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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부부 살아가는 이야기

9년 만에 가수 활동 재개한 가수 박남정 허은주 부부 인터뷰

“예전의 인기 되찾지 못한다 해도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 든든해요”

■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09.01 16:34:00

80년대 후반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가수 박남정. 그가 9년이란 오랜 공백 끝에 새 앨범을 들고 팬들을 찾았다. 지난 99년 결혼해 두 딸을 둔 박남정·허은주 부부를 만나 결혼생활과 음악이야기를 들었다.
9년 만에 가수 활동 재개한 가수 박남정 허은주 부부 인터뷰

댄스가수가 흔치 않았던 80년대 후반, 박남정(39)은 가창력과 춤 실력을 겸비한 가수로 인정받으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로봇춤’ ‘ㄱㄴ춤’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90년대 초까지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그는 95년 6집 앨범 발표를 끝으로 가수활동을 중단했다.
99년 CF 모델 출신인 허은주씨(31)와 결혼해 현재 두 딸을 두고 있는 박남정. 잠원동 그의 집으로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자 그는 면도기를 손에 든 채 반가운 목소리로 문을 열어주었다. “약속시간이 다 된 줄도 모르고 이제야 세수를 하고 있다”는 그는 인사만 간신히 하고 헐레벌떡 욕실로 다시 들어갔다. 딸 시은이(4)의 옷을 갈아입히고 있던 그의 아내 허은주씨는 만삭의 몸이었지만 아이와 함께 그의 옆에 앉아서 인터뷰에 응해줬다.
“이번 주말에 아내가 아이를 낳을 것 같아요. 사실 누워만 있으라고 했는데…. 너무 어려운 건 시키지 마세요(웃음).”
그는 최근 7집 앨범 ‘2004 어게인’을 발표하고 9년 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예전에 누렸던 화려함을 되찾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공백 기간 동안 꾸준히 곡을 써놨고 그 음악들을 모아 7집 앨범을 발표하게 됐죠. 예전에는 제 생각에 맞는 음악만 고집했는데, 이번 앨범은 대중의 반응을 고려해 젊은 작곡가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만들었어요.”
그가 대중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던 때는 94년 5집 활동을 마치면서다. 그 후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독립을 해 6집 앨범을 발표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그는 “당시 내가 원하는 음악만을 고집한 것이 대중에게서 멀어진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 7집 앨범에는 대중들이 쉽게 호감을 느끼는 서정적 멜로디를 많이 사용하였고, 자신의 히트곡 ‘널 그리며’를 리메이크해 실었다고.
그는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 소감에 대해 “그냥 덤덤해요. 오랫동안 음악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가끔씩 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했기 때문에 낯선 느낌보다는 드디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생겨요” 하고 말했다.

4년간의 연애, 4년간의 동거 끝에 결혼
한 시대를 풍미했던 톱가수라 대중들에게 잊혀진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이었을 터. 스타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때에는 그 자괴감이 더욱 컸다고 한다. 가끔씩 방송에 출연한다 해도 인기스타였을 때와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받아야 했기에 오히려 씁쓸함만 안고 돌아오기 일쑤였다고.
그가 힘들 때마다 가장 힘이 되어준 사람은 4년간의 연애, 그리고 4년간의 동거 끝에 결혼식을 올린 아내 허은주씨다.
“데뷔하자마자 너무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인기가 점점 없어지면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언제 내 나이가 이렇게 됐는지, 항상 주변을 에워싸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던 때도 많아요. 그래도 제가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사랑하는 가족들이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이죠. 착한 아내와 예쁜 우리 딸 시은이, 그리고 이제 일주일 뒤면 세상에 나오는 둘째 딸까지 너무 든든해요.”

