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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미니시리즈 ‘사랑한다 말해줘’ 주연 맡은 김래원

■ 글·고규대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4.04.02 11:48:00

김래원이 MBC 미니시리즈 ‘사랑한다 말해줘’로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순수한 연인 윤소이, 육감적 연인 염정아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자 주인공 병수 역을 맡아 색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옥탑방 고양이’ 이후 갑자기 쏟아진 인기에 오히려 당황스러웠다는 그의 솔직한 고백.
MBC 미니시리즈 ‘사랑한다 말해줘’ 주연 맡은 김래원

말도 안되는 소리를 토해내며 능글능글하게 약을 올리고, 그러다가 화해 선물이랍시고 ‘쮸쮸바’를 들이밀며 생색을 내고, 다시 비싼 옷 안사준다고 투정을 부리는 얄미운 남자 경민. MBC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김래원(23)은 경민이라는 엉뚱한 캐릭터를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재창조해냈다. 교활한 ‘잔머리’가 바닥에 깔리지 않은 막무가내식 악행은 밉살스럽기보다는 귀여운 투정에 가깝고, 소년티가 채 가시지 않은 20대 초반 남자의 허풍은 ‘거짓말’이라기보단 익살에 가까운 법. 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은 그런 황당한 행동 속에서도 맑게 배어나는 순수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래원은 최고의 캐스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셈.
사랑스러운 남자 김래원이 ‘옥탑방 고양이’ 이후 ‘…ing’ ‘어린 신부’ 등 두 편의 영화를 찍고 다시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MBC 미니시리즈 ‘사랑한다 말해줘’에서 그는 윤소이와 순수한 사랑을 나누다 염정아의 불같은 사랑을 받으며 혼란스러워하는 순진한 남자, 병수 역을 맡았다. 브라운관에 복귀하면서 다이어트에 신경쓴 터라 더욱 멋있어진 모습이다.
“병수 역을 하면서 다이어트에 들어갔어요. 몸이 크게 분 것은 아니었는데, 성격이 여리고 순수한 병수 이미지를 소화하려면 조금 살을 빼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2월말부터 큰 맘먹고 다이어트에 들어갔어요. 그 좋아하던 술도 끊었습니다.”

“일찍 유명해져서 하고 싶은 일도 마음대로 못하고 너무 힘들어요”
‘사랑한다 말해줘’에 임하는 그의 각오는 각별하다. 군입대를 앞둔 형편인지라 앞으로 몇 편의 드라마에 더 출연할 수 있을지 본인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래원은 당초 올해 말 쯤 현역으로 군에 입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군 입대 계획을 연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해야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조금 더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고.
“제가 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군대에 갔다와서도 계속 연기자로서 활동하려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길어야 앞으로 1~2년이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연기에 전념하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빠듯하기만 한 일정이라 그런지 작품 하나하나가 아주 특별하게 여겨져요. 게다가 ‘옥탑방 고양이’ 이후 처음으로 출연하는 드라마라 더 긴장되기도 하고요.”
지난 2월25일 첫방영을 시작한 ‘사랑한다 말해줘’는 16부작 미니시리즈로 SBS 드라마 ‘피아노’에서 호흡을 맞췄던 오종록 PD와 김규완 작가가 다시 한번 콤비를 이룬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김래원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영채(윤소이)와 순수한 사랑을 나누지만, 이나(염정아)의 유혹에 휘말려 갈등하게 된다. 순수한 사랑과 육감적 유혹, 과연 그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 지 궁금한데 한 가지 힌트라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순수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란 게 그의 설명이다.

MBC 미니시리즈 ‘사랑한다 말해줘’ 주연 맡은 김래원

사실 김래원의 인간적 매력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순수함일 듯. 지난해 영화 ‘…ing’ 사이판 촬영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김래원과 같은 비행기 편으로 이동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그는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인기에 힘입어 최고 스타로 등극한 상태였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 줄곧 와인을 홀짝거렸다. 표정도 심상치 않았다. 영화 스태프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이륙한 지 한시간쯤 지난 후 갑자기 그는 “유명해지니깐 힘들어요”라고 뜻밖의 고백을 시작했다. 가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했다. 몇해전부터 보아온 그는 일할 때는 진지하고, 놀 때는 쿨한, 말 그대로 시원시원한 매력남이었다. 그런데 무엇이 그를 힘들게 만들었을까?
김래원은 유명해지면서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옥탑방 고양이’ 출연 전에는 그냥 연기가 좋아서 연예계 생활이 즐거웠고 또래 친구들보다 수입도 많아서 가끔 통크게 ‘한턱 쏘는’ 호기를 부리기도 했는데 막상 스타가 되고 나니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라고 했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려면 이런 거 저런 거 많이 경험하는 게 좋잖아요. 하다못해 연애를 제대로 해봐야 좋은 여자를 제대로 고를 수 있고요. 그런데 유명해지고나니 못하게 된 일이 너무 많아요. 너무 빨리 유명해졌나봐요.”
하지만 그의 그런 모습은 안타깝기보다 너무 사랑스러웠다. 스타가 되고 나면 언제 무명시절이 있었냐는 듯 돌변하는 연예인과 비교한다면 더욱 그랬다. 김래원은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연기를 할 때면 자신 속의 최고를 끄집어내기 위해 투지를 불태운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시청자들도 스무세살, 건강한 젊음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것 아닐까?

여성동아 2004년 4월 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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