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동아 로고

Celeb 본지독점

‘미성년자와 성관계 사건’ 이어 또다시 ‘폭행사건’ 휘말린 이경영 참담한 심경 고백

“연기를 못하는 것보다 가족에게 연달아 고통을 준다는 게 더 가슴 아파요”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4.06.03 16:10:00

2년 전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구속돼 집행유예 2년, 1백6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았던 이경영이 또다시 동업자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물의를 빚었다. 그가 5시간 넘게 눈물과 한숨과 함께 털어놓은 두 사건에 연루된 속사정과 마음고생.
‘미성년자와 성관계 사건’ 이어 또다시 ‘폭행사건’ 휘말린 이경영 참담한 심경 고백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곧 좋은 소식으로 만날게요.”지난 4월말까지만 해도 이경영(44)은 비교적 밝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2년 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연예계를 떠났던 그가 조심스럽게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며칠 뒤, ‘이경영, 돈 문제로 동업자 폭행’이란 제목의 기사가 모든 일간지와 스포츠신문을 장식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억울하다”는 그의 목소리엔 황망함과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제가 무슨 말을 한들 사람들이 믿겠습니까. 치졸한 변명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는 인터뷰보다는 술이나 한잔 하면서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다고 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홍대 근처에 있는 한 실내포장마차를 찾았을 때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층 난간에 기대 빗줄기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이 젖은 솜처럼 가라앉은 듯 보였다.
“연기를 하면서 늘 ‘나이 들어서도 사람들에게 향기가 좋은 배우로 기억되겠다고 다짐하곤 했어요. 그런데 지금 향기는커녕 아주 역한 냄새를 가진 배우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게 가슴 아파요. 사람들에게 ‘나는 착하게 산다’고 말하는 게 우습지만, 가진 게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했고, 나 혼자 잘되자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한숨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던 그의 몸이 가볍게 흔들렸다. 2년 사이에 그는 많이 변해 있었다. 퉁퉁해진 몸집, 깊게 눌러쓴 벙거지모자 밑으로 보이는 흰 머리카락, 생기 잃은 눈동자….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주던 이경영 특유의 카리스마와 생기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년 동안 그는 하루를 어떻게 지냈는지 모를 정도로 단순하게 살았다고 한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더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영화계와 방송계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는 모든 제안을 뿌리쳤다. 집행유예 기간 동안은 자숙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5월로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요. 때마침 영화를 함께 하자는 제안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번에 일이 터진 거예요. 기운이 쭉 빠지더군요. 너무 힘들어요. 그냥 이대로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에요. 희망도 보이지 않고….”
그는 가장 힘든 건 연기를 못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와 아들 해인이, 가족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성 범죄자로 낙인찍힌데다 또다시 폭력배로 매도되었기 때문이다.

“집행유예 끝나는 시기에 맞춰 연기 복귀 준비하고 있었는데…”
‘미성년자와 성관계 사건’ 이어 또다시 ‘폭행사건’ 휘말린 이경영 참담한 심경 고백

이경영은 지난 2년 동안 영화계와 방송계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집행유예 기간이라 자숙했다고 한다.


“스스로 당당하다면 연예계 복귀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자 그는 “나로 인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받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복귀시점을 좀더 늦출 생각이라고.
“이젠 제가 배우로서 더 이상 카메라 앞에 서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자신이 있어요. 물론 ‘그러면 뭘 하고 살지’ 생각하면 답답하긴 하지만….”
17년 동안 연기 외길을 걸어온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건 뜻밖이었다. 하지만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생기가 돌고, “친한 후배인 김민종, 설경구와 술을 마시다 보면 가슴에서 솟구치는 연기에 대한 열정을 느낀다”는 말에서 천상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성년자와 성관계 사건’ 이어 또다시 ‘폭행사건’ 휘말린 이경영 참담한 심경 고백

