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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대장금’ 인기의 주역 임현식

■ 글·김지영 기자 ■ 사진 홍중식 기자

입력 2004.03.10 15:05:00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대박’이 터지는 행운이 따라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감초 연기의 달인 임현식. 그가 ‘올인’에 이어 ‘대장금’에서도 그 명성을 입증하고 있다.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로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으로 살아온 그의 연기 인생.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대장금’ 인기의 주역 임현식

MBC 특별기획드라마 ‘대장금’에서 술제조가 ‘장덕구’ 역을 맡은 임현식(60)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특유의 감초 연기로 빛을 발하고 있다. 심성은 곱지만 종종 잔머리를 굴려 사기치다 혼쭐이 나고, 아내의 위세에 눌려 집안에서 늘 기죽어 사는 극중 그의 모습은 도무지 미워하려해도 미워할 수가 없다.
예순의 나이에도 20대 못지않은 체력과 유머 감각으로 촬영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1월12일 MBC 의정부세트장을 찾았다. 촬영을 마치고 일상복 차림으로 마주한 그는 영락없는 ‘순돌이 아빠’였다.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에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가 허허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부모님한테 잘 물려받아서 그런가 봐요. 어릴 때도 귀엽다는 소리를 곧잘 들었어요(웃음). 본래 성격이 낙천적이에요. 어려서부터 견디기 힘든 일은 바로 털어버리고 친구들한테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랬어요. 웃기고 재미있다고 친구들이 나를 많이 좋아했어요.”
그의 꿈은 원래 음악도였다. 초등학교 음악 교사 출신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음악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낀 그는 중학교에 진학해 이모부한테 물려받은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배우면서 음악도의 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바이올린 교본인 ‘호만’ 1,2,3권을 떼는 동안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혹독한 가르침을 받았지만 그속에서 그는 음악적 깊이를 더해갔다.
고등학교 시절에 교내 연극에 단골 출연하면서 노래 잘하고, 바이올린을 잘 켜는 학생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기필코 음대에 가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고3이 되면서 음대를 고집하기에는 역부족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음대에 가면 중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이 되거나 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유학을 가야 하는데 성적도, 실력도 부족했어요. 더욱이 외국에 나가 공부할 형편도 못되었고요. 그래서 진로를 바꿔 음악과 노래, 연기를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죠.”
1964년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는 한동안 실존주의에 심취해 기인처럼 생활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웬만한 청소년 문고는 죄다 통독했을 정도로 책을 좋아해서, 그때는 카뮈나 사르트르 같은 실존주의 작가들의 책만 골라읽고, 심지어는 방 전체를 새까맣게 도배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연기에 대한 열망이 커진 그는 3학년 때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극단 광장’에 실습생으로 들어갔다. 서라벌대, 동국대, 한양대, 중앙대 연극영화과 학생 가운데서 일곱명을 선발했는데 그중에 그도 끼어 있었던 것. 당대 최고의 연출가로 평가받던 이진수 단장은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연기로 표현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그동안 자신이 해온 작품들을 죄다 읽게 했다고 한다. 극단에 몸담았던 1년 동안 그는 40여편의 희곡을 몇번씩 반복해 읽으면서 치밀하게 인물을 연구 분석하고,‘나라면 어떻게 했을까’하며 자신의 연기를 대입시켜보기도 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대장금’ 인기의 주역 임현식

그 과정에서 연기자의 기반을 다진 그는 69년 MBC 개국 공채 1기 탤런트로 본격적인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나름대로 ‘이도령’감이라고 자신하던 그는 하지만 냉정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표정이 굳어지고 화면에 비친 모습도 자신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것. 그는 현실과 자존심 사이에서 남 모르게 갈등했다.
그러는 사이 빛나는 주인공 자리는 그에게서 점점 멀어져만 갔다. 그렇게 5~6년을 보내고 깨달은 결론은 ‘이도령감이 아니니 방자가 되자’였다. 그때부터 그는 그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방자’과의 연기자가 되기 위해 별도로 연기 지도도 받고, 책 속 인물들도 연구하는 등 착실히 준비하며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PD들이 그의 연기력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김수미와 부부로 출연한 김수현 작가의 일일연속극 ‘당신’으로 연기생활 8년 만에 조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로 인해 연기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비로소 ‘암행어사’라는 드라마를 통해 그간 준비해온 ‘방자’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반응이 너무 좋아 1년 방영 예정이던 드라마가 3년7개월 동안 방영됐죠. 덕분에 상도 받고, CF에도 출연하고요. 그때부터 꾸준히 1년에 몇편씩 CF를 찍었으니 아마 제가 CF로는 최다 편수에 출연한 연기자가 아닐까 싶네요(웃음).”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대장금’ 인기의 주역 임현식

경기도 송추에서 아내 서동자씨, 남실, 금실, 은실 세자매와 함께 살고 있는 임현식은 더 늙기 전에 예쁜 추억을 만들자며 최근 가족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이후 김종학 감독의 미니시리즈 ‘인간시장’ ‘신부님 우리 신부님’ 등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86년 일요아침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 ‘순돌이 아빠’로 출연하면서 생애 최고의 나날을 보냈다. 그와 박원숙이 부부로 호흡을 맞춘 순돌이네 가족이 화제를 모으면서 당초 1년 방영을 계획했던 드라마가 무려 6년7개월이나 이어진 것.
‘모래시계’ ‘아스팔트 위의 사나이’ ‘허준’ ‘올인’ 등의 대작에 출연하며 ‘감초 연기의 달인’ ‘흥행 보증수표’의 명성을 지켜온 임현식. 지금 그는 다시 친정 MBC에서 앞만보고 달려온 자신의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작품 ‘대장금’을 찍고 있다.
“그동안 저는 제 자신을 위해 연기해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주위를 많이 둘러보게 돼요. 제작진과 출연자들을 통틀어 최고참이라 제 역할이 무척 중요하거든요. 촬영장 분위기도 생각해야 하고, 촬영 스케줄도 짜임새 있게 이끌어가야 하고요. 그런 곳에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여요.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에게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닌가 싶어 미안한 마음도 들고요. 그런데도 반듯하고 착실하게 자라준 세 딸과 묵묵히 저를 내조해온 아내에게 고마울 뿐이에요.”
경기도 송추에서 아내, 세 자매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임현식. 인생의 새로운 출발 지점인 이순의 나이인 그의 가장 큰 소망은 “그동안 애정 표현을 많이 못한 아내에게 실컷 구애하며 하루하루 소중하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

여성동아 2004년 3월 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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