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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잘 하기로 소문난 주부 5인이 일러주는 ‘우리 아이 정리 습관 길러주기’

“ ‘정리해라’ 백번 말하는 것보다 정리의 필요성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 글·장옥경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4.04.12 10:59:00

어느 집이나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아이를 문앞에 세워두고 필통, 알림장, 신발주머니 등을 찾느라 정신없이 서둘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정리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데 정리 잘하기로 소문난 주부 다섯명이 모여 정리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정리 잘 하기로 소문난 주부 5인이 일러주는 ‘우리 아이 정리 습관 길러주기’

정윤수 보통은 아이들이 집안을 어지럽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집은 남편이 가장 문제였어요. ‘정리’ 라는 걸 통 모르고 자란 사람이거든요. 신혼초에 남편과 갈등을 많이 겪었는데 남편은 문제의식조차 없더라고요.
안재경 맞아요. 우리나라 남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데 익숙해 정리의 필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죠.
최마주 우리 집도 남편이 가장 많이 어질러요. 넥타이가 식당에도 있고 거실에도 있고 차에도 서너개씩 있는 식이에요.
정윤수 저희 남편을 보며 ‘어릴 때 교육이 중요하구나’ 생각했어요. 세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잖아요.
이필주 엄마들치고 아이 키우면서 ‘책가방 챙겼니?’ ‘숙제했니?’ ‘준비물은 다 넣었니?’ 하고 잔소리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거예요. 그런데 ‘정리해라’ 하고 몇번씩 다그치는 것보다 정리가 왜 중요한지를 먼저 이해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연희 ‘정리=청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리와 청소는 전혀 다른 개념이에요. 정리를 잘해야 하는 이유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잘 살기 위해서죠.

세살 버릇 여든까지 어릴 때 정리 습관 들여야
정리 잘 하기로 소문난 주부 5인이 일러주는 ‘우리 아이 정리 습관 길러주기’

최마주(44·시와시학사 대표) 대학교 2학년과 중학교 2학년인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네 가족이 역할을 분담해 집안을 치우며 정리하는 습관의 산뜻함을 알게 되었다.


정윤수 매일 아침 학교에 갈 때마다 신발주머니를 놓고 간다면 이건 깜빡 잊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발주머니를 매일 같은 장소에 놓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잊지 않기 위해서는 생활에 규칙이 있어야 하고 생활에 규칙이 생기면 시간을 짜임새있게 활용할 수 있죠. 좋은 정리습관을 갖는 것은 아이의 미래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쳐요.
이필주 저희 집은 둘째 아이가 문제였어요. 큰아이는 어려서부터 물건뿐만이 아니라 자기와 관련된 것을 잘 정리했죠. 준비물이 생기면 미리 엄마 책상 위에 사야할 것들을 메모해둘 정도였어요. 그런데 13개월 차이인 둘째는 전혀 달랐어요. 정리할 줄을 몰라 잔소리를 많이 하는데 그럴 땐 아예 귀를 닫아버려요. 그나마 초등학교 때까지는 별탈이 없었는데 중학교에 가면서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학교 수업도 재미있고 학원 가는 것도 즐겁다고 하는데 성적표를 받아보면 영 아닌 거예요. 선생님은 아이가 ‘산만하다’는 지적을 했고요. 그 이유를 생각해봤더니 집중력이 부족하더라고요.
정윤수 집중을 잘 못하는 것 역시 정리하는 습관과 관련된 문제예요. 집중을 못하는 아이는 공책 정리도 제대로 안 되고, 시험 전날 예상 문제지 찾느라 시간을 보내니 당연히 좋은 성적을 거두기가 어렵죠.
이필주 맞아요. 공부의 기본은 정리하는 습관에 있어요. 매일매일 청소하면 대청소가 필요 없듯이 그날그날 배운 것들을 아주 잠깐이라도 예습하고 복습해두면 시험공부하는데 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죠.
안재경 시간을 잘 쪼개 계획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정리 습관 중 하나인데 동기부여가 되면 자동적으로 시간관리가 되는 것 같아요. 제 딸은 지금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는데 아주 어린 나이부터 피겨스케이팅을 배웠어요. 남편이 미국에 유학할 당시 아이가 세살이었는데 아이스링크에 데리고 갔더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서 쉬는 날이면 아빠가 아이스링크에 데려다 주었고, 추운 날 몸이 꽁꽁 얼면서도 아이스링크에 있는 것을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피겨스케이팅을 가르쳤지요. 그래서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됐는데 문제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정리 잘 하기로 소문난 주부 5인이 일러주는 ‘우리 아이 정리 습관 길러주기’

