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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윤희정 교수가 일러주는 애완동물 위험성 & 유의사항

개 회충에 감염되면 실명할 수 있다!

■ 기획·김유림 기자 ■ 글·이승민‘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2004. 09. 02

사람과 친구가 되어 한가족처럼 생활하는 애완동물. 하지만 최근 애완동물의 배설물에 있는 기생충과 병원성 세균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의기생충학과 윤희정 교수를 만나 연구 결과와 애완동물을 키울 때 주의할 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서울대 윤희정 교수가 일러주는 애완동물 위험성 & 유의사항

서울대 수의기생충학과 윤희정 교수는 애완견을 키울 때는 반드시 전염병 관련 정보를 사전에 알아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초 다섯 살 어린이가 개 회충에 감염되어 실명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이에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의미생물학교실 및 수의기생충학교실과 공동으로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애완동물 배설물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애완동물이 갖고 있는 병원체가 인체에 감염되어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수의기생충학과 윤희정 교수팀과 박용호 교수팀은 서울과 수도권의 애완동물 사육 가정과 애견 카페, 공원에서 발견한 애완견의 배설물 79점과 가정에서 사육되거나 청계천 상가에서 판매 중인 이구아나의 배설물 31점을 수거하여 기생충 실험과 병원성 세균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애완견 배설물 79건 가운데 10건에서 기생충이 검출되었고, 이 중 2건의 배설물에서는 어린이에게 실명 및 신경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개 회충이 검출되었다. 개 회충은 개의 소장에 기생하는 기생충으로 배설물과 입맞춤을 통해 사람에게 전이될 수 있으며, 특히 어린이가 감염되면 체중감소, 식욕감퇴 등이 나타날 수 있고, 혈액의 흐름을 따라 사람 눈에 들어간 개 회충의 유충은 망막염과 내안구염 등을 일으켜 실명 위기 또는 실명에까지 이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병원성 세균 실험 결과에서는 조사대상 중 21건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캄필로박터균 등이 검출됐다.

개회충의 성충 입에 있는 개와 입맞추면 실명 위험 있어
또한 이구아나 배설물에서는 31건 중 2건에서 기생충인 선충류가 검출되었으며 27건에서 살모넬라균과 황색포도상구균 등 병원성 세균이 검출되었다. 살모넬라균은 돼지, 개, 사람 등 포유동물의 장에 살고 있는 세균으로 식중독을 일으키며, 어린이나 노약자같이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감염 위험이 높다. 특히 어린이가 감염되면 심한 탈수증상과 고열이 나타나 치명적인 패혈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연구 결과만 놓고 보면 당장이라도 애완동물을 멀리해야 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전염 경로를 잘 알고 사전에 예방만 하면 애완동물과 동고동락하면서도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이번 연구를 진행한 윤희정 교수(49)는 “이번 연구 결과로 애완동물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 개 회충의 전염 경로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애완견의 몸속에 살고 있는 개 회충의 충란은 배설물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 후 26~30℃에서 2주 정도 방치되면 성충으로 자란다. 애완견이 이 배설물에 입을 대면 성충이 입으로 옮겨지고, 애완견과 사람이 입을 맞추면 성충이 사람 몸속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몸속에 들어간 기생충은 간으로 이동하는데 면역력이 강한 사람들의 경우 간의 면역세포가 기생충을 둘러싸 박멸하기 때문에 별 자각 증상 없이 기생충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의 경우 혈관을 타고 눈이나 중추신경계, 폐, 신장 등으로 이동하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애완견의 분비물을 2주 넘게 실내에 방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실내에서 애완견을 키울 경우 전염의 위험은 극히 드물다고 이야기한다. 더군다나 애완견의 배설물을 통해 나온 충란은 2주가 되기 전에 사람에게 전염될 경우 바로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배설물만 제때 치우면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애완견을 데리고 다른 동물들이 많이 다니는 공원이나 놀이터 등에 갔을 때가 가장 위험해요. 자신의 애완견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다른 동물의 배설물에 접촉할 경우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기생충에 감염이 되거든요.”

서울대 윤희정 교수가 일러주는 애완동물 위험성 & 유의사항

애완견의 분비물을 통해 땅에 떨어진 충란은 자연계에서 3~5년 정도 생존하며 지속적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애완견의 배설물로 오염된 땅은 기생충의 서식지가 되어 기생충을 전염시키게 된다. 따라서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할 경우 애완견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산책하기에 앞서 비닐봉지와 나무젓가락을 챙겨 자신의 애완견이 배설했을 때 반드시 배설물을 수거해 오도록 한다. 또한 두달에 한 번 구충제를 복용시켜 기생충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정기적으로 애완견의 분비물을 검사함으로써 기생충 여부에 대해 사전 진단을 하고 치료한다면 안심하고 애완견을 키울 수 있다.
“애완견을 키울 경우 위험성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아요.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고, 가족 모두가 애완견을 중심으로 모이기 때문에 대화가 없던 가정도 화목해질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식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단지 사랑하는 애완동물과 오랫동안 생활하기 위한 기본 상식을 알려준 것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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