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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인물화

예술로 미화되는 영웅의 이미지

■ 글·이주헌

2004. 08. 03

예술로 미화되는 영웅의 이미지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1800~1년경, 캔버스에 유채, 271×232cm, 뤼에유말메종, 국립 말메종 성박물관


나폴레옹이 멋진 말을 타고 군대를 지휘하며 산을 오르고 있는 이 그림은 19세기 프랑스 화가 다비드가 그린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입니다. 나폴레옹 전기나 역사책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유명한 그림이지요. 앞발을 든 말의 늠름한 모습이나 후리후리하고 늘씬하게 생긴 나폴레옹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그림은 철저히 허구라고 하지요. 실제 나폴레옹은 키도 작고 볼품이 없었다고 합니다. 또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을 때도 말이 아니라 노새를 탔으며, 그림에서처럼 군대와 함께 넘지 않고 군대가 지나간 뒤 따로 안전하게 넘어갔다고 합니다. 그림은 그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나폴레옹을 잔뜩 미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정복자의 한 사람인 나폴레옹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요. 그렇다 해도 왜 화가는 이렇듯 사실과 다르게 그렸을까요? 옛날 궁정화가들은 왕이나 지도자를 꼭 보이는 대로만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나라의 평안과 질서를 책임지는 사람인 까닭에 지혜와 용기, 위엄이 가득 찬 인물로 그리곤 했지요.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지도자에게 지극한 존경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중요한 예술적 사명이었습니다. 다비드 역시 왜곡을 통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영웅의 이상적 이미지를 생생히 표현했습니다. 이 그림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다비드는 똑같은 그림을 네 점이나 더 그려야 했다고 합니다.
한 가지 더∼
기마상은 화가들이 지도자 초상을 그릴 때 애용하는 포즈 중 하나입니다. 말을 탄 왕은 군인의 위용을 보여주며,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앞장서서 지휘하는 힘찬 지도자를 연상케 합니다. 군주 기마상은 고대 로마 황제를 떠올리게 하여 유럽 왕들의 환심을 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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