9년 만에 가수 활동 재개한 가수 박남정 허은주 부부 인터뷰

아내 허은주씨는 그의 가수활동이 주춤했을 때도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고 힘이 되어줬다.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워낙 벌어놓은 돈이 많다보니까” 하며 멋쩍은 듯 크게 웃었다. 그러고는 “밤무대활동을 꾸준히 해왔고, 처갓집 도움을 받기도 했다”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두 사람이 동거부터 한 이유는 목사인 그의 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기독교 모태신앙인 그와 달리 아내는 불교 집안이었던 것. 하지만 두 사람이 무작정 동거에 들어가 4년쯤 지나자 결국 어머니는 허씨를 며느리로 인정하게 되었고 정식으로 결혼식도 올려주었다.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부부는 주말마다 열심히 교회에 다닌다고 한다.
“저보다 아내가 많이 속상했겠죠. 결혼 허락받기 전까지는 어머니 생신날 케이크 사들고 찾아가도 문도 열어주지 않으셨거든요. 원래 엄한 분이셔서 허락받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죠. 그래도 손주 재롱에는 못 당하시는 것 같아요. 요즘엔 시은이 보러 집에도 자주 오시고, 저희도 어머니 집에 스스럼없이 들러요.”
임신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아내를 보고 그는 “임신해서 이 정도지 평상시에는 눈이 부셔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해요” 하며 넉살을 떤다. 오랜 연애 기간 동안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결혼 후 그는 아내보다 자신이 더 많이 양보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동거할 때와는 달리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는 아이에게도 “유별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잘한다는데 인터뷰 중에도 아이가 말을 걸면 꼭꼭 대답해주면서 아이와 눈을 맞추고 웃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9년 만에 가수 활동 재개한 가수 박남정 허은주 부부 인터뷰

“남편은 새벽까지 일하고 들어와도 아이가 깨우면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바로 일어나요. 아이가 뛰어놀다가 혹시 다칠까봐 집안에 있는 모든 가구 모서리에 고무패드를 댔어요. 남편 별명이 ‘목수’일 정도로 솜씨가 좋아요. 필요한 게 뭔지 말만 하면 금세 직접 만들어줘요(웃음).”
아내의 말이 끝나자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들을 가리키며 자랑을 한다. 아이에게 위험할까봐 선인장의 둘레를 막아놓은 사각 투명 아크릴판부터 손수 만든 현관입구 센서등까지 집안 곳곳에 그의 아이디어 상품이 널려 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불평이나 투정 대신 기도를 했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남편을 믿으려고 해요. 워낙 생활력과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 옛 명성을 되찾지 못한다 해도 남편이나 저나 연연해 하지 않아요. 남편감으로는 우리 남편을 따라갈 사람이 없어요. 정말이에요(웃음).”
그는 술이 마시고 싶을 때는 집으로 술을 사가지고 올 뿐만 아니라 술 약속도 일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라고.
깔끔하기로 소문난 그의 아내는 집안 구석구석 윤이 날 정도로 살림솜씨가 야무지다고 한다. 신혼 초에는 깔끔한 아내와 달리 그는 잘 어지럽히는 편이라 많이 다퉜는데 이제는 아내를 위해 간단한 집안 청소나 설거지는 알아서 해준다고.

9년 만에 가수 활동 재개한 가수 박남정 허은주 부부 인터뷰

만삭의 몸으로 인터뷰에 응한 박남정 허은주 부부. 인터뷰가 끝나고 둘째딸의 탄생 소식을 전해왔다.


어느덧 30대 후반인 그는 과거 내성적인 이미지와 달리 농담도 잘해, 연예인보다는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잖아요. 언제까지 신비로운 척 말도 몇 마디 안 하고 그러겠어요. 사실 데뷔 초 저의 모습은 의도적으로 만든 부분도 있어요. 일부러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한번 이미지가 고정되니까 바꿀 수가 없더라고요. 하지만 이제 저도 두 딸을 둔 가장인데, 언제까지 미소년의 모습을 고집할 순 없잖아요.”
그에게 음악은 취미생활이자 생계수단의 일부. 그는 자신의 음악세계만을 고집했던 지난날을 조금은 후회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에게서 잊혀 지내던 세월을 한탄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오랜 세월 무명으로 지내다가 나이 들어 인기 얻는 가수들을 보면서 자신의 경우는 전후가 바뀌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가 변한 건 모르고 많은 사람들을 원망하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 시간이 오히려 제겐 값진 걸 안겨줬죠. 가족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거든요.”
인터뷰하고 정확히 일주일 뒤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8월11일 새벽 2시경 둘째 딸 시우가 태어난 것. 바쁜 스케줄 때문에 아내의 출산을 지켜보지 못한 점이 못내 미안하다고 말하며 소식을 전한 그의 목소리에서는 가요계 컴백과 동시에 예쁜 딸까지 얻어 행복이 묻어났다.

여성동아 2004년 9월 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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