안재경(44·항공사 근무) 18세된 딸이 있고, 13년간 미국에서 살다왔다. 피겨스케이팅에 푹 빠진 딸이운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시간을 철저히 관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시간 활용법을터득했다.


이연희 어린 나이에 운동을 하면서 공부도 잘하기가 쉽지 않지요. 미국은 한국과 달라 운동선수라고 학교 수업에 빠지는 걸 봐주는 게 없잖아요.
안재경 그런데 워낙 좋아하는 일이라 그런지 잘 해내더라고요. 매일 오후 4시반에 아이스링크에 가는데 그 전에 숙제를 다 해놓는 거예요. 점심시간에도 혼자서 연습을 하고요. 대회가 있으면 더욱 타이트하게 하루 계획을 짜요. 체력단련과 동작연습, 음악 선곡 등 세부적인 항목에 대한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피곤한 줄도 모르고 매일 연습을 하더라고요. 어떤 때는 어린 나이에 무리하는 것 같아 말리려고도 했지만, 너무 좋아해서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어요.
이필주 사실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자기 좋아하는 것에 너무 빠져 있으면 좀 걱정이 되죠. 공부를 등한시할까봐서. 그런데 시키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안재경 저는 그래서 우리 아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특별히 자기가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와 관련된 꿈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아이들도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게으름을 피우라고 해도 안 피울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찾아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죠.
정리 잘 하기로 소문난 주부 5인이 일러주는 ‘우리 아이 정리 습관 길러주기’

이연희(44·학원 운영) ‘논리랑 놀자’ 1∼3권의 공동 저자이며 독일 쾰른대학에서 사회교육학을 공부하고, 크라벨 놀이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정윤수 저는 어려서 만화에 푹 빠져 살았어요. 학교 수업시간에도 교과서 밑에 만화책을 감춰놓고 보았을 정도죠. 그러다 선생님한테 들켜서 문제아로 낙인이 찍혔죠(웃음). 부모님 눈을 피하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만화책을 보기도 했어요. 그러니 학교에서 조는 게 당연했죠. 중3때까지 좋아하는 것만 찾아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며 글을 쓰는데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다양한 체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적 교양이 부족해서도 안되겠더라고요.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여러 분야에 고르게 균형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이연희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 독서와 글짓기 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독후감이나 논설문에 자기 주장을 조리있게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하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맞는 글쓰기 형식과 추천도서 목록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데 저는 글보다 말이 먼저이고, 말보다는 생각이 우선이라고 봐요. 책을 읽고, 생각이 정리돼야 독후감도 잘 쓸 수 있는 거죠.
정리 잘 하기로 소문난 주부 5인이 일러주는 ‘우리 아이 정리 습관 길러주기’

이필주(43·주부) 중학교 3학년 딸과,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정리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정리 습관 기르도록 하려면 엄마들이 인내심 가져야
정윤수 생각한 것을 잘 정리해야 말을 조리있게 할 수 있고, 말을 잘 해야 글로도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이연희 그렇지요. 생각을 먼저 정리해야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조리있게 전달할 수 있고, 말 실수도 줄일 수 있어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마구 말을 하다보면 실수를 하게 돼 있어요.
최마주 (끄덕이며) 말을 할 때도 예절이 있죠.
이필주 상대의 약점을 건드리거나 듣기 거북한 말씨를 쓰거나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화부터 낸다면 친구 관계가 원만치 못하고, 결국 어른이 되어서도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이연희 말과 생각과 독서와 글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해야 말을 잘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 책을 통해 어휘력과 표현력, 상상력을 키우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말하는 말솜씨가 늘죠. 자기만의 말하기 스타일이 생기면 글솜씨도 좋아져요.


