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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화제

그룹 총수로 본격적인 활동 재개한 SK 최태원·노소영 부부 요즘 생활

‘7개월 수감생활로 애틋한 사랑 재확인, 봉사활동 하며 삼남매 교육에 힘써’

■ 글·구미화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SK 제공

2004. 06. 03

최태원 SK 회장의 행보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출소 이후 대외 활동을 자제해온 최회장이 지난 4월, SK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하는 등 기업 이미지 제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SK사태’ 이후 최태원 회장과 부인 노소영씨에게 찾아든 변화를 밀착 취재했다.

그룹 총수로 본격적인 활동 재개한 SK 최태원·노소영 부부 요즘 생활

창립 50주년을 맞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던 SK가 최태원 SK㈜ 회장(44)을 중심으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날갯짓이 한창이다. 최회장은 지난 4월8일, 경기도 용인 SK연수원에서 열린 SK그룹 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지난해 몰아닥친 시련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새 출발을 하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새 정부 출범을 일주일 앞둔 지난해 2월17일 단행된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분식회계의 전모가 드러나 7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던 최회장은 “지난 1년의 시련은 새로운 50년을 위해 하늘이 내려준 선물로 생각한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물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하고 말했다.
최회장은 또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 ‘구성원의 가치 제고’와 함께 ‘사회공헌활동 강화’를 SK 3대 변화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며, 기업 이미지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최회장은 4월29일 신임임원 연수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최고 경영자와의 대화’ 시간에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거듭했다. 그는 새로운 임원들에게 “SK가 추구하는 기업 이념인 ‘행복 극대화’를 실천하고 전파하는 첫 세대가 되어달라”고 당부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 즉 사회 전체의 행복 극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시련을 겪는 동안 기업이 존속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이익 극대화에 머물지 않고 기업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행복 극대화가 중요함을 강조한 최회장은 5박6일간의 신임임원 연수 일정 중 하루 동안 임원의 부인들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부인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최회장은 “가정의 행복은 개인과 기업 모두의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찬에는 부인 노소영씨(43)도 참석했는데 최회장이 이처럼 가정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모습에 대해 일각에선 몇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최회장 부부의 불화설을 의식한 행동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SK 관계자는 항간에 떠도는 최회장 부부의 불화설은 전혀 사실무근이고, 오히려 지난해 수감생활이 서로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최회장이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부인 노소영씨가 7개월 동안 거의 매일 면회를 갔고, 만나면 두 손을 꼭 맞잡고 말로 다하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를 교감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곁에서 보는 사람이 애처로울 정도였다”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사실 직원 가족들에 대한 최회장의 배려는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최회장은 지난해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인해 SK직원들뿐만 아니라 직원의 가족들까지 불안해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지난 연말 전 직원과 그 가족들에게 일일이 안부 편지를 보내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룹 총수로 본격적인 활동 재개한 SK 최태원·노소영 부부 요즘 생활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SK사태’ 이후 첫 외부 활동인 5월15일 울산대공원 2차 기공식에 가족과 함께 참석했다.


