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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여자의 일과 사랑

‘대장금’으로 방송 복귀한 ‘똑순이’김민희의 결혼생활 & 부부 사랑법

“드라마 모니터해주고, 예쁜 옷 사서 보내주는 시집 식구들이 든든한 후원자예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 ■ 사진·박해윤 기자 ■ 헤어 & 메이크업·비비로스

입력 2004.03.10 13:35:00

80년 ‘달동네’라는 드라마에서 ‘똑순이’로 이름을 날렸던 김민희가 드라마 ‘대장금’에서 내의원 훈육의녀로 출연하며 똑 소리나게 군기를 잡고 있다. 앳돼 보이는 외모가 서른둘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지만 그는 이미 결혼 7년차로 접어든 주부. 속 깊은 남편과 귀여운 딸 때문에 뒤늦게 철이 들었다는 그의 행복한 결혼생활 이야기.
‘대장금’으로 방송 복귀한 ‘똑순이’김민희의 결혼생활 & 부부 사랑법

“처음 ‘대장금’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작은 키 때문에 많이 망설였어요. 사극을 하려면 고무신을 신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촬영장에 가보니 문제는 키가 아니라 연기력이더라고요. 첫 녹화 때 NG를 수백번도 더 냈어요. 얼마나 창피하고 속이 상했는지 몰라요.”
MBC 드라마 ‘대장금’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의녀 군기반장 ‘비선’역으로 투입된 김민희(32)는 첫 녹화를 끝내고 쇼크 상태에 빠졌다고 털어놓는다. 심각하게 은퇴를 고려할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고. 평소 음식 만드는 것을 즐기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그가 이틀 동안 밥을 굶었다니 그 충격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자다가도 눈만 뜨면 ‘이런 실력으로 어떻게 지금까지 연기를 해왔는지 몰라. 은퇴해야지. 그런데 그럼 내가 뭘 할 수 있지?’ 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괴감에 시달렸다고.
“20대 때는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연극과 시트콤, 라디오 진행 등 꾸준히 활동을 했어요. 순발력에 있어서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게 대사를 외우고,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까 제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느끼겠더라고요.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다행히 그는 “첫 녹화라서 그렇다. 3일만 기다려라” 하고 격려를 해준 이병훈 PD의 말대로 3주가 지나면서 차츰 자신감을 회복했다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고 말했다.
‘김민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똑순이’다. 그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똑순이’로 출연한 드라마 ‘달동네’가 인기를 모으자 대부분의 엄마들은 그가 TV에 나왔다 하면 아이들을 불러 “너도 똑순이만큼만 되라” 하는 주문을 했을 정도다. 70∼80년대 인기 드라마에서 아역을 도맡아하던 그는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숱한 좌절을 겪어야 했다. ‘아역 배우는 성인 배우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징크스가 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일까.
“똑순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남아 있었어요. 더군다나 작은 키 때문에 콤플렉스가 심했죠. 88년에 청소년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 이미연 최수지 이상아와 함께 출연했는데 저만 빼고 다 스타가 됐어요. 많은 분들이 그 이유를 제 작은 키에서 찾았어요. 그 뒤로도 연기는 자신이 있는데 섭외 마지막 단계에 번번이 배역에서 빗겨나자 너무 억울했어요. ‘확 벗지 않으면 모를까, 한국에서는 뭘 해도 안된다’고까지 말하는 감독도 있었는걸요. 세상 일이 삐딱하게 보여 매일 술로 화를 달랬던 적도 있어요.”
‘대장금’으로 방송 복귀한 ‘똑순이’김민희의 결혼생활 & 부부 사랑법

자상한 남편, 귀여운 딸 지우와 함께 한 김민희.


