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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향기롭게 사는 여자

김미숙 ‘통큰’ 육아법 & 결혼생활

“다투고 난 뒤 연하니까 참는다고 말하는 남편, 귀여운 두 아이와 알콩달콩 살아요”

■ 글·조득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의상&소품협찬·마리나리날디, 캐럿투

입력 2004.06.10 12:00:00

최근 김미숙을 의외의 장소에서 만났다. 한 미술관에서 열린 어린이 체험학습장에 두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 것. 남편과 아이들을 보면서 삶의 기쁨을 느낀다는 그가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미숙  ‘통큰’ 육아법 & 결혼생활

지난 4월 중순, 흙놀이와 흙 인형극을 통한 감성체험 공연 ‘바투바투’가 열리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 김미숙(45)이 두 아이의 손을 꼭 붙들고 나타났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연예인이지만 이날은 아이들과 함께 흙놀이에 나선 탓인지 평범한 주부의 차림새. 흙놀이를 위해 아이들의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주던 그가 반가움 반, 쑥스러움 반의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아이,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머리라도 만지고 오는 건데…. 승민이 승원이, 이리 와서 아저씨한테 인사드려야지.”
‘바투바투’는 흙, 밀가루 등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소재로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흙을 맨발로 밟고 뭔가를 만들기도 하면서 저절로 자연과 하나가 됨을 느끼게 하는 설치놀이 공연. 이날 김미숙은 공연의 스태프로 있는 친구 초대로 공연장을 찾았다고 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아이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자주 찾는 편이에요. 이번 공연도 독특한 흙놀이와 흙 인형극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해서 왔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네요.”
지난 98년 네살 연하의 CF음악 작곡가 최정식씨(41)와 결혼한 그는 승민이(5)와 승원(3) 남매를 두고 있다. 아빠를 꼭 닮은 아들 승민이는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동생 승원이를 챙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생을 시기해서 자기 물건만 가지면 무조건 울던 아이가 많이 대견해졌어요. 얼마 전 1박2일 일정으로 가족여행을 갔거든요. 흙장난을 치다가 승원이 머리와 옷에 흙이 들어갔나 봐요. 승원이가 엄청 울었어요. 그런데 그전 같으면 ‘울지 마’ 하고 소리쳤을 승민이가 ‘우리 승원이한테 비디오 틀어주자’ 하며 달래는 거예요. 오빠 노릇 하는 걸 보니 마음이 뿌듯하고 이상하더군요.”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환한 미소를 짓는 그에게서 두 아이의 엄마, 가정을 일구고 사는 주부의 모습이 넉넉하고 아름답게 비쳤다.
유치원 운영했지만 아이 교육은 여전히 고민거리
김미숙  ‘통큰’ 육아법 & 결혼생활

그로부터 얼마 뒤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나이를 잊게 만드는 세련된 의상과 자신 있는 표정. 역시 카메라 앞에서는 자신을 가꾸는 연예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를 눈치챘는지 “주부와 연예인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죠?” 하며 밝게 웃었다.
그는 요즘 문화의 향기에 푹 빠져 사는 중이다. 매일 오후 6시부터 두시간 동안 KBS 1FM ‘김미숙의 세상의 모든 음악’을 진행하고, 화요일엔 KBS ‘TV문화지대-미술관을 가다’로 안방을 찾고 있는 것.
“프로그램의 성격이나 방송시간상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마니아층이 두터워요. 프로를 진행하면서 음악 공부도 많이 해서 남편에게 조언을 할 정도가 됐고, 전혀 모르던 미술의 세계에도 입문하게 됐죠. ‘대한민국의 고상한 프로는 다 한다’는 농담을 듣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참 귀엽고 예쁘다”는 말을 꺼내자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들 자랑이 시작됐다.
“승민이가 요즘 영어유치원을 다니는데 영어를 곧잘 해요. 처음엔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유치원에 지원을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렸는지 추첨에서 떨어졌죠. 그래서 집 근처에서 찾다 보니 동네에 영어유치원이 있더라고요. 제가 유치원을 운영해봤기 때문에 꽤 까다롭게 고르는 편이거든요. 마당이 없는 게 아쉽긴 했지만 프로그램이 좋아 남편과 상의 끝에 보내기로 결정했어요.”
첫날 안 가겠다고 20분 이상 실랑이를 벌이던 승민이는, 그러나 하루 다녀오더니 외국 선생님이 신기했는지 다음날부터 유치원 갈 시간을 기다리더라고 한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한 교실에 아이들이 예닐곱명이라 선생님의 시선을 충분히 받기 때문인 것 같다고.
“아이도 그 시선을 느끼고, 그래서 행복해하는 것 같아요. 이제 두달 정도 다녔는데 오후에 집에 오면 ‘아이 엠 해피’ 하며 노래를 불러요.”

