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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Global Village|뉴요커 생활문화 따라잡기

뉴요커의 라이프 스타일 & 생활감각

뉴욕 파슨스에서 유학한 인테리어 전문가 안신재씨가 들려주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06.16 10:37:00

각계각층에서 세계 최고를 꿈꾸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미국의 중심지 뉴욕.
그곳에 사는 일명 ‘뉴요커’라 불리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
뉴욕에서 7년 동안 생활하고 돌아온 인테리어 전문가 안신재씨를 만나 뉴요커들의 생활감각에 대해 들어보았다.
뉴요커의 라이프 스타일 & 생활감각

서울 강남에서 ‘팜팜’ 이라는 이름의 인테리어 숍을 운영하고 있는 안신재씨(34). 그는 미국 뉴욕의 디자인 명문대학 파슨스와 LA의 패션전문학교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공부한 인테리어·패션 전문가다. 대학 2학년 때인 90년 미국으로 건너가 2001년 귀국하기까지 10년 넘게 뉴욕과 LA에서 생활한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두 도시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광활한 자연을 벗삼는 LA는 여러 가지 분야가 넓게 퍼져 있는 반면 뉴욕은 경제, 문화예술 분야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갖가지 요소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어요. 유명한 레스토랑도 많고, 거리마다 볼 것들로 가득 차 있죠. 다소 복잡하고 삭막해 보이기도 하지만 뉴요커들은 그 안에서 로맨틱한 분위기와 삶의 여유를 즐기죠.”
일 중독증이라고 할 만큼 일에 파묻혀 사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인, 세계 디지털 문화를 선도하는 벤처맨들도 종종걸음으로 출근해 사무실에서는 치열한 전문인으로 생활하지만 일단 직장에서 나오면 일년 내내 끊이지 않고 공연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세계 최고의 성악가들만 무대에 서는 메트로폴리탄의 오페라 공연, 소호와 첼시에서 열리는 전시회의 관람객이 되는 것. 바쁜 일상 속에서도 공연과 전시를 통해 예술적 소양을 겸비하는 것이 바로 뉴요커들의 경쟁력이다.
안씨는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반영된 작품들을 전시하는 뉴욕의 갤러리를 다니다 보면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자극을 받았다고 말한다.
뉴요커의 60% 이상이 싱글, 샴페인, 마티니 즐기는 바 문화 발달
“틈틈이 갤러리에 가보면 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신기하게 생각되는 작품들이 많아요. 한번은 병에 걸려 죽어가는 한 예술가가 자신이 고통스러운 섹스를 좋아한다는 것을 예술로 표현하기 위해 갤러리 한가운데서 젊은 여자와 누워 있는 걸 본 적도 있어요. 그게 하나의 작품인 거죠(웃음). 뉴욕엔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갤러리, 극장, 명품 부티크 등과 함께 뉴욕의 거리를 장식하는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수많은 레스토랑이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뉴욕은 ‘레스토랑 천국’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서울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비빔밥, 도쿄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는 초밥집이 바로 뉴욕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
뉴요커의 라이프 스타일 & 생활감각

안씨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공연과 전시를 통해 예술적 소양을 겸비하는 것이 바로 뉴요커들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자기 나라보다 뉴욕에서 먹는 것이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뉴욕의 레스토랑은 뉴욕이라는 한 도시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뉴욕에 있는 세계인의 입맛에 맞춘다는 생각으로 요리하고, 인테리어를 꾸미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다 보니 음식의 맛이나 분위기가 세계적인 수준을 추구하게 되는 거죠.”
워낙 다양한 음식점들이 몰려 있다 보니 뉴욕엔 민족별로, 분위기별로 섹션을 만들어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이 나와 있다. 뉴요커들은 밤에 침대에 누워 ‘자게트 가이드 북(Zaget Guide Book)’ 이란 이름의 레스토랑 가이드북을 뒤적이며 다음날 저녁 약속 메뉴를 고민한다고.
그렇다면 뉴욕 고유의 음식문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안씨는 “뉴욕 음식이라 하면 아침식사가 가장 뉴욕 스타일이라고 할 만하다”며 달걀과 소시지, 으깬 감자를 튀긴 해시 브라운과 팬케이크 정도가 한식, 일식, 중식 등 외국음식과 구별되는 뉴욕의 전형적인 식사 메뉴라고 한다. 그런데 그나마도 집에서 만들어 먹기보다 나가서 사먹을 때가 많아 이른 아침, 거리의 식료품점이나 카페에서 한 손엔 잡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팬케이크를 먹고 있는 뉴요커를 흔히 볼 수 있다고.
“뉴요커의 60% 이상이 싱글이에요. 그러니 혼자 먹겠다고 마켓에서 재료를 사서 아침을 만들어 먹는 것보다 나가서 사먹는 게 훨씬 간편하고 비용도 적게 들죠. 대신에 저녁은 레스토랑에서 격식을 차려 먹는 편이에요.”