그를 다시금 절망에 빠뜨린 실내포장마차 동업자 폭행사건의 내막은 무엇일까. 언론에는 그가 투자지분을 포기하라며 동업자 A씨를 폭행했다고 보도되었다. 하지만 그는 폭행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이문세씨가 회장으로 있는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함께 운동을 하다 친해진 사람들 7명이 적게는 2천만원, 많게는 5천만원을 갹출해 총 2억2천만원으로 실내포장마차를 차렸어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도 투자자였고요. 그 사람도 5천만원을 투자했다고 해서 처음엔 그런 줄 알았어요. 돈 관리를 그 사람이 했으니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투자한 돈에 대해 의혹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물론 아직까지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가운데 장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가게를 정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2억2천만원을 투자했다고 팔 때 그 값을 다 받는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투자 비율로 손해를 보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을 했어요. 그리고 일을 투명하게 처리하기 위해 제가 직접 관리를 하겠다고 제안했고, 당시는 A씨를 포함해 모두 동의를 했어요.”
의견을 모은 후 이경영은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투자자와 함께 남아 술을 마시던 A씨가 술에 취해 술집 수족관을 깨뜨리는 소동을 부렸다는 것. 그 때문에 술집 주인이 경찰에 신고해 A씨는 파출소까지 갔다 왔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경찰이 찾아와서 제가 A씨를 폭행했다는 거예요. 대질신문을 하는데 제가 포장마차 지분을 포기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며 삽으로 머리를 찍고 발로 밟고 무자비하게 팼다는 거예요. 그런데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아요. 한참 맞다가 생명에 위협을 느껴 집으로 전화해 112로 신고하라고 했다는데, 그를 때리다가 신고하라고 전화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전화를 끊은 뒤 다시 때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죠. 더구나 그렇게 심하게 맞았다면서 곧바로 병원으로 안 가고 파출소에 갔다가 집에 가서 자고 다음날 병원에 갔다는 거예요.”

사회봉사명령으로 만난 장애아들 지금도 정기적으로 찾으며 사랑 나눠
지난 5월7일 폭행사건에 대한 그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사건의 진실 여부는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셈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 사람을 사귀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낄 만도 하건만 그는 “그래도 사람들이 좋다”고 한다.
“이 일을 겪은 후 저에게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벽을 느껴요. 그래도 저는 사람을 믿고 싶어요. 99.8%는 좋은 사람이잖아요. 나머지 0.2%의 사람들 때문에 착한 사람들까지 의심할 순 없죠.”
최근 그에 대한 기사가 또 하나 있었다. 2년 전 사건과 관련해 L양과 L양의 가족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은 5월11일 이경영 등 사건 관련자 4명에 대해 미성년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힌데 따른 손해배상으로 5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인천지방법원은 “이경영 등 4명이 배우가 되려는 청소년에게 영화 출연을 내세워 자기들의 성적 욕구를 채우는 대상으로 삼은 것은 미성년자인 L양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L양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했다.
“이 일과 관련해 보도한 기사 제목을 보면 마치 제가 5천만원 지급 판결을 선고받은 것처럼 되어 있어요. 하지만 제가 지급 판결을 받은 액수는 5천만원 중에서 3백만원이에요. 그 돈도 이미 L양에게 지급했어요.”
2년 전 사건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당시 항소를 하지 않았던 것을 지금 후회한다고 했다. 처음엔 어머니에게 불효하고 팬들에게 실망을 끼친 벌로 형을 달게 받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진실을 제대로 가리는 것이 필요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는 것.
“항소를 해서 무죄판결을 받았다면 제가 지금 이렇게 힘들지 않을 거예요. 핑계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하늘에 맹세코 출연을 미끼로 그 아이를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어요. 돈을 주고 성을 산 적도 없고요. 전 지금도 제가 욕망을 느꼈던 사람이 나중에 알고 보니까 미성년자였다는 게 부끄러울 뿐이지 다른 부분은 떳떳해요.”
당시 그는 80일 동안 구치소 독방생활을 했다. 구치소 생활이 어땠냐고 하자 “죄를 짓고 가는 게 아니라면 그런 생활도 해볼 만하다”며 웃었다.

