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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lobal Village|프랑스

프랑스식 인테리어 & 생활감각

‘한국생활 4년째’ 주한 프랑스 대사 부인 크리스틴 데스쿠엣이 공개하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2004. 04. 13

한국 속의 작은 프랑스, 프랑스 대사관은 한국적 정취에 프랑스적인 감각이 잘 어우러져 있다. 프랑스 대사관의 안주인 크리스틴 데스쿠엣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한 전문가답게 가구와 소품들을 활용해 프랑스 대사관저를 수준높게 꾸몄다. 그를 만나 프랑스 주부들의 인테리어 및 패션 감각에 대해 들어봤다.

프랑스식 인테리어 & 생활감각

풍수에 맞게 집안의 가구 배치를 다시 했다는 그가 응접실 소파에서 포즈를 취했다. 평소 스커트 정장을 즐겨 입는 그가 이날 입은 의상은 크리스찬 디올의 제품.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프랑스 대사관의 커다란 유리 대문을 통과하자 봄꽃과 나무들로 꾸며진 넓은 정원이 펼쳐졌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잡은 프랑스 대사관은 1964년 건축가 고 김중업씨(1922∼1988)가 설계한 것으로 한국 현대건축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걸작이다.
올해로 한국생활 4년째에 접어든 크리스틴 데스쿠엣 주한프랑스 대사 부인(40)은 건축가 김중업씨의 작품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 남다른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앙드레김 패션쇼 무대에 몇 차례 올랐을 만큼 미모를 자랑하는 그가 환한 미소로 맞이한 프랑스 대사관저는 공식적인 미팅이 줄잇는 공간인 만큼 확 트인 응접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통유리창을 통해 쏟아지는 봄볕이 아늑한 느낌을 주고, 제각기 분위기가 다른 소파들로 공간을 적절히 분리해놓았다.
“사실 세계 어딜 가나 프랑스 대사관저의 모습은 비슷비슷해요. (응접실의 메인 소파를 가리키며) 저 소파는 아프리카의 프랑스 대사관에서도 보았던 거예요. 아프리카에 머물 때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와보니 여기에도 있지 뭐예요(웃음). 그리고 여기에 걸려있는 그림들은 4년에 한번씩 프랑스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골라온 것들이에요. 세계 각지에 있는 프랑스 대사들이 그렇게 한번씩 모여서 대사관저에 걸만한 그림들을 골라 대여할 수 있거든요.”
세계 곳곳에 머물며 프랑스를 알리는 임무를 수행하는 대사가 머무는 곳인 만큼 대사관저의 인테리어는 개인적인 취향보다 통일된 프랑스 이미지가 강조된다는 것. 그는 응접실에 놓인 클래식한 암체어가 17세기 루이 14세 때의 앤티크이고, 바닥을 장식한 카펫 중엔 터키 등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기하학적인 문양이 반복되는 1920년대 아르데코풍으로 꾸몄다고 설명한다.

프랑스 가정에선 신선한 야생화들을 많이 볼 수 있어
프랑스식 인테리어 & 생활감각

현관 입구에 있는 응접실은 동양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벽화와 소품들이 인상적이다(왼쪽). 공식적인 만찬이 줄을 잇는 다이닝룸(오른쪽).


그렇다고 대사관저에 안주인의 인테리어 솜씨가 전혀 발휘될 수 없는 건 아니다. 가구의 배치와 소품 등에서 데스쿠엣 부인의 탁월한 인테리어 감각이 엿보였다. 그는 대학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한 적이 있는 인테리어 전문가로 지난해 가을 인테리어 관련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동양적인 감각이 몸에 밴 그는 중국 황실에서 썼다는 접이식 의자, 한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목가구, 일본식 병풍 등 동양적인 소품들을 집안 곳곳에 배치했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조화예요. 프랑스식 인테리어와 한국의 그것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분명 통일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18세기 조선의 스타일과 프랑스 스타일을 함께 배치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죠.”
프랑스식 인테리어 & 생활감각

일본식 병풍이 눈에 띄는 응접실.