김미숙  ‘통큰’ 육아법 & 결혼생활

그는 유치원을 운영했던 경험이 아이를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의 욕심이 담긴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고.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학부모들에게 교육기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이 교육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부모에게 있다고 강조했어요. 그런데 제 자신이 부모가 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사정이 다르더군요. 아이에게 향한 욕심도 부담이지만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앞서요. 자식을 욕심대로 키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욕심을 안 부려서도 안 될 것 같고…. 그게 혼란스러워요.”
그래서 그는 남편과 아이들 교육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부부가 정한 육아 방침은 아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것. 그게 어떤 일이든 아이가 하고 싶다면 그 의견을 존중해주고, 그 일을 함으로써 아이가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그게 먹고사는 것과 연결될 수도 있고, 또 먹고사는 것과 전혀 다른 분야라도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에요. 아이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주느냐를 항상 생각하려고 노력하죠.”

평생 최고로 키울 자신 없어 어떤 상황이든 적응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울 생각
간혹 잡지에 홈스쿨링을 하는 엄마들이 나오면 그런 능력이 부럽기도 하고, 혹 자신이 방치하는 바람에 아이의 능력을 키워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든다는 그. 하지만 그런 조급함을 버리려 애쓰는 중이라고 한다.
“우리 승민이는 공부하자고 하면 ‘나 공부 안 해’ 하곤 도망가요. 그러면 저도 ‘그래? 싫으면 그만둬’ 하고 내버려두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글자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지더라고요. 그 호기심을 채우는 과정은 거의 물을 빨아들이는 스펀지에 가까워요. 이렇게 아이의 지적 호기심은 적절히 알아서 오는 것인데 저를 포함한 많은 엄마들이 하루라도 빨리 가르치려고 조바심을 내는 것 같아요.”
김미숙  ‘통큰’ 육아법 & 결혼생활

두 아이와 함께 흙놀이 공연장을 찾은 그는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안겨주고 싶다고 한다.


그는 첫째 승민이 가졌을 때 초보엄마교실을 다녔다고 한다. 그때 강사가 참가한 부모들에게 태교를 왜 하는지, 나아가서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며 그 이유를 ‘자신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게 해주고 싶어서’라고 결론지었다고. 그러면서 “사실 내 자식이 나보다 더 잘 사는 게 좋지 않은가요? 나만큼만 살기를 바라는 사람 있으면 손들어보세요?” 하고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 그가 손을 ‘척’ 들었다고 한다. 당황한 남편이 옆에서 손을 끌어내리며 말렸지만 그는 손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저는 지금도 두 아이 모두 저만큼만 살면 잘 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제가 부자도,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지만 지금 하는 일에 굉장히 만족하고 행복하거든요. 아이들에게 바라는 게 그런 거예요. 자신이 만족하고 행복하면 되는 거죠.”
평범한 부모와 형제들 사이에서 평범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는 그. 어느 순간 행복감에 젖어 기뻐한 적도 있고 또 어느 순간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다고 한다.
“요즘 집마다 아이들이 하나 둘 정도이다 보니 입는 것, 먹는 것, 노는 것 모두 최고로 키우려는 엄마들이 많아요. 연예인이니 저희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전 평생 아이들을 최고로 키울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어떤 상황이 오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어요. 좋은 곳에 가서 좋은 것 보여주고 호텔에서 잠재울 수도 있지만, 민박집에서 자면서 자기 집과는 다른 화장실 구조에 불편해하다가도 나중엔 생리적 욕구 탓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면서 아이가 느낄 수 있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춥다고 꽁꽁 싸맬 것이 아니라 추운 것도 알게 해주고 싶은 거죠.”

