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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동심 속으로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바투 공연 스케치

‘맨발로 흙을 밟으며 신나게 뛰놀아요’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승민 ■ 사진·매일유업 제공

2004. 07. 08

아이들이 흙을 밟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바투’ 공연은 비디오와 오락 게임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최근 ‘우리아이’ 회원 6백명이 참가한 바투 공연에서는 엄마와 아이가 어울려 흠뻑 동심에 젖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바투 공연 스케치

바투는 새로운 형식의 흙놀이.맨발로 흙놀이를 하는 아이의 표정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지난 5월 말 바투 공연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별관 앞. 아침 일찍부터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의 조잘거림으로 시끌벅적하다. 지난해 바투를 경험해본 아이들은 “빨리 들어가자”며 엄마를 조르고 올해 처음 온 아이들은 호기심에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드디어 입장 시작. 아이들과 엄마는 들뜬 기분으로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바투는 전시인지 공연인지 명확히 이야기할 수 없는 새로운 형식의 흙놀이로 입장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흙놀이를 마음껏 즐기기 위해 신발과 양말을 벗어야 하는 것. 양말을 벗고 문에 들어서면 눈을 감은 상태에서 발로 먼저 흙을 만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모든 사물을 눈으로 제일 처음 보았던 것과 달라 시작부터 새로운 느낌을 준다. 30톤이 넘는 옹기토를 전시장 바닥에 깔아놓아 흙놀이를 하는 동안 내내 부드러운 흙의 느낌을 간직할 수 있다. 하지만 발에 닿는 느낌이 이상한 듯 곳곳에서 겁먹은 아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이런 아이를 달래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정말 별세계에 왔다는 기분이 든다.
입구를 지나면 진흙과 빛을 이용한 놀이, 흙물로 그림 그리기, 창의력과 상상력을 이용한 만들기 놀이, 찍기 뽑기 놀이, 공룡 마을 이야기 등 흙을 이용한 다섯가지 흙놀이 공간을 만나게 된다. 전시장 곳곳에는 천사 복장을 한 도우미들이 있어 아이들이 재미있게 흙놀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시장 입구에서 겁먹은 목소리를 냈던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흙놀이에 빠져 마냥 행복한 표정.
흙놀이를 마치고 이동한 곳은 흙인형극 공연장. 흙으로 만든 작은 인형 바투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투는 아픈 어머니를 위해 음식을 구하러 다니느라 너무 많이 걷고 아무것도 먹지 않아 지쳐 있다. 우물가에 도착한 바투는 허겁지겁 두레박에 남아 있는 물을 먹고 무심코 우물안을 들여다보는데 그곳에 만두가 있다. 바투는 천사의 도움으로 이 만두를 엄마에게 갖다 드렸다는 내용.

신발과 양말 벗고 맨발로 마음껏 흙을 밟아
인형극 관람을 마친 아이들은 천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희망 놀이터로 이동. 이곳은 던지기, 흙 밟기, 개미굴 통과하기, 사방치기 등 흙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놀게 해놓은 곳이다. 더욱이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때 하던 놀이를 즐길 수 있어 어른들도 함께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어 신나는 시간이다. 다른 전시회에서처럼 ‘들어가지 마세요’ ‘만지지 마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없어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만지고,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디든지 가면서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1시간여 동안 흙놀이를 마치고 나온 아이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다시 들어가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들도 있어 엄마는 아이를 말리느라 진땀을 빼면서도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전시장을 빠져 나온 아이들은 얼굴과 손발에 묻은 흙을 깨끗이 닦고 흙과 함께 했던 행복한 추억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바투 공연 스케치

① 30톤의 옹기토가 깔려있는 바투 전시장. 한 아이가 진흙과 빛을 이용한 놀이를 하고 있다. ② 흙으로 만든 작은 인형 바투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br>③ 1시간여 동안의 흙놀이를 마친 엄마와 아이들은 행복한 추억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바투는 ‘두 물체 사이가 아주 가깝게’라는 뜻의 순 우리말로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여 ‘흙’이라는 자연과 소통하며 즐기는 새로운 형식의 퍼포먼스다. 놀이와 예술이 어우러진 <어린이를 위한 다섯가지 흙놀이, 바투>는 2000년 9월 ‘제1회 부천 어린이 축제’ 개막작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2001년 6월에는 ‘프랑스 오흐리 놀이 페스티발’에 개막작으로 초청되었고 같은 해 9월 ‘제2회 부천 어린이 축제’에서 또 한번 선을 보였다. 바투는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지난해부터는 매일유업의 우리아이 프로젝트 감성 발달 프로그램으로 지정되어 후원을 받고 있다.
바투 공연에 전시된 작품들은 설치놀이 연출가 이영란씨의 작품으로 밀가루, 흙 등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것들이면서 기계적이지 않은 것들로 만들어졌다. 환경친화와 자연친화라는 말이 사회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바투 공연은 컴퓨터와 TV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자연친화적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공연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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