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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연극 보급에 앞장서는 극단 코스모스 대표 이현승

■ 기획·김동희 ■ 글·장옥경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4.05.11 11:43:00

그동안 어린이극은 성인극에 비해 가볍게 취급되어왔다. 대상이 유아라는 점 때문. 하지만 극단 코스모스 대표 이현승씨는 어린이극일수록 잘 만들어야 미래의 초석이 될 아이들에게 바른 이상과 꿈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린이 연극 보급에 앞장서는 극단 코스모스 대표 이현승

연극이 끝나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없는 시간, 용산 전쟁기념관 1층의 문화극장에 들어섰을 때 이현승씨(48)는 극장 출입문을 손 보고 있었다. 연극을 보러온 아이들이 행여 문에 끼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점검한 것.
“극장을 찾는 관객이 주로 아이들이잖아요. 연극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첫 기억은 훗날까지도 남게 되죠.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 소중한 추억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성이 필요하지요.”
그는 96년 극단 코스모스를 창단한 후 ‘용궁에 간 토끼’‘흥부와 놀부’‘콩쥐 팥쥐’‘선녀와 나무꾼’ ‘도깨비 방망이’‘홍길동전’‘바보온달’ 등 우리의 전래동화들을 매년 2~3편씩 무대에 올렸다. 아이는 물론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참여 마당놀이 연극으로 구성,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리나라에는 이상한 풍조가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어린이극을 가볍게 취급합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다릅니다. 어린이극을 연출하고 연기하는 이들은 어린이극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한 전문가들입니다. 어린이극이 어린이의 사회적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가 처음 어린이극을 시작할 때 주변의 반응은 ‘코흘리개 돈까지 벌어야겠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당시 어린이극은 말 그대로 어린이들이나 보는 극이니 적당히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고. 이런 풍토에서 제작되었으니 어린이극의 대다수는 수준 낮은 작품일 수밖에 없었다. 자녀와 함께 그런 수준 미달의 연극을 본 학부모들은 실망해서 자녀에게 더 이상 어린이극을 보여주지 않게 되었고, 관객이 적으니 제작의 질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어린이 연극제에 참여해서 어린이 연극들을 봤을 때 우리나라 어린이극의 현실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연극을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 ‘성 이수일뎐’의 시나리오를 쓰고, ‘타인의 둥지’ ‘아름다운 서울’ 등의 영화와 드라마의 조연출을 맡았던 그가 어린이극에 뛰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어린이극만큼 세대차를 신경써야 하는 연극도 없다고 말한다. 4~5세 유아도, 6~7세 유치원생도, 초등학교 1~2학년도, 3~6학년도 같은 어린이란 말로 불리지만 초등학교 3~6학년과 4~5세 어린이간의 의식의 차는 어른들의 세대차보다 오히려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각각 다른 어린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코드는 ‘동심’뿐. 그래서 ‘동심’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제대로 된 어린이극을 보여주기 위해 전문극단 창립
어린이극에서 중요한 것은 ‘동심’을 포착한 내용과 ‘극의 리듬’. 어린이들은 집중력이 짧기 때문에 조금만 느려지면 흐트러진다. 어린이들이 눈을 떼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극의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포인트. 흐름이 깨져 한번 산만해지면 배우들도 수습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어떻게 하면 ‘1시간 동안 어린이들을 완벽하게 극 속에 빠질 수 있게 할까’하는 것이 극단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치않는 그의 고민이다.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다 함께 배꼽을 잡고 웃을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 모토였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우리 고전이었지요. 전래동화엔 우리민족의 해학과 풍부한 상상력, 지혜 등의 교육철학이 담겨 있으니까요. ‘흥부와 놀부’를 첫작품으로 만들었는데 어린이들의 반응을 보고 놀랐어요. 극을 보고 어린아이가 울며 나와서 ‘왜 우니?’ 했더니 ‘놀부 아저씨가 거지가 되서요’ 하는 거예요. 놀부가 심술꾸러기에 못된 사람이지만, 그가 망한 게 슬펐던 거지요.”

어린이 연극 보급에 앞장서는 극단 코스모스 대표 이현승

5월부터 재공연될 마당놀이 형식의 ‘홍길동전’ 공연 모습.


그 일로 어린이들은 연극적 상황을 현실로 그대로 믿어버린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정말 ‘적당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겠구나’하는 경각심이 들었다고 한다.
어린이들은 자라면서 TV, 비디오, 영화들을 많이 접하지만, 연극이 이들 매체와 다른 점은 배우와 어린이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쉬며 만나기에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문화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그는 더욱 사명감을 가지고 어린이극을 만들게 된다고 한다.
“그냥 어린이들에게 보여만 주는 연극보다는 같이 참여하여 극을 진행하고 함께 이끌어가는 형식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수시로 질문하고 대화하면서 극을 끌고 가는 참여 마당놀이 방식을 도입했지요. 아이들이 ‘놀부 아저씨 좀 때려주세요’ 하면 놀부로 등장하는 배우를 때려주죠. 극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 범위에서 참여를 시키니 어린이들이 더욱 흥미를 갖더군요.”
우리 고전을 각색한 작품을 무대에 올린 뒤 학부모들로부터 ‘재미있다’‘정말 고맙다’는 말을 들은 그는 그동안 우리 어린이나 학부모들이 얼마나 좋은 어린이극에 목말라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놀이마당이나 문화극장에서 선보인 그가 어린이 가족 마당극은 IMF 경제난과 공연계의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코스모스의 연극을 관람하고 회원으로 등록해 소식지를 받아보는 어린이는 5만여 명이다.
“처음엔 고전극 위주로 했는데 외국의 명작도 보여 달라는 요청이 많아 2년 전부터 ‘피터팬’‘피노키오’‘오즈의 마법사’‘백설공주’ 등의 작품을 올리고 있습니다.”
5월부터는 ‘홍길동전’을 올리는데 이 연극 역시 참여 마당극. 공연 도중 즉석에서 어린이 활빈당을 조직해 나쁜 사또를 혼내주는 이벤트를 벌인다.
그는 최근엔 ‘좋은 연극 보여주기 어머니회’같은 모임도 생겼다며 어린이 연극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머니들이 어린이극을 관심있게 보고 잘못 만들어진 연극을 꾸짖고 잘 만들어진 연극에 대해선 칭찬을 하는 등 끊임없는 관심 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끝으로 그는 신문이나 잡지에서 공연안내를 할 때 어린이극을 소외시키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섭섭해 했다. 어린이극을 어린이날 즈음에만 비중있게 소개하는 풍토가 사라져야 바람직한 어린이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동아 2004년 5월 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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