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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발표한 이현우가 말하는 ‘30대 남자의 사랑과 고독’

■ 기획·최호열 기자 ■ 글·이승형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4.07.05 19:19:00

가수, 연기자, 라디오 DJ, 텔레비전 MC, 사업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현우.
최근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열연한 데 이어 9집 앨범을 발표한 그가 혼자 사는 남자의 고독과 일에 대한 열정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새 앨범 발표한 이현우가 말하는 ‘30대 남자의 사랑과 고독’

이따금씩 이현우(38)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모르는 또 한명의 이현우가 존재해서 둘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곤 한다. 쌍둥이 이현우. 그도 그럴 것이 이 남자의 일상은 물리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궤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라는 직업을 버젓이 갖고 있으면서도 드라마와 영화에서 연기를 하고, 라디오 DJ와 텔레비전 MC로 활동하고, 그것도 모자라 의류회사 사장직을 거뜬하게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전 종영된 MBC 수목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가 새 앨범을 내놓았다고 했을 때에는 정말 농담인 줄 알았다. 이쯤 되면 그가 세쌍둥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음악 작업은 평소에도 늘 하는 거니까요. 곡은 지난 일년 내내 써왔고 녹음도 틈틈이 했어요. 이미 다음 앨범에 실릴 곡도 써놓았는걸요.”
요즘 그는 많이 자야 하루에 5시간 정도 잔다. 하루 평균 2~3시간의 수면으로 버티는 것. 도대체 이토록 그가 자신을 몰아붙이는 이유가 뭘까. 그 부지런함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걸까.
“애인이 없으니까요. 저에게는 이성에게 사랑을 쏟아부을 열정이 있는데 그 대상이 없으니 저를 다그칠 수밖에요. 사실 지금 제 나이가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한, 바로 그 나이거든요. 하지만 사랑이 쉽게 찾아오는 나이도 아니죠. 그게 슬퍼서 일부러 바쁘게 지내는 겁니다. 안 그러면 제가 할 일이 없는 거예요. 사실 올봄에 그 허전함이 극에 달했어요. 그래서 더 빽빽한 스케줄을 원했던 거고.”
30대 독신남의 고독은 흔히 일이나 취미로 메워진다. 이현우는 해지고 나면 누군가의 전화가 그리워진다고 했다.
“저에게 오는 전화는 모두가 일과 관련된 것들이죠. 그러다 보니 그 좋아하는 술도 허무해지더군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포장마차에 들러 소주 한잔 하는데 술맛이 몹시 쓰단 말이죠. 허허.”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산 9번째 정규 앨범 ‘신풀 시덕션(Sinful Seduction)’에서는 전작들에 비해 한결 여유로워진 그를 만날 수 있다. 예전의 노래와는 다른, 살랑대는 사운드에서 망중한의 미덕이 느껴진다.
“제가 편해진 거죠. 예전에는 강한 곡과 가벼운 곡의 조화를 신경 쓰면서 앨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는데 그걸 떨쳐버린 거예요. 앨범이 무슨 종합선물세트도 아니고…. 그냥 편하게 가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타이틀곡 ‘멈추지 말아요’는 80년대 밴드 ‘무당’의 대표곡을 리메이크한 노래다. 여기에서 이현우의 보컬은 아름다운 중년 여인이 정성스레 눈 화장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미국에서 보낸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여학생을 추억하며 만든 노래 ‘마이 다이아나(My Diana)’는 전형적인 이현우표 멜로디 라인이 살아 있는 곡.
“당시 우리 학교로 전학온 다이아나는 전형적인 금발 미인이었죠. 저뿐만이 아니라 전교생들이 그녀를 사랑했어요.”
하지만 이 앨범에서 진정 주목할 노래들은 ‘웬 유 터치 미(When You Touch Me)’와 ‘웨이스티드(Wasted)’다. 어깨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을 빼고 부른 듯한 그의 보컬은 바람을 타고 나긋나긋하게 실려온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이런 노래들을 좋아합니다. 사실 평소와는 다른 창법으로 부르면 이게 과연 내 색깔일까 쓸데없는 고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부르든 이것도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편해진 거죠.”

새 앨범 발표한 이현우가 말하는 ‘30대 남자의 사랑과 고독’

이현우는 연기가 재미있으며 무한한 해방감을 준다고 말했다.


음악이 편안해진 것처럼 그의 연기 역시 편안해졌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때만 해도 낯선 동네에 이사온 느낌이었어요. 구멍가게가 어디 있는지,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지름길은 어디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고, 구멍가게에서 외상도 하고 나름대로 환경 적응을 하게 된 겁니다.”
그는 NG를 잘 내지 않기로 유명하다.
“제가 연기를 하면 감독이 한두 번 만에 오케이를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제가 잘해서 그런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저에게 별로 기대할 게 없으니까 그냥 이 정도면 됐지 하는 거였어요. 하하.”
이현우에게 슬쩍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세 주인공 가운데 누가 가장 이상형에 가깝냐고 물었더니 명세빈이 역할을 맡은 신영이 가장 무난하지 않냐고 되묻는다. 그리고는 왠지 그늘이 있는 여자는 딱 질색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영화 ‘S 다이어리’에서 김선아의 첫사랑 역할을 맡아 촬영중에 있다. 다소 야한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드라마와 영화는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드라마는 마치 빨리 만들어진 맛있는 인스턴트 식품 같다고나 할까. 다음날 아침이면 시청률로 바로바로 평가받고. 숨가쁘면서도 매력적이죠. 그에 반해 영화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해요. 인내해야 하는 거죠.”
이현우는 가수가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을 신경 쓰지 않는다.
“언젠가 어느 TV 모니터 프로그램에서 가수들이 음반시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연기를 한다고 비판하는데 저와 에릭이 대표적인 인물로 나오더라고요. 예전에는 이런 비판에 상당히 민감했는데 지금은 개의치 않아요. 이제는 그것조차 저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이현우가 연기하는 이유는 뭘까.
“재미있으니까요. 제가 잠시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것. 이게 바로 이현우로부터의 휴식이죠. 저에게 무한한 해방감을 줘요. 연기도 음악의 일부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연기를 통해 음악적 영감을 얻기도 하죠. 사랑해본 지가 하도 오래되서 그 감수성을 잃었는데 멜로 연기를 통해 그걸 극복하거든요. 물론 포근하고 자상한 이미지로만 고착되는 건 싫어요. 언젠가는 망가지는 연기도 해보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라디오 방송을 하기 위해 바삐 걸어가는 이현우의 뒷모습을 보며 또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 만난 이현우는 과연 몇 번째 쌍둥이 형제일까.

여성동아 2004년 7월 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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