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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처음으로 영어 게임 개발한 콘텐츠 기획자 이경희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승민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4.05.07 10:40:00

컴퓨터 게임에 푹 빠진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들의 바람은 한결같이 아이들이 게임에 열중하는 것 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하는 것. 이런 엄마들의 기대를 토대로 탄생된 것이 바로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는 에듀테인먼트 게임 ‘키즈 레스큐’다. 그 자신도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엄마인 ‘키즈 레스큐’ 기획자 이경희씨를 만나보았다.
국내 처음으로 영어 게임 개발한 콘텐츠 기획자 이경희

게임 개발자를 만난다고 했을 때 매일 게임을 즐기며 컴퓨터에 푹 빠져 사는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남자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이경희씨(37)를 만나는 순간 산산조각났다. 깔끔한 외모에 조용조용한 목소리,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엄마. 수줍은 미소를 보이며 낮은 목소리로 차분히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머리 속에 그렸던 게임 개발자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그였기에 국내 최초로 영어 게임을 개발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는 딸 보면서 아이디어 떠올려
“늘 영어는 재미있게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딸 아이에게도 영어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죠. 제가 윤선생영어교실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학습지는 시켰지만 학원을 보낸다거나 다른 영어교재를 사주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어느날 컴퓨터 게임에 열중한 딸 아이를 보면서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레 영어까지 익힐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초 기획팀에 근무하던 이경희씨는 이런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출했고, 회사 임원들의 허락을 얻어 게임 개발에 들어갔다. 윤선생영어교실을 비롯해 아동교육 전문가와 아동용 게임 전문개발사로 이루어진 팀이 꾸려졌고 그는 팀의 책임자가 되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일이었던 만큼 게임 개발이 쉽지는 않았다. 재미도 있으면서 교육적 내용을 담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 1년 여 산고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키즈 레스큐’의 제 1탄 ‘키즈 퀘스트’. 초등학교 저학년생용으로 개발된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큰 호응을 얻었고 우수 게임으로 선정되어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게임을 하면서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다른 게임은 많이 하면 부모가 싫어하는데 저희 게임은 하면 할수록 영어 실력이 늘어나니 부모가 싫어할 이유가 없죠.”
최근 6개월 여 연구 개발 끝에 내놓은 두번째 작품 ‘키즈 레스큐’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에는 초등학교 저학년생뿐 아니라 그 이상 연령대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고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실제 문장을 사용하여 학교 공부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의 내용은 어느날 마을에서 사라져 버린 애완동물을 찾기 위해 아이들이 길을 떠나는 내용. 아이들은 애완동물을 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심부름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영어를 익힐 수 있게 된다. 어떤 것은 영어로 답변을 해야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다.
국내 처음으로 영어 게임 개발한 콘텐츠 기획자 이경희

영어 게임 아이디어를 준 딸 수지와 함께.


“게임의 특성상 한 단계를 넘지 못하면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해요. 아이들은 다음 단계로 가고 싶어하기 때문에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하지요. 그러다 보면 한 문장을 반복적으로 듣게 되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게 되죠.”
영어는 언어인 만큼 생활 속에서 익히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표현하기 위해 영어를 익혀야지 단순히 회화만 반복한다고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각각 상황을 만들어 그 상황에서 쓰이는 영어를 익히게 해야 한다.

국내 처음으로 영어 게임 개발한 콘텐츠 기획자 이경희

“‘키즈 레스큐’에는 7차 교육과정에서 의사소통에 필요한 표현으로 정한 문장을 100% 소화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게임을 열심히 하면 권장 표현을 모두 익힐 수 있죠.”
‘키즈 레스큐’의 또 다른 장점은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 아이가 게임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분만에 게임을 끝내는가 하면 2시간씩 몰두하는 경우도 있다.
그가 이렇게 아이들의 생활과 밀접하면서 교육적 내용을 담고 있는 영어 게임을 개발하게 된 데는 딸아이의 영향이 컸다.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 수지(10)는 아이디어를 준 영감의 원천이다. 또한 개발된 게임의 첫번째 테스터이기도 했다.

초등학생에게는 읽기와 쓰기보다 듣기와 말하기 위주의 교육 필요
“게임을 개발하면 먼저 수지에게 해보게 해요. 수지가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면 성공이고 그렇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죠. ‘키즈 레스큐’의 경우 아이가 처음부터 푹 빠져들었어요. 얼마쯤 지나니 게임에서 나오는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더라고요.”
게임 중간에 주인공이 친구들에게 “follow me!” 하고 외치는 대목이 있는데 어느 날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 놀던 수지가 “follow me!” 하고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 말을 사용해야 할 적절한 상황에서 게임에 나온 것과 비슷한 억양으로 말을 했다고.
이경희씨는 이것을 ‘느낌이 살아 있는 말’이라고 이야기한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인 만큼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담아야 하는데 수지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게임을 통해 그것을 익혔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본 이경희씨는 영어 게임의 효과를 100% 확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어떤 영어 교재가 좋다, 어느 학원이 좋다고 떠들어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키즈 레스큐’를 통해 영어를 처음 접하는 아이는 영어가 생활임을 느끼게 되고, 영어를 어느 정도 공부한 아이는 게임 속에서 자기가 아는 문장을 접하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한글 게임 모드와 영어 게임 모드로 나뉘어 있어 영어에 숙달된 아이들은 영어로만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고.
이경희씨는 원래 컴퓨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대학 때는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정작 러시아로 유학 가서는 영어 교수법을 공부한 것. 게임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멀티미디어를 공부하면서부터 인연을 맺게 됐다. 여기에 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경험이 녹아 들어 효과적인 영어 학습 도구를 개발하게 된 것. 게임을 개발할 때는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제품을 출시한 후 좋은 평가와 함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의 경우 딱딱한 문법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쉬워요.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에게는 읽기와 쓰기보다는 듣기와 말하기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해요. 앞으로도 영어학습에 게임이라는 엔진을 얹어서 생활 속 표현들을 익힐 수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계속 개발할 예정입니다. 수지가 여전히 든든한 조언자이자 비평가가 되어줄 것이고요. 또한 온라인 상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들도 곧 선보일 거예요.”
재미있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한 그의 노력은 끝이 없어 보였다.

여성동아 2004년 5월 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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