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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반가운 얼굴

뮤지컬 배우로 주목받는 ‘간난이’의 꼬마‘영구’ 김수용

■ 기획·이영래 기자 ■ 글·조희숙 ■ 사진·박해윤 기자

2004. 02. 03

80년대 최고 인기 드라마 ‘간난이’의 아역 탤런트 김수용. 그가 어느덧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해 뮤지컬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임권택 감독의 새 영화에도 출연하며 화려한 성인식을 예고하고 있는 김수용을 만나보았다.

뮤지컬 배우로 주목받는 ‘간난이’의 꼬마‘영구’ 김수용

“그꼬마가 벌써 저렇게…?” 80년대 MBC 최고 인기 드라마 ‘간난이’에 출연했던 아역 탤런트 출신 김수용(28). 아직 그를 철부지 꼬마 ‘영구’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세월이 그를 빗겨갔을 리는 없다. 올해 그의 나이는 벌써 스물여덟살, 앳된 얼굴에 장난기도 여전하지만 이미 군복무까지 마친 늠름한 청년이다.
“아직도 장난꾸러기 아역 탤런트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죠. 아무래도 ‘간난이’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일 거예요. 솔직히 그때는 연기가 뭔지도 몰랐고 인기가 많았는지도 잘 몰랐어요.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야 ‘그때 주목을 받았었구나’ 하고 알게 되었죠.”
드라마 ‘간난이’ 얘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당시 그는 소변을 참지 못해 촬영중 오줌을 쌀 정도로 어린 여덟살 꼬마였다. 지금 생각해도 자상하고 따뜻한 선생님이었다는 탤런트 정혜선, 누나로 출연했던 김수양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아역 출신 연기자들이 대개 겪는 통과의례이긴 하지만 그 또한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간난이’ 이후 SBS 드라마 ‘목소리를 낮춰요’ ‘공룡선생’, 그리고 ‘소문난 여자’까지 꾸준히 TV에서 활동했지만 이후의 활동은 모두 ‘지리멸렬함’을 면치 못했다. 그는 결국 ‘소문난 여자’를 끝으로 TV에서 떠났다.
“고1 때 ‘목소리를 낮춰요’라는 드라마를 할 때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하고 있는 것은 연기가 아니라 흉내라고. ‘공룡선생’ 때도 여러 번 좌절감을 맛봤어요. 그런데도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진 못한 것 같아요. 대학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연기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연극을 무대 위에 올리면서 비로소 ‘연기란 어떠해야 하나’하고 고민하기 시작했죠.”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면서 연기에 대한 집념은 더욱 커져만 갔다. 평생 배우를 업으로 삼겠다는 각오가 선 것. 그는 혜택 받은 인물이다. 아역 배우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부모님이 강력한 후원자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 그의 부모는 두분 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동문 선배다. 학창 시절 유명한 캠퍼스 커플이었다고 하는데 예전 TBC PD 출신인 부친은 그의 연기 선생님 역을 자처해왔고,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그의 대본연습 파트너가 돼주었다.
“방송국에서 대본을 받아오면 엄마랑 방에 들어가서 읽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냥 읽고, 감정 잡아서 한번 더 읽는 식으로, 될 때까지 연습을 계속했죠. 아버지는 칭찬보다 지적을 더 많이 하셨어요. 가끔 너무 정확하게 지적을 하시니까 어린 마음에 괜한 투정도 부렸죠.”
그는 요즘 뮤지컬계의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엔 ‘풋루스’이라는 뮤지컬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으면서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제대 후 1년 반 정도 오디션 준비를 했어요. 봉산탈춤과 힙합은 관심이 많아서 일찌감치 배워뒀고, 노래는 어릴 적부터 좋아했거든요. 뮤지컬은 몸은 힘들어도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게 매력이에요. ‘풋루스’ 할 때 1일 3회 공연을 한 적이 있었어요. 밤 11시 마지막 공연 때는 거의 녹초가 되었죠. 그래도 오프닝 끝내고 기립박수가 터지니까 다시 쌩쌩해지더라고요.”

뮤지컬 배우로 주목받는 ‘간난이’의 꼬마‘영구’ 김수용

김수용은 80년대 MBC 최고 인기드라마 ‘간난이’에 ‘영구’역으로 출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요즘 그는 탤런트 이선균 등과 함께 또 다른 뮤지컬 ‘그리스’에 출연중이다. 그리고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영화 ‘하류인생’에도 캐스팅되었다. 이 영화의 촬영감독은 임권택 감독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정일성 감독. 그와는 어린 시절 ‘저 하늘에도 슬픔이’라는 영화에서 함께 작업한 인연이 있다. 여로 모로 그에겐 특별한 영화일 수밖에 없다.
사실 그동안 그는 오디션만 수십번 봤다. 수없이 많은 영화 오디션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최종심사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아역 시절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걸림돌이 된 것이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잘해야겠다는 각오가 더욱 크다고 한다. 배역을 묻자 이름도 없고 대본도 따로 없다고. 임권택 감독이 그에게 주문한 것은 ‘명동파 허풍쟁이 건달’ 정도. 왕년의 아역스타로서 자존심이 상할 법 하지만 뜻밖에 그의 생각은 다르다.
“자존심이 상했다면 제 발로 오디션을 보러 가지도 않았을 거예요. 배우로서의 자존심은 배우가 배우로서 대접받지 못할 때 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군대에서 연예인이라고 ‘웃겨봐라’ ‘노래해봐라’고 할 때처럼요. 정말 싫었지만 덕분에 내성적인 성격이 둥글둥글하게 바뀌기도 했어요.”
83년 드라마 ‘세자매’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연기경력 20년째. 좋아하는 뮤지컬과 영화에도 출연중이고, 20년 만에 처음으로 팬카페도 생겼다. 요즘 같으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한다.
“욕심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밟아갈 생각이에요. 아역 출신이신 안성기 선배님처럼 나중에 진정한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배우요? 제가 생각하는 배우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즐기면서 할 수 있고 인정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뮤지컬 배우로 주목받는 ‘간난이’의 꼬마‘영구’ 김수용

내성적인 성격 탓에 연예계에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다. 방송일이란 것이 서로 정을 주고받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도 크다. 하지만 ‘간난이’로 맺어진 인연 때문에 누나로 출연했던 김수양과는 지금까지 돈독하게 지내오고 있다고.
“(수양)누나는 방송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쪽 분야에서 나름대로 인정을 받아서 ‘잘나가는’ 편이죠. 자주는 못 봐도 안부는 주고받으며 지내요. 어느새 누나도 제가 시집가라고 놀리는 나이가 됐어요.”
그는 참 재주가 많다. 노래와 춤솜씨는 수준급이고 한때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을 만큼 스포츠에도 능하다. 고교시절 그가 직접 그린 만화는 친구들이 돌려봤을 만큼 손재주도 뛰어나다. 하지만 그의 재주는 모두 ‘배우 김수용’을 위해 쓰여질 것이라고.
2년째 사귄 여자친구와 나눠 낀 반지를 수줍게 보여주는 김수용. 비뚤어지지지 않고 알맞게 잘 여문 그를 보며 또 한 명의 ‘아역 출신 스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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