SK측은 “최회장이 CEO로서, 재계의 리더로서의 위상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으로서의 역할”이라며 “자연인 최태원은 자상한 아빠이고, 다정한 남편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평소 여가 시간을 대부분 아이들과 보낼 정도로 다정다감한 아빠였던 최회장은 지난해 구치소 생활을 하는 동안 자녀들과의 관계도 더 애틋해졌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SK사태’ 이후 최회장의 첫 공식 활동인 5월15일 울산대공원 2차 기공식에도 부인 노소영씨와 두 딸, 그리고 막내아들이 동행했다. 최회장은 공식 행사에 가족들을 동반한 이유에 대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이 회사가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고,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줘야 아빠가 하는 일과 기업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데려왔다”고 말했다고 SK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최회장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울산시장 등 외부인사들과 함께 울산대공원 2차 기공식 행사에 참석했고, 부인과 자녀들 역시 행사장에 동행해 최회장을 지켜봤다. 또한 이날 저녁 최회장 가족은 울산 MBC에서 열린 콘서트를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최회장 가족은 다음날까지 울산에 머물렀는데 최회장은 울산시민들과 어울려 울산대공원 내 5km를 걷는 ‘걷기대회’에 참가한 뒤 자녀들과 도자기 빚기, 공차기 등의 이벤트에도 참여했다.
SK 관계자에 따르면 최회장은 장인 장모인 노태우 전 대통령 부부와 함께 테니스를 치고, 외식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최회장은 일찍이 부모를 잃은 탓에 장인 장모를 대하는 마음이 남다르다고.
한편 최근 최회장이 부인 노소영씨와 함께 교회에 다닌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해 9월 출소 후 최회장이 부인 노소영씨가 다니는 교회에 매주 거르지 않고 나가고 있다는 것. 최회장이 기독교에 심취해 시련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최회장이 다닌다고 알려진 대학로의 N교회 김목사는 최회장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최회장이 몇 차례 예배를 본 것이 이같이 와전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회장의 측근에 따르면 최회장과 김목사는 이화여대 사범대학 부속 초등학교 동창으로 학창시절 절친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회장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되면서 관계가 예전만큼 자연스럽지 못하게 된데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시기에 외국에서 유학한 탓에 긴 시간 동안 연락이 끊어졌다. 그러다 2000년에 김목사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최회장을 다시 만났다고 한다.
최근 SK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3대 변화과제로 최회장은 경쟁력 강화와 구성원 가치 제고, 사회공헌활동 강화를 밝혔는데 측근에 따르면 최회장은 기업의 리더로서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 기독교적 철학을 모델로 삼고 싶어했고, 그런 점에서 종종 김목사를 만나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그러다 최회장이 지난해 구속 수감됐을 때 김목사가 몇 차례 특별 면회를 하고, 편지를 주고받는 등 최회장이 정신적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줬다고. 최회장은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김목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때 온 가족이 장애 아동과 함께 시간 보내고, 이메일로 장애인 사원 격려
부인 노소영씨가 교회에 다니게 된 것도 최회장이 수감생활을 하는 자신을 지켜보며 힘들어하는 부인에게 김목사를 만나볼 것을 권유한 데서 비롯됐다. 최회장이 구속 수감된 직후부터 김목사의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노소영씨는 아이들과 함께 지금까지 꾸준히 다니고 있다고 한다. 굴지의 대기업 총수의 부인이 도심의 작은 교회에 나타나자 교인들 사이에 약간의 술렁임이 없지 않았으나 지금은 젊은 교인들과 누나 동생 하고 지낼 정도로 편안한 사이가 됐다고. 더욱이 노씨는 최회장이 수감중이던 지난해 6월, 교인들이 보는 앞에서 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룹 총수로 본격적인 활동 재개한 SK 최태원·노소영 부부 요즘 생활

최태원 회장은 가족들과 울산 MBC에서 열린 콘서트를 관람하기도 했다.


최회장은 출소 후 자신과 아내에게 정신적으로 큰 위안이 된 김목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 부인과 함께 교회를 방문했고, 그 후로도 몇 차례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부인과 아이들이 최회장에게 함께 교회에 나갈 것을 권유하고 있으나 최회장은 물론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 역시 종교가 없었던데다 그룹 총수가 특정 종교에 귀의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비춰질지 확신이 서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고 측근은 전했다.
지난해 12월25일, 최회장은 가족과 함께 교회에 나가 장애인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최회장의 친구 김목사가 이끌고 있는 N교회는 성탄절에 외국인 노동자와 장애인, 노숙자,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지난 12월21엔 가리봉동에 머물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들과 예배를 드리고, 12월24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보호시설의 중증장애 어린이들을 찾아 선물을 전해줬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인 12월25일에는 중증장애 아동 특수교육시설인 ‘가브리엘의 집’ 아이들을 초청해 성탄예배를 드린 뒤, 각 가정별로 아이들과 짝을 지어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이같은 계획을 부인으로부터 미리 전해들은 최회장은 김목사에게 연락해 “나도 좀 같이 하자”며 참여의 뜻을 전했고, 김목사도 흔쾌히 승낙했다. 이에 최회장은 성탄절에 가족들과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고, 김목사가 소개해준 한 장애아동과 함께 차로 이동해 식사하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기독교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고민이 많았던 최회장의 이 같은 행동에 교인들은 물론 친구인 김목사 역시 많이 놀랐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의 감흥은 최회장에게도 오랫동안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올초, SK C&C에 근무하고 있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정훈기씨에게 보낸 메일에서 “지난해 초 훈기씨가 입사한 후 대화의 자리를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너무 큰 일이 한꺼번에 생겨 자리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으니 반가운 마음이 들어 이렇게 메일을 드립니다”라고 한 최회장은 “지난해 큰 일을 겪고 난 뒤 주변을 둘러보게 됐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아내가 가는 교회에서 장애우들을 초청한다는 얘기를 듣고 가족과 함께 교회에서 봉사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회사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으니 아이디어가 있으면 주저없이 메일을 보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회장이 이같이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하고, 장애인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SK측에서는 갑작스러운 변화라기보다 SK가 지난 50년간 추구해온 기업 철학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 역시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우수한 인력만이 경쟁력”이라며 73년부터 청소년 퀴즈 프로그램인 ‘장학퀴즈’를 후원하고, 74년에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만들어 대학생들의 해외 유학을 지원하는 등 기업 차원에서 체계적인 인재양성을 위해 힘써왔기 때문. SK 관계자는 “최회장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사회공헌을 기업의 중요한 역할로 인식하고 있던 차에 지난해 시련을 통해 그러한 생각이 더욱 뚜렷해져 구체적인 사회공헌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지금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기업인으로서 CEO로서 가장으로서 분명 새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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