큰 키와 볼륨 있는 몸매를 갖고 싶고, 예쁘고 멋진 옷도 협찬받고 싶었다는 그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큰 만큼 자신보다 나은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 뒤엔 분명 뭔가가 있을 거야’ 하는 편견을 가졌고, 일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핑계를 대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일이 허다했다고 한다.
그토록 삐딱했던 그를 변하게 한 건 바로 남편이다.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로 누군가 잘되는 것을 보면 ‘저 사람은 그만큼 노력하고 고생을 했기 때문에 저런 결과를 얻었을 거야’ 하고, 자신에게 나쁜 일이 생겨도 ‘이번엔 잘 안됐지만, 다음엔 잘되겠지’ 하고 느긋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물론 지금도 작은 키가 전혀 신경이 안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대장금’을 통해 키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깨달은 이상 키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대장금’으로 방송 복귀한 ‘똑순이’김민희의 결혼생활 & 부부 사랑법

일주일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버린다는 EBS ‘잉글리시 카페’ 멤버들과 함께.


“남편요? 순수하고 꾸밈없고 따뜻하고…. 제게 너무 과분할 정도로 최고의 남편이고, 지우에겐 최고의 아빠예요.”
화제가 자연스럽게 남편으로 옮겨가자 찬사가 쏟아진다. 사랑엔 유효기간이 있어 아무리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절절한 연애를 했던 커플도 2∼3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는데 대체 어떤 남자이기에 결혼생활 7년차인 그가 이토록 칭찬을 하는 것일까.
그의 남편 서정훈씨(34)는 현재 한 건설업체에 재직중이다. 그가 서울에서 방황하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휴학하고 미국으로 잠시 유학을 떠났을 때 만난 서씨는 당시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유학생이었다. 처음엔 친구처럼 부담없이 만났는데 1년 정도 지나고 보니 서씨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그런데 그가 학교 복학을 위해 귀국하자 두 사람은 방학 때만 드문드문 만날 수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서씨의 집안에서 태평양을 두고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결혼을 서둘렀다. 그 결과 두 사람은 97년 가을에 결혼식을 올렸고, 서씨가 공부를 마칠 때까지 2년간 미국에서 지냈다. 지금은 남편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결혼초엔 달랐다고 한다.
“그땐 이 세상이 제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연기생활을 했잖아요. 초등학생 때 사회생활을 시작한 셈인데 사실 학교에 가도, 방송국에 가도 남들과 섞이기가 어려웠어요. 결석을 밥 먹듯이 하니 어쩌다 학교에 가면 친구도 없고 심지어 책걸상을 치워버려 당황했던 적도 있어요. 방송국에서도 함께 출연한 어른 연기자들로부터 귀여움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그 분들과 교류하는 수준은 아니었어요. 거의 혼자 논 셈이죠. 그렇게 폐쇄적인 생활을 한데다, 스타 의식이 남아 있어서 남편에게 많이 칭얼댔어요. 주말에 남편이 운동을 하러 나간다고 하면 ‘남편 하나 바라보고 미국까지 왔는데 날 두고 나가냐’며 싸웠어요(웃음). 나도 남편을 따라나가 운동을 즐기면 될 텐데 그땐 왜 그러지 못했는지 몰라요. 모든 싸움이 저 때문에 일어났어요. 남편은 한번도 불평이나 불만을 얘기한 적이 없어요.”
지금 생각하면 ‘남편이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하는 후회가 된다고 한다. 다행히 결혼 3년 만에 남편이 학업을 마치고 귀국해 임신을 하고, 딸 지우(4)를 낳아 키우며 남편에게만 쏠렸던 관심이 분리되면서 자연스럽게 철이 들었다고 한다.
‘대장금’으로 방송 복귀한 ‘똑순이’김민희의 결혼생활 & 부부 사랑법

탤런트 최지우의 미모에 반해 이름을 지었다는 딸 지우.


“옛날엔 내가 잘났으니 남편이 잘해주는 건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어요. 얼마나 잘못된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남편은 지금도 제게 ‘최고의 배우’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아요. 그런데 이제 저도 알죠. 진짜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 스트레스 안 받게 하려는 배려라는 걸(웃음).”
그러나 이처럼 든든한 남편도 지우와 놀 때 보면 꼭 어린 아이 같다고 한다.
“지우를 임신했을 때 어느 날 교회에서 최지우를 봤는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이름을 ‘지우’라고 짓겠다고 결심했죠. 지우는 기분이 좋으면 때리는 버릇이 있어요. 그런데 아무리 딸이라도 맞으면 성질이 나잖아요. 지우에게 맞고 화가 나면 남편은 ‘다 필요없어!’ 하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버려요.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나 싶게 부녀가 화해를 하고, ‘아빠, 사랑해’ ‘응, 다시는 그러지 마’ 하며 ‘미워도 다시 한번’ 영화를 찍어요(웃음).”