김미숙  ‘통큰’ 육아법 & 결혼생활

이런 그의 생각은 가끔 부부싸움거리가 되기도 한다고. 여느 부부처럼 생각의 차이로 다툴 일이 많은데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자주 불거진다고 한다.
“어쩌다 아이가 부부 침대에서 잠들면 남편은 아이가 떨어질까봐 쿠션과 이불로 담을 만들어요. 하지만 저는 한번쯤 떨어져봐도 괜찮은데 싶거든요. 아이가 다칠 만한 높이도 아니고 한번은 경험해봐야 무의식중에라도 위험요소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다 한번은 아이가 진짜로 떨어졌어요. 놀라서 울기는 했지만 다치지는 않았죠. 떨어져서 아무 일도 없고 앞으로 조심하면 되는데 남편이 그전의 일부터 다 끄집어내 말다툼을 했어요.”
하지만 말다툼은 잠시,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거친 말이나 극단적인 표현을 삼가기 때문에 냉전까지 이르지는 않는다고 한다.
최근 연상연하 커플이 유행하면서 연예계 연상연하 커플 리스트에 늘 오르는 김미숙·최정식 부부. 그는 자신의 경우엔 연상연하 커플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겠는데 남편은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한다.
“남편은 가끔 다투다가도 ‘그래 내가 연하니까 참는다’ 하곤 해요. 당신이 연하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고 해도 제가 항상 누나처럼 가르치려고 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남편의 나이가 훨씬 많은데도 ‘내가 아들 하나를 더 키우지’ 하는 아내들의 푸념이 있잖아요. 그런 것을 보면 나이를 떠나서 모성본능이 있는 여성과 엄마 품에서 어리광부리고 싶어하는 남성의 성향 차이인 것 같아요. 그걸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남자들은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에요(웃음).”
그는 요즘 오는 8월 방영 예정인 SBS 대하사극 ‘토지’를 촬영중이다. 주인공 서희의 할머니 윤씨 부인 역으로 출연하는 것.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소 거칠고 독한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할 예정이다.
“예전에 황정아, 반효정 선배님이 하던 배역인데 제 나이에 좀 이르기는 하지만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나이가 젊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다른 배역에 욕심을 낼 수도 있겠지만 나이 들어가는 걸 인정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이 역할을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윤씨 부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고 한다. 기존에 등장했던 악독한 이미지와는 달리 구한말 양반 제도에 묶여서 살지만 생각만은 깨인 여자, 동학으로 인간평등과 계급타파를 꿈꿨던 여자, 그런 열망을 가슴에 품고 있는 탓에 독해진 여자를 표현해보고 싶다고.
“요즘 지방 촬영을 가면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와요. 촬영을 구경하시는 분들이 정확하게 제 이름을 부르며 사인해달라고 하거든요. 저보다 아주 어린 연배이거나 아주 나이 든 분들이라도 이미숙 김미숙 안 헷갈리고 정확히 기억해주는 것을 보면 정말 감사하고 헛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40대 주부들 만나면 늦게 시집가더니 아들 딸 낳고 잘 산다며 별걸 다 알고 계세요. 어떻게 그렇게 나에 대해서 잘 알까 하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이 들죠. 팬들의 그런 기대와 시선이 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자신의 가장 큰 목표는 만족한 삶을 사는 것이며, 아이들 또한 그렇게 키우고 싶다는 그. 인터뷰 내내 얼마 전 한 문화평론가가 그를 두고 한 ‘고고한 이미지로 남성들의 환상을 자극하지도 않고, 아양떨지도 않으며 유혹하기에 기대지도 않는, 완숙하며 주체적인 존재감과 성적 매력까지 갖춘 배우’라는 극찬이 생각났다.

여성동아 2004년 6월 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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