정리 잘 하기로 소문난 주부 5인이 일러주는 ‘우리 아이 정리 습관 길러주기’

이들은 독서를 많이 하면 생각과 말, 글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최마주 한편으론 엄마들이 아이에게 책 읽으라고 말하기 전에 과연 책 읽을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안재경 한국에 와보니 아이들이 정말 바쁘게 지내더라고요. 이 학원 끝나면 저 학원으로 달려가고. 그렇게 바쁜데 느긋하게 책 읽을 시간이 있을까요?
이필주 책 읽을 시간은커녕 학원가기도 바빠 어질러져 있는 것을 보고도 아이에게 치우라고 하기 전에 ‘야야, 학원차 놓치겠다. 엄마가 치울게, 빨리 가라’ 하고 말죠(웃음).
이연희 아이들이 점점 공주와 왕자가 되고 있어요. 자기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해요.
정윤수 엄마들이 기다릴 줄 알아야 해요. 엄마들이 다 해주지 말고 아이 스스로 ‘정리를 못하면 참 불편하구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시간을 줘야 해요. 숙제를 안해서 선생님께 혼이 나고, 준비물을 못 챙겨서 친구 것을 빌려 써봐야 ‘숙제를 안하고, 준비물을 제대로 못 챙기면 이런 점이 나쁘구나’ 하는 걸 느끼고, 마음에서부터 정리를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정리 잘 하기로 소문난 주부 5인이 일러주는 ‘우리 아이 정리 습관 길러주기’

정윤수(40·출판사 근무) 초등학교 5학년과 2학년인 아들 딸을 두고 있다. 정리 못하는 남편 때문에 골치썩는 일이 많았다고.


최마주 집을 깨끗하게 청소해 놓고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잘 정돈되어 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무슨 일을 해도 잘 할 것 같고. 정리가 습관이 되면 여러모로 효율적이에요. 전쟁에 나갈 때 총알이 준비되어 있는 것과 같잖아요.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죠. 전 직원을 뽑을 때도 정리를 얼마나 잘하는지를 채용 심사 항목중 하나로 평가해요. 자기 인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사람은 밖에서도 항상 준비된 사람으로 성공할 수 있거든요.
이연희 요즘 ‘아침형’ 인간이니 ‘저녁형’ 인간이니 하는 게 유행이잖아요. 저 역시 아침 시간 30분, 자기 전의 30분은 황금시간이라는 점에 공감해요. 아침에 잠깐 ‘하루를 어떻게 시작할까’ 생각하는 것과 자기 전에 잠깐 ‘내일을 위해 준비할 것’을 점검하는 것은 정리된 삶을 사는 데 아주 중요한 것들이죠.
정윤수 오늘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정리라는 개념은 아이가 꿈을 이루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삶의 진짜 주인이 되는 첫걸음이라는 거죠. 정리하는 습관에는 또한 남과 더불어 살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 담겨있어요.
이필주 내가 쓰고 난 후 다음 사람이 불편하면 안 되겠지요. 그런데 정리가 안 되어 있으면 그래요. 정리하는 습관에는 배려의 마음까지도 담겨 있는 거죠.
이들은 아이들에게 정리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지침서가 필요하다는데 의기투합해 최근 ‘정리형 아이’라는 책을 펴냈다.








여성동아 2004년 4월 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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