‘미성년자와 성관계 사건’ 이어 또다시 ‘폭행사건’ 휘말린 이경영 참담한 심경 고백

이경영은 장애아들 이야기를 할 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정신적으로 해이해질 때 일정한 규칙이 있는 곳에서 지내며 자기 반성을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후배들이 저에게 ‘빵 체질’이라고 해요.”
문성근, 류승완, 정두홍 등 지인들이 면회를 오면 “꼭 영화세트장 같지 않냐”고 농담을 하는 등 겉으로는 밝게 지냈다고 하지만 어디 마음까지 밝았을까.
“모든 ‘화’의 근원은 내 안에 있다는 어느 성현의 글을 읽으며 지금의 분노 역시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고요를 깨치려고 노력을 했어요. 그래도 아직까지 마음을 완전히 비우진 못한 것 같아요. 증오를 버렸다고 생각했다가도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것을 느끼니까요.”
그는 1백6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장애인시설과 노인시설에서 사회봉사를 한 게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장애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입가에 해맑은 미소가 그려졌다.



이젠 가정 꾸리고 마음의 안정 얻고 싶어
“처음엔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절망뿐이었어요. 그때 아이들을 만났고, 그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평화로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마음이 평화롭고 풍요로워졌어요. 그건 제가 아이들을 도와주었다고 해서 느낀 게 아니에요. 그냥 같이 어울려 놀다 보면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과 깨끗한 마음에 제가 동화되었기 때문일 거예요.”
비슷한 시기에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다른 연예인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요란스럽게 사회봉사활동을 했다. 반면 그는 부과된 1백60시간의 사회봉사를 마친 후에도 소리 없이 계속 하고 있다.
“너무 좋아요. 저랑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졌고 한달에 한번씩 장애아학교나 독거노인을 찾고 있어요.”
“그동안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여행을 다녀오지는 않았냐”고 하자 “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어머니가 당뇨가 심해서 항상 신경을 써야 해요. 어느 순간 혈당이 떨어지면 혼절을 하시거든요. 식이요법을 하고 있지만 늘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죠. 한번은 저도 없는데 몸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택시기사가 병원 응급실까지 모시고 간 적도 있어요. 더구나 제가 하루라도 집에 안 들어가면 잠을 못 이루는 분을 두고 어떻게 여행을 갈 수 있겠어요. 제가 잘 사는 게 어머니 건강하게 하는 것인데….”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아들 해인이 이야기로 넘어갔다.
“어머니가 버티고 사는 가장 큰 이유가 제 아들 때문이에요. 해인이는 어머니가 평생 사랑했던 아버지 모습을 참 많이 빼닮았거든요. 그래서 어머니는 해인이에게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손주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함께 가지고 있어요.”
아이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들 해인이는 98년 이혼 후 아이 엄마가 키우고 있다.
“아이 엄마가 재혼을 했지만 아이를 데리고 있어요. 아이를 보지는 못하고 통화만 해요. 얼마 전에는 아이 엄마가 잘 자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전화를 했더라고요. 저는 그 입장을 이해해요. 아니 당연히 이해해야죠. 새로운 가족이 생겼으니까, 제가 아무리 보고 싶어도 기다려줘야죠.”
그는 어려운 일을 겪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장가가고 싶어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면 책임감이 생겨 지금처럼 말썽을 피우고 살지는 않을 테니까요.”
배우자는 바보일 정도로 착한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일하는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제가 집안 살림을 했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여보 운전조심하고 잘 다녀와’ 인사를 하고, 집안 청소도 하고, 음식도 만들고…. 그런데 그렇게 살려면 먼저 술부터 줄여야겠죠. 아내 월급을 제 술값으로 다 쓸 순 없잖아요(웃음).”
마지막으로 그는 작은 소망 하나를 피력했다.
“작은 선술집을 운영하고 싶어요. 막걸리도 팔고 소주도 팔지만 ‘바’처럼 분위기가 있는 술집이요. 그곳에서 제가 바텐더가 되어 착한 사람들과 함께 술과 정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루 빨리 그가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팬들과 함께 즐거운 모습으로 술과 정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성동아 2004년 6월 486호
좋아요

Print Edition

How to be a woman

생각하는 여자가 읽는 매거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번호목차이번 호 구입하기

독자알림

더보기

Follow up on SNS

여성동아 에디터가 핫뉴스, 최신 트렌드와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전해 드립니다.

  • 여성동아 페이스북
  • 여성동아 인스타그램
  • 여성동아 유튜브
  • 여성동아 네이버포스트
  • 여성동아 네이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