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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픈만큼 성숙해진다

‘누드 열풍’ 뒤로 하고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열연한 성현아

“이젠 내게 덧씌워진 모든 이미지를 벗고 싶어요”

■ 글·조득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04.02 11:37:00

성현아가 본격적인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마약 파동 이후 침체기를 보내다 재기 프로젝트로 ‘누드’를 선택했던 그. 이후 불어닥친 누드 열풍의 원조격으로 불리는 그가 ‘오! 수정’ ‘생활의 발견’의 홍상수 감독을 만나 새롭게‘배우’로서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가 들려준 영화 이야기, 사는 이야기.
‘누드 열풍’ 뒤로 하고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열연한 성현아

지난 1월말 부산 해운대.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불구하고 해변엔 1백여명의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보기 위해 뒤꿈치를 들고 앞사람의 어깨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바로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포스터 촬영 현장. 사람들 한가운데에 아찔한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배우 성현아(29)가 수줍은 듯 그러나 도도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촬영 컨셉트는 남자들의 꿈이나 상상 속에 등장하는 매혹적인 여성의 느낌을 주는 거였어요. 하지만 이가 딱딱 부딪칠 정도로 춥고 또 사람들의 시선도 너무 강렬(?)해서 매혹적이라기보다는 글쎄… 잔뜩 얼어있었다고 할까요(웃음).”
그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차가운 백사장을 맨발로 거닐며 네 벌의 수영복을 갈아입었다. 누드집을 낸 이후 살이 조금 붙었다는 그는 포스터 촬영을 앞두고 3일 동안 거의 굶다시피 했다고.
영화 ‘여자는…’은 7년 만에 만난 유부남 대학강사 문호(유지태)와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귀국한 헌준(김태우)이 각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첫사랑의 연인 선화(성현아)를 찾아가 벌이는 사건을 그린 영화. ‘오! 수정’ ‘생활의 발견’ 등으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은 홍상수 감독의 신작으로, 독특한 사랑을 그리는 ‘스타일리스트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출발부터 화제를 모았다.

악착같은 연기로 ‘성현아의 재발견’ 호평 받아
영화에서 성현아는 대학 선후배간인 두 남자와 시간차를 두고 연애하면서 상처입고 생활에 지치기도 하는 여자. 가난한 집안의 미대생이었다가 카페 여주인이 된 여자를 제대로 연기해 촬영장에선 “좋아” 하는 감독의 감탄사가 자주 터져 나오곤 했다. 그래서 붙여진 그의 별명이 ‘빛’. 다른 배우들이 연기했다면 지금 그가 맡고 있는 여주인공의 느낌이 안 나왔을 것이라는 뜻에서 홍감독이 붙여준 것이라고 한다.
“홍상수 감독과는 그가 새로운 영화를 만들 때마다 배역과 관련한 인터뷰를 했어요. ‘오! 수정’ 캐스팅 단계 때 처음 만났는데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한껏 치장하고 나갔죠. 그런데 보자마자 감독님이 ‘내가 원하는 건 이런 스타일이 아니다’며 ‘왔으니까 차나 한잔하고 가라’고 하더군요. 그땐 얼마나 당황스럽고 섭섭했는지….”
“소소한 얘기를 그리면서도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 그가 팬으로서 홍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화려한 조명이나 시나리오로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비교적 무덤덤하게 그려내는 그의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의 길’을 가고 싶었다고 한다.

‘누드 열풍’ 뒤로 하고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열연한 성현아

영화 ‘여자는···’은 ‘한국적 리얼리즘을 구현한다’는 홍상수 감독의 최신작으로 2004년 칸영화제 진출이 유력한 작품. 성현아는 두명의 옛 애인을 만나는 여자의 복잡한 심리를 잘 표현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제안 받았을 때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을 만나 무조건 내가 해야 한다고 우겼죠.”
주로 브라운관을 통해 활동하던 그에게 ‘여자는…’은 ‘할렐루야’ ‘보스상륙작전’ 이후 세번째 영화. 그러나 조연급으로 나왔던 전작들에 비해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 역할이라 욕심이 나기도 했고, 마약 파동과 누드 촬영 이후 자신에게 씌워진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악착같이 매달렸다고 한다.
“극중 캐릭터가 실제 저와 많이 닮았어요. 사랑하고 상처도 받고…. 제 나이 또래의 여자들이 겪는 사랑에 대한 복잡한 마음들이 잘 그려진 영화라고 생각해요. 4개월 동안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그냥 영화 속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7년 만에 다시 옛 애인이었던 두 남자를 만나게 되는 그는 두 남자와의 관계에서 다른 이미지로 기억되는 역할이라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모든 것을 건 그의 연기는 빛을 발했다. 그래서 감독과 스태프들로부터 ‘성현아의 재발견’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영화계에서 독설가로 이름난 유지태조차 “현아씨가 우리 영화의 빛 같은 존재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다른 여배우가 이 역을 맡았다면 가짜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하고 극찬했다.

“누드 촬영 경험 있지만 올 누드 섹스신 촬영이 쉽지는 않았어요”
최근 그는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승연의 누드가 위안부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권민중 김완선 이지현 이혜영 황혜영 등 ‘역대 누드 리스트’의 원조격으로 거론된 것. 마약 복용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고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에 치명상을 입었다가 누드 촬영으로 재기에 성공한 그의 사례가 다른 연예인들에게 ‘선례’가 됐다는 지적이다.
“일단 제가 비교적 일찍 누드를 찍었고, 또 나름대로 재기에 성공했기 때문에 그런 지적에 대해 반감은 없어요. 하지만 요즘 갈수록 자극적으로 치닫는 연예인 누드 과열 현상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대체 뭘 더 보여주려는지 모르겠어요. 왜 화끈한 데만 연연하는지…. 누드사진을 찍을 때는 자신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컨셉트가 필요한 게 아닌가요?”

‘누드 열풍’ 뒤로 하고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열연한 성현아

2002년말 당시로는 파격적인 누드집을 낸 성현아. 이후 봇물처럼 터진 연예인 누드 열풍의 효시가 된 그는 요즘 ‘연기’를 통해 새로운 옷을 입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이번 영화에서 있은 네차례의 올 누드 섹스신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다른 연기와 별로 다를 것 없이 찍었다”면서도 “하지만 사실 쉽지는 않았다. 재촬영해야 할 때는 솔직히 힘들었다. 애써 잊어버린 것을 다시 하려니…” 하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한편 이번 영화 ‘여자는…’은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하고 있어 성현아의 국제무대 진출도 기대되고 있다. 이미 프랑스 유명 배급사인 MK2로부터 15만달러의 제작투자를 받았고, 이어 프랑스 국립영화센터가 사운드·현상 등 후반작업을 프랑스 현지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해 현재 홍감독이 파리에서 후반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 영화 ‘여자는…’이 영화제에서 각광을 받을 경우 주인공인 성현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짧은 기간에 제게 많은 일이 일어났던 것 같아요. 좌절도 하고 다시 용기를 내며 팬들과 더 이상 멀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죠. 요즘 들어 그동안 제게 있었던 좋지 않은 이미지를 많이 떨쳐낸 것 같아요. 팬들도 서서히 저를 배우로 봐주시는 것 같아 너무 기뻐요. 이젠 정말 연기만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할 거예요.”
홍감독이 몇년전 프랑스의 한 책방에서 엽서에 적혀있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는 시 구절을 보고 머릿속이 멍해지는 느낌을 받은 후 제목을 빌려왔다는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성현아는 이 영화를 통해 ‘연기는 나의 미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여성동아 2004년 4월 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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