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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궁금했던 남자

영화 ‘주홍글씨’로 흥행배우 명성 회복 노리는 한석규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이영래 ■ 사진·조영철 기자

2004. 08. 03

영화배우 한석규가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스릴러풍 멜로 영화 ‘주홍글씨’에서 욕망에 충실한 강력계 형사 기훈 역을 맡은 것. 2002년 ‘이중간첩’ 흥행 실패와 지난해 촬영중이던 영화 ‘소금인형’ 제작 중단 이후 이민설까지 나돌았던 한석규를 오랜만에 만나보았다.

영화 ‘주홍글씨’로 흥행배우 명성 회복 노리는 한석규

영화배우 한석규(40)는 자타가 공인하는 충무로의 흥행 보증수표였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라면 투자자들은 시놉시스도 보지 않고 투자를 결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2002년 3년여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었던 영화 ‘이중간첩’이 흥행에 참패한 뒤로 그에 대한 평가는 둘로 갈렸다. 너무 오랜 공백으로 관객에게 잊혀졌다는 쪽과 한 작품의 실패로 그의 가치를 매도해서는 안된다는 쪽으로.
그런 와중 한석규는 지난해 형 한선규씨와 함께 ‘힘픽쳐스’라는 영화사를 설립하고, 영화 ‘소금인형’ 제작에 직접 나섰다. 그러나 이 영화는 촬영이 30% 정도 진행됐을 무렵 제작이 중단되었다. 제작 일정과 비용 등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자 투자사 측에서 제작 역량을 믿을 수 없다며 투자를 철회한 것. 영화계 한편에서는 한석규가 이번 실패로 이민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영화 ‘소금인형’은 아시다시피 불행한 결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연기에 인생을 건 배우로서 1~2년의 시련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 나이가 올해로 마흔이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마흔의 배우, 한석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이번 영화 ‘주홍글씨’를 시작으로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배우들과 많은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두 딸이 성현아·이은주·엄지원 세 배우처럼 예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영화에서만 시련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는 군복무 시절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지난해 디스크가 재발해 다시 수술을 받아야 했다. 때문에 좋아하던 골프도 그만두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한다.
이런 시련 끝에 그가 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정한 영화 ‘주홍글씨’는 스릴러풍 멜로를 표방한 영화로 심은하·이정재 주연의 ‘인터뷰’로 데뷔한 변혁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이 영화에서 한석규는 아내(엄지원)의 친구 가희(이은주)와 깊은 사랑을 나누는 한편, 담당 사건의 열쇠를 쥔 여자 경희(성현아)와 묘한 심리적 긴장 관계에 말려드는 강력계 엘리트 형사 기훈 역을 맡았다.
“개인적으로 보면 ‘주홍글씨’는 저의 열 번째 영화인데, 한번쯤 이런 역을 해보고 싶었어요. ‘0부터 100까지’ 폭넓은 감정 연기를 펼쳐 보일 수 있을 것도 같고, 시나리오 중 공감하는 부분도 커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주제는 이런 거예요. 누구나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그러나 그런 욕망을 실천에 옮겼을 땐 그 욕망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된다는 거죠.”

그동안 가족적이면서 편안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그는 이 영화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이게 된다. 거칠고 자신만만하며 이기적인 인물로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좇는 바람둥이가 바로 그의 캐릭터인 것. “새로운 캐릭터에 잘 적응할 수 있겠냐”고 묻자 그는 “지금껏 연기한 인물들이 대부분 인생에서 가장 안 좋은 시기에 놓인 인물이었다. 반면 이번에 맡은 역할은 인생의 절정기에 서 있는 남자다. 감정을 한층 강하고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연기라 한결 자유롭고 편하다”고 대답했다.

영화 ‘주홍글씨’로 흥행배우 명성 회복 노리는 한석규

한번의 시련을 겪었기에 오히려 편안해졌다는 그는 앞으로 많은 작품들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바람둥이 형사 역을 맡은 터라 혼자서 성현아, 이은주, 엄지원 등 세 명의 미녀 스타들을 상대하는 행운(?)을 누리게 됐는데, “셋 중 이상형이 누구냐”고 묻자 그는 “나이 마흔에 세 아이의 아버지라 그런 감정은 없다. 두 딸이 세 명처럼만 예쁘게 자랐으면 하는 생각만 한다”며 ‘허허’ 웃었다. 어느새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한석규는 2년 전 영화 ‘이중간첩’ 시사회장에 아내 임명주씨와 아이들을 대동하고 나타나는 등 가족애가 남다른 배우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만 전념했던 박신양이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 출연, 빅 히트를 거두는 등 충무로로 진출했던 배우들이 브라운관에 속속 복귀하고 있는 점과 관련해 그에게 드라마 출연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단호하게 “없다”고 답했다. “영화는 세월이 지나도 남는다. 2050년에도 내 영화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영화의 매력이고 아직까지는 그 매력을 즐기고 싶다”는 게 그 이유다.
최정상에서 시련을 맛본 그. 그러나 영화의 매력을 잘 알기에 1~2년의 짧은 시련은 긴 호흡을 지닌 그에게 좌절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올 가을 개봉하는 영화 ‘주홍글씨’를 통해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는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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