프랑스 대사관에서 눈에 띄는 또 한가지는 집안 곳곳에 놓인 화분과 화병들이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꽃꽂이를 배우고 있을 만큼 꽃을 좋아한다는 그는 다양한 꽃들로 집안 분위기를 화사하게 연출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한 계절에만 피는 꽃을 좋아해요. 그래서 프랑스 가정에 가보면 온실에서 자란 꽃들보다는 신선한 야생화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도시를 벗어나면 집집마다 지붕 위에 작은 정원을 꾸며놓고 꽃을 가꾸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죠.”

프랑스식 인테리어 & 생활감각

통유리 창으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엔 화분과 화병을 여러군데 배치해 좋은 기운이 흐르도록 했다.


5년전 소르본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한국의 ‘풍수지리’를 접했다는 그는 인테리어에 풍수지리를 접목시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화분이라고 말한다. 식물을 좁은 방에 늘어놓는 것은 좋지 않지만 현관 입구나 통로, 모퉁이에 화분을 놓아두면 집안에 좋은 기운이 흐르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 프랑스 대사관저에 꽃과 나무가 유난히 많은 것도 좋은 기운이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애피타이저로 식욕 누그러뜨려 본 메뉴 많이 먹지 않는 프랑스인들
앙드레김 패션쇼 무대에 여러 차례 섰던 그에게 패션 선진국 프랑스 대사 부인으로서 선호하는 패션 스타일이 있는지 묻자 그는 프랑스인들이 난감한 상황에서 주로 쓰는 “울랄라∼”를 연방 외쳐댔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인테리어 관련 질문을 받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앙드레김의 옷은 정말 아름다워요. 그런데 굉장히 날씬한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옷들이죠. 저는 아이를 둘이나 낳아서 사실 배가 나왔거든요(웃음). 샤넬, 셀린느, 크리스찬 디올, 지방시 등 모든 프랑스 디자이너들의 옷을 좋아해요. 물론 그 옷들도 날씬한 사람들이 입어야 예쁘지만요(웃음).”
그는 평소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할 일이 많아 정장을 즐겨 입는데 특히 편안해 보이는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는 국내에 알려진 대부분의 프랑스 패션 브랜드들이 고가의 명품이지만 프랑스 여성들은 전적으로 브랜드에 기대기보다 세련된 스카프나 독특한 귀걸이 등으로 포인트를 줘 옷맵시를 뽐낸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식 인테리어 & 생활감각

프랑수아 데스쿠엣 주한 프랑스 대사 가족. 크리스틴 데스쿠엣 부인은 인생 역시 인테리어와 마찬가지로 조화가 중요하다며 겸손과 절제의 미덕이 부부 생활을 조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래의 평범한 주부들처럼 배가 나왔다며 엄살을 부리지만 그는 비교적 날씬한 편이다. 그에 따르면 버터, 크림소스, 아이스크림 등을 즐겨 먹는 프랑스 여성들이 날씬한 몸매를 자랑할 수 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대개 식탁에 모여 앉으면 애피타이저로 올리브나 크래커를 먹으며 왕성한 식욕을 누그러뜨리기 때문에 정작 본 메뉴가 나왔을 때는 많이 먹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음식을 작은 조각으로 나눠 천천히 소화시키며 먹기 때문에 자신이 먹는 양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그에게는 딸 아리안느(4)와 아들 알렉산드르(2), 두 아이가 있다. 프랑스 유치원에 다니고 있지만 한국말을 썩 잘해서 그의 생일날 생일 축하 노래를 한국말로 불러줄 정도라고 한다. 그는 일본에서 머물 때 TV 쇼 MC로 활약한 적이 있지만 남편과 아이들이 20세가 될 때까지는 육아에만 주력하기로 약속했다고. 그러기에 종종 패션쇼 무대에 서거나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생기는 것은 삶에 활력소가 된다고 한다.
한복을 아주 좋아해 한복 저고리와 프랑스 디자이너가 만든 스커트를 접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는 그는 “앞으로 10년 더 한국에 있으라고 해도 불편할 게 전혀 없다”며 프랑스에 돌아가서도 한국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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