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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여성동아 독자가 다녀왔어요

독자 이영옥 주부의 마카오 여행기

“유럽풍 건물과 중국문화가 조화 이루는 아시아의 유럽”

■ 기획·조득진 기자 ■ 글 & 사진·이영옥 ■ 촬영협찬·마카오관광청(www.macao.or.kr)

2004. 02. 05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불과 세시간 거리에 있는 마카오. 그곳엔 아기자기한 유럽풍 건물과 중국의 대륙문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지난 12월호 <여성동아> 독자 사은 대잔치 ‘독자 초청여행’에 응모, 당첨된 이영옥 주부가 남편과 함께 동서양 문화를 모두 만끽할 수 있는 마카오에 다녀왔다.

독자 이영옥 주부의 마카오 여행기

포르투갈과 중국, 두 나라의 문화가 혼재하는 마카오의 상징적 건물 성바오로 성당.


설렘이 지나쳤던 탓일까? 이번 여행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이루어졌다. 아이를 충북 제천 친정에 맡기고 서울에 온 시각이 1월5일 새벽 2시30분. 같은 날 오전 8시20분 마카오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지만 피곤함에 잠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우리 부부는 오전 7시10분에 눈을 뜨고 말았다. ‘으악’ 너무나 놀라 일어나자마자 공항에 전화를 하고, 얼굴에 물만 바른 채 과속 단속카메라에 찍히건 말건 시속 140km로 달려 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8시10분. 다행이다 싶었지만 “출국심사가 강화되는 바람에 비행기에 탈 수 없다”는 공항 직원의 말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자비를 들여서라도 오늘 꼭 가겠다”고 했지만 “마카오행은 하루 한번밖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발길을 돌리는 수밖에.
또다시 실수하지 않으려 그날 저녁 8시에 잠이 든 우리 부부는 불안한 마음에 한 시간에 한번씩 깨어나기를 반복하다가 새벽 5시에 일찌감치 공항으로 출발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오른 비행기는 우리의 들뜬 마음을 아는지 ‘요리의 천국’이며 ‘아시아의 유럽’으로 불리는 마카오를 향해 가볍게 날아올랐다.
마카오에 도착해 가장 먼저 간 곳은 마조사원. 마조사원은 아직 미완성의 절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불교문화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새겨주었다. 붉은색과 금빛의 화려한 모습, 돌을 깎아 만든 용 모양 기둥이 볼 만해 사원이 완공되면 마카오의 또 다른 명물로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독자 이영옥 주부의 마카오 여행기

밤이 되면 카지노 불빛이 거리를 밝힌다.(좌) 유럽 열강들의 중국 진출 교두보였던 탓에 마카오엔 포대가 많다.(우)


다음 코스는 공항이 있는 섬 타이파섬 서쪽의 가톨릭 성당과 타이파하우스 박물관. 파스텔톤의 그림 같은 집과 나무, 돌길과 바다…. 이동하는 길가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 같았다. 포르토인테리어 식당에서는 푸짐한 해물요리와 신선한 오렌지주스, 망고푸딩을 먹었는데 음식의 향과 맛이 너무 좋아 먹는 즐거움의 참맛을 경험했다.
반도로 들어와 아마사원에 도착했다.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절로 ‘마카오’라는 지명이 유래된 유서 깊은 곳. 설날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러 찾아와 꽤 붐볐지만, 우리 부부도 이에 질세라 향 한 묶음을 들고 가족의 소망과 건강을 빌었다.
이후 찾아간 곳은 마카오에서 가장 높고,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마카오타워. 타워 전망대 밖에서 관광객들과 줄 하나에 매달려 사진촬영을 했는데, 그 짜릿함과 전율이 지금도 온몸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독자 이영옥 주부의 마카오 여행기

1 기아요새 정상의 등대 앞에서. 2 마카오 전경. 3 마조사원은 중국풍 색감과 조각이 인상적인 곳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지도 한장만 달랑 든 채 남편과 시내관광에 나섰다. 이번 <여성동아> ‘마카오여행’ 응모에 당첨되면서 마카오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둔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기아요새로 향하는 길은 잘 가꿔진 산책로라 길고 가파른 길임에도 전혀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안개가 많이 끼어 마카오를 내려다볼 기회를 놓쳐 아쉬웠지만, 지중해풍의 하얀 건물이 마음을 들뜨게 해주었다. ‘도심 한복판에 이런 정원이 있다니’ 할 정도로 섬세하고 고풍스럽게 꾸며진 류임옥정원도 좋았다. 그곳에선 중국 특유의 음악이 연주되면서 노인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어 와인박물관과 그랑프리박물관을 관람한 후, 고픈 배를 달래기 위해 세나도광장으로 발길을 옮겨 마카오 서민들의 음식을 맛보기로 했다. 길거리 음식들 중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것만 찾아다니며 육포에서 달걀타르, 신선한 주스와 우리나라의 붕어빵과 비슷한 맛을 내는 튀김과 어묵 등 배가 허락하는 데까지 열심히 먹고 마셨다.
차도 없이 지도 한장에 의지해 걷고 또 걸어 다리도 아프고,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답답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우리 부부에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어느 때보다 많은 대화를 나눈 것.
반도 남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펜하성당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명상에 잠기기에 알맞은 곳이다. 예쁘고, 멋진 집들과 예전 요새를 호텔로 개조한 산티아고호텔은 사진에서 본 듯한 환상적인 모습. 그곳에서 이국적인 향취를 느끼며 시원한 맥주와 치즈케이크를 먹고 나오자 반도 앞바다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관음상이 인자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밤이 다가오자 마카오는 또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카지노의 오색찬란한 네온불빛과 저녁에 문을 여는 카페의 간판이 밤거리를 밝힌 것. 중국음식의 느끼함을 없앨 겸 찾아간 태국음식점은 저렴하면서도 맛이 뛰어났다. 카레와 숙주, 어묵과 해물의 조화, 우동볶음과 상큼한 과일주스는 몸과 마음을 모두 즐겁게 해주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잊을 수 없는 맛을 가진 신선한 과일과 아기자기한 포르투갈풍 건물들이 있는 마카오에서 지중해의 향취와 중국문화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2004년 새해에 너무나 좋은 선물을 안겨준 <여성동아>와, 낯선 여행지에서 느끼게 마련인 두려움을 날려 보내준 마카오의 현지 가이드 이선화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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