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의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작은 포구, 외포리 선착장에 서면 바다 건너 제법 큰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 섬이 바로 석모도. 석모도는 강화도의 부속 섬 가운데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섬 중의 하나다. 섬 한가운데는 해발 316m의 낙가산이 중심을 잡고 있는데, 이 산의 정상 부근에 안개가 자주 끼어 푸른 바다 빛과 잘 어울린다.
석모도는 원래 관광객보다 천년 고찰 보문사에 기도를 드리러 가는 불자들이 더 많았던 곳. 그런데 3∼4년 전부터 섬 일대의 아름다운 자연풍광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영화 ‘시월애’와 ‘취화선’을 통해 일몰이 아름답고 산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어 경치가 좋은 곳으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의 수가 늘고 있다.
호미를 들고 들어가 바지락이나 맛조개를 캐며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민머루해수욕장과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천연 염전, 보문사, 그리고 황홀한 일몰까지 석모도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 차로 1시간 반에서 2시간이면 닿아 짧은 시간에 시원한 바다, 섬, 해변 드라이브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가족 나들이 코스로 그만이다.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까지 가려면 페리호를 타고 1.5km 바닷길을 건너가야 한다. 차량을 실을 수 있는 이 페리호는 평일 30분, 휴일 및 성수기 15분 간격으로 왕복 운항한다. 입소문이 나기 전까지는 한가했지만, 최근에는 각종 매스컴에서 석모도의 비경을 소개하는 바람에 주말이면 차량이 많아 번잡스럽다.
석모도 여행은 크게 당일 코스와 1박2일 코스로 나눈다. 당일 코스는 삼량염전에서 천일염 제조 과정을 보고, 민머루해수욕장에서 갯벌 체험을 한 후 점심식사를 하고 보문사에 올라 눈썹바위의 마애관음보살상을 본 후 해안일주도로 드라이브를 하고 차가 막히기 전에 서둘러 서울로 돌아오는 코스다. 아침 일찍 서두르면 비교적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1박2일 코스는 점심 때 출발해 오후에 삼량염전과 민머루해수욕장에 들른 후 일몰을 지켜보고 펜션이나 민박 등 숙소에서 하룻밤을 머문다. 다음날 아침 일찍 보문사에 오른 후 여유 있게 해안일주도로 드라이브를 즐기고 돌아오게 된다.
석포리 선착장에 내려 선착장 앞 석모도 일주도로에서 좌회전한 뒤 매음리 방면으로 접어들면 양쪽으로 숲이 울창한 전득이 고개가 나온다. 왼편으로 거대한 소나무 밑에 그림같이 자리잡은 펜션 서너 채가 눈길을 끌기도 한다. 고개 넘어 민머루해수욕장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하면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옆이 바로 삼량염전.
① 강화도에서 배로 10분 남짓 가면 석모도에 닿을 수 있다. ② 석모도 천일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염분농도가 낮아 쓴맛이 없다고 한다. ③ 보문사 대웅전 뒷편으로 4백여 계단을 오르면 바위 아래 마애석불이 있다. 보문사를 찾는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④ 보문사 대웅전. 보문사는 우리나라 3대의 관음도량 가운데 하나다.
갯벌에서 조개와 소라 캐는 즐거움
우리나라에 몇 개 남지 않은 천일염전 중 하나인 이곳에서는 정제된 소금이 아닌 햇볕에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는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다. 석모도의 천일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그 품질이 전국에서 최고로 손꼽혀 물량이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소금은 염분 농도가 낮을수록 쓴맛이 없어 좋은 소금이라고 하는데, 석모도 근해의 바닷물은 한강, 한탄강, 임진강 등이 합류되는 지점으로 소금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염도를 지니고 있어 그 품질이 좋다.
염전에 닿으면 소금이 블록 맞추듯 조각조각 사각형 모양으로 쌓여있는 풍경이 신기하기만 하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자연적으로 쌓아 올린 하얀색 소금산은 햇빛에 눈부시고, 뙤약볕 아래서 일하는 검게 그을린 일꾼들의 모습도 아이들의 눈에는 신기해 보인다. 이곳에선 판매도 하고 있는데, kg당 1천원으로 5·10·15·20·30kg 단위로 판매한다.