뉴요커의 라이프 스타일 & 생활감각

뉴욕에 바(bar) 문화가 발달한 것도 싱글이 많은 탓이다. 소호와 이스트빌리지, 첼시에 즐비한 바들은 매일 밤 분위기 있는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술을 마시려는 싱글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대개 와인이나 샴페인을 즐겨 마시는데 화이트 와인에 럼을 섞은 마티니는 뉴요커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
뉴욕에서는 보통 밤 8시가 넘어야 레스토랑이나 바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요즘은 그보다 더 늦춰져 9시, 10시에 약속을 잡는 일도 흔하다고 한다. 뉴욕이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로 불리는 것도 밤새 꺼지지 않는 전광판과 네온사인, 새벽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는 뉴요커 때문이다. 이런 밤 문화의 영향인지 오후 늦은 시간, 뉴욕의 사무실에서는 피자나 도넛을 배달시켜 먹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미리 허기를 달래 늦은 저녁식사 때는 소식을 해서 몸매를 유지하려는 이들이 적잖다.
뉴요커에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을 수 있는 파티는 빠질 수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비즈니스맨들에겐 자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나 경쟁사에 관한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의 연장이기도 하다. 뉴요커의 파티는, 그러나 생각보다 단출하다. 칵테일에 치즈와 크래커 등 간단한 음식을 곁들이며 삼삼오오 둘러서서 대화를 나누는 정도다.
인테리어에 전원 느낌 가미해 각박한 도시생활에 활기 불어넣어
뉴요커의 라이프 스타일 & 생활감각

화이트 앤티크 가구에 꽃무늬 패브릭을 매치하는 것이 섀비 시크 스타일. 천정부터 드리워진 풍성한 캐노피, 은은한 샹들리에를 더해 로맨틱한 침실 분위기를 완성. 6월 중에 팜팜의 홈페이지(www.pompomhouse.com)가 오픈할 예정이라 지방에 사는 주부들도 뉴욕 스타일의 인테리어 소품들을 온라인상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요커 중에는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아이를 낳으면 인근의 뉴저지 등으로 거처를 옮기는 게 일반적이다. 복잡하고 물가가 비싼 뉴욕에서 아이를 키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 이런 이유로 뉴욕의 아파트들은 대개 평수가 작다. 뉴욕에서 지내는 동안 안씨는 비좁은 아파트 공간을 보다 넓게 활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흰색 가구와 거울을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흰색 가구는 좁은 공간에 가장 시원함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에요. 흰색 가구는 집안에 아무리 많아도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거든요.”
또한 집안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기 위해 꽃 그림이 있는 액자를 이용했고 공간을 좀더 넓어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거울을 걸어놓았다.
“집안 곳곳에 거울을 걸어두면 거울의 프레임이 장식 효과를 내고, 집안이 넓어 보여요. 시원한 느낌도 주고요. 또한 거울에 실내 공간이 비치고, 불빛이 반사되는 등 거울이 연출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90년대 초 뉴욕에서는 마침 화이트 앤티크 가구로 대표되는 ‘섀비 시크(Shabby Chic)’ 열풍이 일었다고 한다. 섀비 시크는 말 그대로 낡은 듯하면서도(Shabby) 세련된(Chic) 느낌을 주는 스타일을 의미하는데 살짝 벗겨져 오래된 느낌을 주는 화이트 앤티크 가구와 약간 바랜 듯한 파스텔톤의 잔잔한 꽃무늬가 있는 패브릭이 대표적인 아이템.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의 전원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이런 트렌드는 바쁜 도시생활 속에서도 삶의 여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뉴요커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학업과 육아에 매달리느라 직업을 가진 적이 없던 안씨가 귀국해 인테리어 숍을 낸 것도 전원풍 인테리어로 도시생활의 삭막함을 덜어내는 뉴요커들의 지혜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의 숍에서 판매되는 섀비 시크 가구는 미국 뉴욕의 최고급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고가의 명품이 대부분이다.

뉴요커의 라이프 스타일 & 생활감각

① 섀비 시크 스타일의 암체어를 침대 한켠에 놓으면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② 화려한 비즈 장식 스탠드와 크리스털 액자는 모두 수공예 제품으로 화이트 앤티크 가구와 매치하면 더욱 고급스럽다. ③ 화이트 앤티크 가구에 핸드메이드 페인팅으로 포인트를 준 서랍장은 아이방 꾸밈에 좋은 아이템.


그렇다고 값비싼 명품 가구로 집안을 꾸며야만 뉴욕식 인테리어가 되는 건 아니다. 그 역시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는 섀비 시크 스타일로 집안을 꾸미기 위해 원목가구를 사다 일일이 흰색 페인트칠을 했다고 한다.
“미국에는 한번 칠하면 마치 크랙(crack·갈라진 틈)이 있는 것 같은 효과가 나는 페인트가 있어요. 그것을 사다가 원목가구에 열심히 칠했어요(웃음).”
안씨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생이 된 딸을 둔 엄마다. 뉴욕에서 태어난 딸은 현재 외국인학교에 다니고 있다.
“미국에선 대학에 들어가서야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요. 한창 뛰어 놀 나이에 학교와 학원에 얽매이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영화나 전시가 있으면 함께 보러 다니려고 노력하지만, 잔디에서 뛰어 놀고, 나무에 올라타고, 강아지와 뒹굴 수 있는 환경과 여유를 아이에게 주지 못하는 현실이 미안하게 생각돼요.”
안씨는 딸을 뉴요커처럼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삶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고.



여성동아 2004년 6월 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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