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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안타까운 사연

대마초 사건으로 집행유예 선고받고 풀려난 배우 김부선의 ‘눈물 고백’

“외로움에 한순간의 유혹 이기지 못했는데 평생 후회하며 살 것 같습니다”

■ 기획·김유림 기자 ■ 글·조득진‘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09.01 15:40:00

올해 초 긴 공백을 깨고 브라운관을 통해 복귀한 김부선이 또다시 대마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의 옥수동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노을 지는 한강을 바라보며 미혼모로서의 고단한 삶, 배우로서의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대마초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어리석은 자신을 한없이 책망하고 있었다.
대마초 사건으로 집행유예 선고받고 풀려난 배우 김부선의 ‘눈물 고백’

“전화로 이럴 게 아니라 한번 만나야겠어요. 변호사나 주위 사람들은 이런 때일수록 입 다물고 있으라 하지만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답답하고 가슴이 아파요.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지난 8월 초, 집으로 전화를 하자 처음엔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 그냥 조용히 있고 싶다”던 그는 계속되는 통화 중에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오랜 침체기를 딛고 올해 초 브라운관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한 영화배우 김부선(43). 그는, 그러나 다시 발목을 잡은 ‘대마초’ 사건으로 집에 은신 중이다. 보석으로 풀려 나온 후 혼자 집에 틀어박혀 눈물만 흘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 말상대가 필요한 것 같았다.
지난 7월15일 오후 가판대 신문에는 영화배우 겸 탤런트 김부선이 대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검찰이 밝힌 구속 사유는 7월11일 김부선이 서울 성동구 옥수동 자신의 아파트 안방 화장실에서 이미 구속된 정모씨로부터 건네받은 대마초를 피우는 등 2002년 11월부터 최근까지 7차례에 걸쳐 승용차 안과 아파트 등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끝내고 성동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가 보증금 3백만원을 납입하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받았다. 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됐으며 영화촬영 일정 등으로 인해 도주 우려가 적다”고 보석허가 사유를 밝혔다. 기자가 그를 만난 것은 보석으로 풀려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8월5일.
상습복용은 오보, 억울한 마음 든다
그의 아파트 현관문을 열자 개 한 마리가 왈왈 짖으며 달려왔다. 지난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할 당시 현관문을 열어주었던 딸 미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미소가 가장 충격이 컸을 거예요. 제가 경찰에 출두한 이후 언론과 사람들을 피해 이모 집으로 갔어요. 제가 보석허가를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미소는 오지 않겠대요. 제 얼굴을 보기도 싫고 사람들에게 너무 창피하다며 울부짖더라고요. 그런 딸아이에게 아무 말도 못하겠더군요. 미소만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요.”
아직도 눈물샘이 마르지 않은 것일까? 미소의 방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가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집에 살아 있는 짐승조차 없으면 혼자 무슨 일을 낼지 모른다며 아는 분이 강아지를 선물해주셨어요.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없이 있다가 이 녀석에게 밥 주면서 가끔 말을 해요.”
그는 지난 7월14일 경찰에 자진출두한 이후 유치장과 구치소에 보름 정도 있으면서 또다시 대마초를 피운 것이 부끄럽고 후회스러웠지만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며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
“일부 신문엔 제가 7월14일 낮 옥수동집에서 긴급 체포된 것으로 나왔더군요. 마치 현장에서 대마초를 피우다 걸린 것처럼 묘사됐어요. 하지만 저 스스로 경찰에 자진출두한 겁니다. 이틀 전 경찰이라며 현관문을 두드리기에 스스로 잘못한 것도 있고 해서 놀란 마음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을 쳤죠. 하지만 생각해보니 도망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경찰에 전화를 하고 직접 찾아갔던 거예요.”
이후 소변검사 결과 양성반응을 보였고 자신도 혐의를 인정하면서 유치장에 수감된 것이라고.
또 하나 억울한 것은 조사 과정에서 검찰 측 이야기만 듣고 ‘상습 복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기사가 나간 것. 당시 검찰에서는 그가 2002년 11월부터 최근까지 7차례에 걸쳐 승용차 안과 아파트 등에서 대마초를 피웠다고 밝혔다.

대마초 사건으로 집행유예 선고받고 풀려난 배우 김부선의 ‘눈물 고백’

그는 인터뷰 도중 딸 미소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렸다. 현재 제주 이모집에 가 있는 딸은 엄마와 같이 살기를 거부하고 있다.