가던 길을 재촉해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면 마을을 지나 아담한 민머리해수욕장이 나타난다. 폭 50m에 길이 1km의 아담한 이곳은 모래보다는 돌이 많아 어찌 보면 해수욕하기에는 적당치 못하다. 그러나 이곳의 묘미는 따로 있는데, 바로 썰물 때 나타나는 약 1km의 갯벌이다.
민머리해수욕장은 바닷물이 빠지면 수십 만평의 갯벌이 나타나 갯벌 체험에 제격이다. 물이 빠지면 맨발로 갯벌에 걸어 들어가 진흙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고, 호미나 모종삽을 준비하면 조개, 소라 등을 캘 수 있다. 석화 껍데기가 많아 발을 다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뻘이 모래와 섞여 있어서 잘 빠지지 않는다.
민머루해수욕장의 갯벌은 원적외선 방출량이 많고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각종 부인병과 신경통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도 좋다.
갯벌에 사는 생물들이 많으니 이를 먹이로 하는 새가 모여들게 마련. 각종 희귀 조류가 관찰되는 이곳은 특히 세계적으로 몇 마리 안 되는 저어새의 서식지다.
썰물 때면 이곳에 사는 아주머니들이 조개를 캐러 나오는데 이들만의 요령이 있다. 지름 2∼3mm 정도의 구멍 2개가 붙어 8자 모양을 하고 있는 곳을 찾아 손가락 두 마디 정도를 파면 조개를 채취할 수 있는 것. 백사장에서 갯벌이 시작되는 부분의 돌을 뒤집으면 게도 발견할 수 있다. 갯벌에서 비교적 큰 구멍을 깊이 파면 갈게를 볼 수 있고, 멀리 바다 쪽으로 가면 모래가 유입되어 퇴적된 곳에서 대합 같은 큰 종류의 조개도 캘 수 있다.
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민머루해수욕장은 서해의 3대 일몰 조망지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곳에서 보는 일몰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많은 사진작가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강화군에서 운영하는 해수욕장 무료 세면장에서 다리를 씻고 다시 향하는 곳은 낙가산 자락의 천년 고찰 보문사.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으로 관음보살의 터전이다. 또한 보문사는 전등사, 정수사와 함께 강화의 3대 고찰로, 635년 신라 선덕여왕 당시 금강산에서 내려온 회정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30분간 진행되는 서해안 낙조가 일품
서해에서 건져 올린 석불을 모셨다는 석굴법당과 절 뒤 암벽에 새겨진 높이 6.9m의 마애석불이 일품이다. 특히 서쪽 뒷산에서 바라보는 서해 낙조는 민머루해수욕장의 낙조와 함께 강화 8경 중의 하나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그중 마애석불은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 대웅전 옆으로 나 있는 4백여 계단을 따라 오르다 다리가 조금씩 후들거릴 즈음에 있다. 사람 눈썹처럼 생긴 바위 아래에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매일 예불이 올려지고 있는데, 염불 외는 소리를 배경으로 산 아래 서해의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 시름을 모두 잊게 된다.
보문사는 고(故) 육영수 여사가 즐겨 찾던 절로 승려들의 수도처로 지정됐을 때는 3백여 명의 승려들을 수용하기도 했으며 그때 취사용으로 사용하던 지름 69cm, 두께 20cm의 맷돌이 보존되고 있다. 보문사 석실 앞 큰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 향나무도 은은한 향을 풍기며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입장료 어른 1천2백원, 어린이 8백원. 주차비 2천원.
보문사에서 내려와 석포리 선착장 반대 방향인 삼산저수지 쪽으로 해안일주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도 좋다. 석모도의 일주도로는 총 연장 19km 정도. 전부 아스팔트나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 드라이브에 무리가 없으며 해안을 따라 나타나는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석모도가 주는 마지막 기쁨은 바로 일몰. 석모도 주민들이 꼽는 최고의 낙조 포인트는 장구 너머 포구, 보문사 눈썹바위, 석모리 마을과 보문사를 연결하는 도로의 고갯마루 등이지만 당일 코스라면 배 위에서 맞는 낙조도 감동적이다. 30여 분간 자연이 펼치는 한편의 드라마에 젖다 보면 ‘다음엔 더 찬찬히 살펴봐야지’ 하며 다시 석모도에 올 것을 약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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