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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풍경화

참혹한 전쟁이 빚어낸 낯선 풍경

2004. 06. 04

참혹한 전쟁이 빚어낸 낯선 풍경

이브 탕기, 보석 상자 속의 태양, 1937, 캔버스에 유채, 115.4×88.1cm, 베네치아, 페기구겐하임미술관


풀밭이나 건물 옥상 같은 데 누워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때로 하늘이 무한히 넓고 깊은 바다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꼭 하늘이 내 아래쪽에 있는 것 같고 나는 곧 거기로 떨어져 그 끝 모를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것만 같지요.
만약 그렇게 그 신비한 바다에 빠진다면 나는 과연 어디쯤에서 멈출까요? 그리고 거기서 앞이나 뒤, 위, 아래를 제대로 구분이나 할 수 있을까요?
초현실주의 화가 이브 탕기의 <보석 상자 속의 태양>은 마치 그런 미지의 세계에 빠졌을 때 보게 되는 풍경 같습니다. 대충 위, 아래의 감은 잡히지만 어디가 하늘인지, 어디가 땅인지 분명하게 구분할 수 없습니다. 놓여 있는 사물들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에요. 고인돌이나 선돌 같기도 하고 화석으로 변한 오래된 공룡 뼈 같기도 합니다. 뭔가 비밀스런 사연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어도 눈길 하나 줄 것 같지 않군요.
화가는 왜 이런 풍경을 그렸을까요? 이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화가가 이런 풍경을 그리게 된 것은 그동안 익숙하게 살아온 이 세상이 어느 순간 매우 낯설고 이상하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이 그려질 무렵 유럽 사람들은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나게 잔인한 전쟁을 경험하고 갖가지 사회적 혼란을 겪게 됩니다. 낯익은 것들이 낯설어 보이고 세상에 정답이란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했지요. 세상이 그렇게 낯설다 보니 이 그림처럼 낯선 것을 그린 것이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 그림은 그런 시대의 혼란을 풍경화의 형식으로 생생히 전해주는 작품입니다.

한 가지 더∼
초현실주의 미술은 이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풍경이나 사물, 형상을 표현한 미술을 말합니다. 우리가 꾸는 꿈처럼 현실과 달리 혼란스럽거나 애매한 세계가 그려지지요. 우리의 의식 너머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한 미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3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크게 유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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