들이 엮어가는 사랑이야기를 독특한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남자 모델로 산다는 것이 이만저만 고충이 심한 게 아니에요. 수입은 적고, 대우는 형편없고. 특히 전 IMF 때 활동을 해서 정말 일거리가 없었어요. 남성잡지에 메인 모델로 한 번 나서려면 바늘구멍 같은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했죠. 하지만 누구에겐들 그런 힘든 시절이 없었겠어요.”
그 때문인지 그는 패션모델로 활동할 당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특히 ‘풀하우스’로 주목받은 모델 출신 연기자 김성수와 절친한 사이. 그는 ‘풀하우스’에서 비와 송혜교의 결혼식 장면을 촬영할 때 카메오로 깜짝 출연을 했는데 김성수와의 우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오랜 기간 모델로 활동하며 배우의 길을 모색했던 그는 이재규 PD의 눈에 띄어 ‘다모’에 캐스팅됐고, 첫 작품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스타가 아니라 배우가 되는 것. 이제 겨우 두 편의 드라마를 찍고, 세 번째 작품에 푹 빠져 있는 그는 연기자로서 아직 여물지 않은 자신이 ‘아일랜드’를 통해 배우로 성장하는 돌파구를 마련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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