“2002년 11월이면 영화 ‘보리울의 여름’ 촬영이 끝나고 다음 작품으로 영화 ‘H’를 촬영하고 있을 때였어요. 97년 이후 오랜만의 출연이라 정신이 없었던 때였죠. 정말 저 그때 대마초 안 피웠어요. 최근에 우연히 대마초를 발견하게 돼 피운 것은 사실이지만 마치 그동안에도 상습적으로 구입해 피워온 것처럼 다뤄 억울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언론에 대고 뭐라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어서 가슴만 태울 뿐이죠.”
4년 전 받은 것 최근 발견, 외롭고 힘들 때 몰래 피워
이번에 그가 구속된 것은 검찰이 체포한 대마초 공급책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급책에게 관련자 명단을 밝혀내던 경찰은 낯익은 이름을 들었다. 이미 몇 차례 연루된 바 있는, 그리고 최근 방송에 컴백해 주목을 받고 있는 그의 이름이 수사진의 귀를 번쩍 뜨이게 했을 것은 당연한 일.
“4년 전이었어요. 당시 미소가 초등학생이었는데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거든요. 어느 날 그 아이가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더군요. 평소 저희 집에도 자주 놀러 오던 아이여서 미소와 함께 병문안을 갔죠. 마침 아이의 아빠가 입원실에 있었는데 제게 아는 척을 하더군요. 영화를 보셨겠지 하며 그냥 스쳐 지나가려 하는데 자신을 제가 아는 분의 후배라고 소개하기에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게 됐죠.”
그리고 며칠 후 어떻게 알았는지 그가 운영하는 카페에 그 남자가 나타났다고 한다. 일부러 찾아와준 것에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는 그. 그러나 이후 그 남자의 출입이 잦아지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은 서로를 조금은 알아봐요. 그 남자가 그렇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그 남자는 얼마 후 술을 마시다 말고 필름통 하나를 내밀었다. 그의 예상대로 내용물은 대마초를 잘게 부수어놓은 것이었다.
“깜짝 놀라 도로 건네줬죠. 하지만 돈 벌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며 집요하게 권하더군요. 그래도 싫다고 거부하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곤 그냥 가버렸어요. 그때 그것을 창 밖으로 던져버렸어야 했는데….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주머니에 넣었던 것이 지금 이런 부끄러움을 만든 화근이 됐어요.”
필름통을 집으로 가져온 그는 호기심에 그만 대마초를 종이에 말아 피웠다고 한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은 잠시, 손은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제 스스로 두려운 마음이 들고, 딸아이 보기가 부끄러워 그때 한 번 피운 후 그만뒀어요. 그래도 아까웠는지 그걸 버리지 못하고 옷장 서랍에 넣어두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안 피웠다는 제 말, 아마 안 믿으실 거예요. 저희 언니나 오빠도 믿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사실이에요.”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던 필름통을 다시 발견한 것은 지난 7월 초. 영화에 캐스팅된 그는 극중 입을 ‘촌스러운’ 의상을 찾기 위해 옷장 이곳저곳을 뒤지다 한 귀퉁이에서 대마초가 든 필름통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곤 자신도 모르게 또다시 입을 대고 말았다.
“의지력이 부족했어요. 우연히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제 스스로 거부하고 저 한강물에 던져버렸으면 될 것을…. 요즘 딸 호적문제로 스트레스가 쌓여 잠도 안 오고, 또 외롭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서 그만….”
이후 그는 안방 화장실과 주방 쪽 베란다에서 몰래 피웠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공급책의 진술로 경찰이 그의 집을 방문한 것이다.
지난 8월10일에 있었던 공판에서 그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에 추징금 2만3천원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단독 정종관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되고 동종 전과가 여러 번 있으나 대마초를 다른 사람의 유혹을 받고 무상으로 건네받은 점, 범행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대마초 사건으로 집행유예 선고받고 풀려난 배우 김부선의 ‘눈물 고백’

드라마 ‘불새’로 성공적인 컴백을 한 김부선은 이번 대마초 사건으로 배우로서의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됐다.


기자는 이틀 뒤인 8월12일 다시 그의 집을 찾았다. 여전히 딸 미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조카가 살림을 돕고 있었다. 김부선은 몇 번의 고사 끝에 어렵게 사진 촬영에 응했다.
“욕하실지 모르지만 내심 벌금형을 기대했는데, 전과도 많고 해서 생각보다는 형량이 많이 나왔네요. 공판을 앞두고는 제발 형량이 적게 나오기만을 바라느라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는데, 정작 선고를 받고나니 머릿속에 아무 생각이 없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건지 대책도 세우고, 준비도 해야 하는데….”
한편 이번 사건으로 그가 캐스팅됐던 영화와 드라마 출연이 불분명해졌다. 사건 전 “다른 프로그램보다도 우리 것을 먼저 고려해달라”던 한 방송사 PD는 그가 안부 전화를 하자 “한 10년 뒤에나 보자”며 전화를 매몰차게 끊기도 했다고.
“연행되기 전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촬영을 조금 진행했어요. 주인공인 정우성의 어머니 역으로 출연했죠. 다행히 출연 장면을 조금 줄이는 차원에서 정리한다고 하더군요. 아마 다시는 제게 섭외가 들어오지 않겠죠?”
지난 83년 ‘여자가 밤을 두려워하랴’로 영화에 데뷔한 뒤 ‘애마부인3’ ‘토요일은 밤이 없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80년대 대표적인 섹시 스타로 자리 잡았던 김부선. 그러나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면서 그는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다시 재기를 꿈꿨지만 그 와중에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됐고, 임신을 한 후에야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졸지에 미혼모 신세가 되기도 했다. 이후 ‘염해리’라는 또 다른 예명으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스포트라이트는 그의 몫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난 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불새’로 컴백을 하나 싶었지만 그는 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뭔가 좀 활동을 시작하려면 항상 제 앞에 장애물이 있었던 것 같아요. 대마초도 그렇고, 남자도 그렇고…. 지금 생각해보면 배우 되지 말라는 팔자였는데, 제가 너무 욕심을 부렸던 걸까요?”
그가 촬영한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올 가을 개봉할 예정이다. 어쩌면 그의 마지막 출연작품이 될지도 모를 일. 팬들은 다시 연기 활동을 하든 못하든 그가 다시는 대마의 유혹에 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의 나쁜 기억은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새 인생을 그려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여성동아 2004년 9월 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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