‘대장금’으로 방송 복귀한 ‘똑순이’김민희의 결혼생활 & 부부 사랑법

지우가 어렸을 때 기저귀 갈아주는 것은 기본이고 목욕도 시키고 밤에 우유 타주는 것도 도맡았던 남편은 지금도 학교놀이 병원놀이 등을 하며 잘 놀아준다고 한다. 그는 남편이 이처럼 가정적인 이유가 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며느리 점수요? 어휴, 빵점이에요. 제가 아침잠이 많거든요. 처음엔 아마 ‘뭐 저런 며느리가 다 있나’ 하셨을 거예요. 지금은 시어머니로부터 음식 하는 법을 배워서 제법 잘하지만 결혼초엔 요리를 전혀 할 줄 몰랐어요. 제 손으로 물 한번 안 떠먹고 시집을 갔거든요. 그래도 시부모님께서 오시는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식사를 차려드렸는데 쉽진 않았어요.”
남편에 대한 내조를 묻자 그는 이번에도 “잘 못해요” 하며 손사래를 친다. 얼마 전 남편이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한 기념으로 인절미와 시루떡 등을 고루 섞어 남편 회사에 돌린 것 빼놓고는 내조다운 내조를 한 적이 없다며 쑥스러워한다.

“20년 넘게 똑순이를 기억하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빛나는 감초 연기자가 될 거예요”
그의 남편은 1남1녀 중 장남이다. 시가가 울산에 있어 그들이 자주 못 내려가는 대신 어른들이 자주 올라오신다고. 한번 올라오시면 보름 정도 묵었다 가시는데 밤에 국과 반찬을 만들어놓고 자면 아침에 어른들께서 알아서 식사를 챙겨드실 만큼 그의 아침잠을 인정하고 서로 편하게 지낸다고.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친정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내셨는데 불혹을 갓 넘긴 나이에 과로사하셨어요. 아버지를 일찍 여의어서 시아버님이 친정아버지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신혼 초에는 이따금 실수를 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언니와 저, 친정엄마 이렇게 여자 셋이서만 살다가 시집을 가니까 집에 남자가 있는 분위기가 낯설더라고요. 그래서 간혹 시아버지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어요(웃음).”
시부모는 연기활동도 적극 지원해주는 편이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어울릴 만한 옷이나 핸드백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가 나오는 프로를 보면 꼬박꼬박 모니터를 해준다고. 결혼해 뉴욕에 살고 있는 손아래 시누이 역시 디자인이 좀 특이한 옷이나 신발을 보면 방송국에 갈 때 입으라며 사서 보낸다고 한다.
그는 대장금 외에 지난해 8월부터 EBS ‘잉글리시 카페’에 출연중이다. 매주 수요일에 녹화가 있는데 문단열 최재원 리사 등 함께 출연하는 멤버들이 어찌나 재미있는지 한 주일의 스트레스를 녹화장에서 말끔히 풀어버린다고. 그는 “배꼽이 빠지도록 실컷 웃고, 영어도 배우고, 출연료도 받으니 꿩 먹고 알 먹고죠” 하며 활짝 웃는다.
그는 비중이 작고, 크게 빛이 나지 않아도 탤런트 ‘임현식’처럼 드라마에서 없어서는 안될 감초 연기자로 남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20년 넘게 ‘똑순이’를 잊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바르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똑순이’라는 수식어는 한때 벗어버리고 싶은 짐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얼마 전에 ‘사랑의 리퀘스트’를 보았는데 산동네에 사시는 팔순 노인께 ‘연예인 중 누가 제일 보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똑순이’ 하고 대답하시더라고요. 그걸 본 뒤로는 어딘가에 똑순이를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생각하며 정말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요.”

여성동아 2004년 3월 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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