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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올 겨울 강추!

레저 전문 조득진 기자의 규슈 여행기

“화산·온천·쇼핑·색다른 토속음식으로 이름난 곳”

■ 글·조득진 기자

2004. 01. 07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최근 일본 관광에 나서는 한국인이 날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역사적 아픔을 딛고 친근한 이웃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열도를 구성하는 4대 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규슈는 한겨울에도 영상의 날씨를 유지해 따스한 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겐 안성맞춤. 이곳을 종단하는 세 도시 가고시마, 구마모토,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레저 전문 조득진 기자의 규슈 여행기

첨단 건물과 쇼핑가가 즐비한 후쿠오카 모모치 해변.


일본에서도 한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규슈지방. 그래서 백제시대 때부터 우리나라와 가장 많이 교류를 해온 곳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가고시마, 구마모토, 후쿠오카 어디를 가나 한국적인 정서와 풍류가 곳곳에 스며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낯선 사람에게도 후한 인심과 2, 3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도 그렇다.
지리적 여건 탓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 호텔에는 한국말로 된 설명서가 있고, 식당에 들어가도 음식 이름이 한글로 써 있다. ‘감사합니다’ ‘어서 오십시오’라는 종업원들의 인사가 어색하지 않은 곳.
규슈로 향하는 한국 관광객의 수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가고시마와 후쿠오카에 대한항공이, 구마모토와 후쿠오카에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하고 있으며, 부산과 후쿠오카를 오가는 정기 쾌속선의 이용객도 늘고 있다. 또한 규슈지방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규슈신칸센이 2004년 3월13일에 개통되면 짧은 일정 속에서도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어 새로운 관광명소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해수온천, 에도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가고시마

규슈지방의 최남단 도시인 가고시마는 화산섬인 사쿠라섬이 이국적이고, 에도시대(1603∼1867)와 메이지시대(1868∼1912)의 역사적 흔적들이 즐비한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시가지의 90%가 파괴되는 피해가 있었으나, 전쟁 후 도시계획에 따라 관광·상공업 도시로 거듭났다.
레저 전문 조득진 기자의 규슈 여행기

1 가고시마 시내를 관통하는 시티 전철. 2 일본식 정원의 절정 구마모토 수이엔지 정원. 3 가고시마의 상징인 사쿠라섬에 위치한 류진온천.


가고시마 공항에서 내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시로야마’. 서울의 남산 격으로 가고시마 시내와 시내를 감싸안고 있는 긴코만이 한눈에 보이는 관광명소다. 활엽수와 담쟁이덩굴 등 6백여종의 아열대식물이 자생하는 자연공원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삼림욕도 즐길 수 있어 가고시마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 어둠이 내리면 가고시마 시내의 야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또한 멀리 화산섬인 사쿠라섬이 한눈에 보여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이가 지긋한 자원봉사자는 계절풍에 따라 화산 분화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쿠라섬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만 봐도 어느 계절에 이곳을 다녀갔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30여 차례 이상의 대폭발을 반복해온 ‘사쿠라섬’은 그 웅장함에 탄성이 터진다. 가고시마시 중심가에서 약 4km 떨어진 이 섬은 가고시마의 심벌이라고 할 수 있는 곳.
섬으로 가려면 페리를 타야 하는데 24시간 운항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고시마 항구와 사쿠라섬 항구를 오가는 소요시간은 13분으로, 낮에는 10분에서 15분마다, 밤에는 1시간마다 운항한다. 사쿠라섬의 ‘아리무라 용암전망소’에 서면 황량한 산 표면과 산 정상의 화산활동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제주도의 섭지코지와 비슷하다는 느낌.
화산 폭발은 수많은 온천을 만들어놓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 후루사토 관광호텔의 ‘류진온천’. 사쿠라섬 온천 중 대표적인 곳으로 바다 바로 옆에 위치해 뛰어난 전경을 자랑하는 남녀 혼욕 노천탕이다(물론 목욕가운을 입는다). 목 마사지 온천수, 전신 마사지 온천수 등이 준비되어 있으며 낮에는 긴코만, 밤에는 오스미반도가 보이는데 그 경치 또한 훌륭하다. 운이 좋으면 긴코만에서 노니는 돌고래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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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의 사쿠라섬은 아직도 활동 중이다.


적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자신들만의 용어를 써 지금도 그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 가고시마는 에도시대 치열한 전투지였다. 그 흔적들이 시내 곳곳에 남아 있는데, ‘센간엔’은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은 영주 시마즈 가문의 번영을 알려주는 별장으로, 일본식과 유럽식을 섞어놓은 정원과 고풍스런 건물이 이색적이다. 다다미방으로 이어진 별장 내부를 한바퀴 돌고 나면 차를 마시는 코스로 연결된다.
가고시마의 토속음식으로는 일본의 식도락가들도 그 맛을 인정한 ‘쿠로부타(흑돼지)’를 들 수 있다. 이 지역에서 나는 최고급의 돼지를 잡아 독특한 소스를 발라 살짝 익혀 달걀을 푼 물에 적셔 먹기도 하고, 일본된장(미소)으로 맛을 낸 국물에 삶아 배추 부추 두부 등을 넣고 끓여 먹기도 한다. 냄새가 전혀 없고 입에 달라붙는 맛이 일품.
쿠로부타는 ‘쇼추(소주)’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가고시마뿐만 아니라 규슈의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술이 바로 소주인데, 더운물이나 탄산수에 타서 마시는 방법이 이채롭다.

옛 성의 웅장함과 특산물 말고기로 유명한 곳구마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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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의 아소산 기슭에 방목된 말의 모습.


가고시마에서 JR선을 타고 달린 지 두시간 반. 너른 들판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구마모토시는 성곽으로 둘러싸인 고대도시의 분위기와 거대한 패션타운으로 대표되는 현대적인 느낌이 공존하는 도시다.
구마모토역 앞 식당에서 맛본 ‘구마모토 라면’은 잊을 수 없는 경험. 진하게 우려낸 돼지뼈 육수로 끓여내는데, 도쿄의 닭뼈 육수 라면에 비해 느끼한 맛이 덜하고 고소한 맛이 강했다. 특히 구마모토역 앞 식당 ‘고쿠테이(黑亭)’의 지방질이 적은 돼지머리와 마늘기름으로 맛을 낸 육수는 진하면서도 끝맛이 산뜻해 우리 입맛에도 잘 맞을 듯싶었다.
허기를 달래고 찾은 곳은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구마모토성’. 오사카성, 나고야성과 함께 일본 3대 성의 하나로 꼽히는 구마모토성은,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를 침략한 가토 기요마사가 7년에 걸친 공사 끝에 1607년에 완성한 성이다. 적이 돌담을 타고 올라오지 못하도록 바깥쪽으로 휜 돌담을 세우는 등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하여 축성했다고 한다. 꼭대기인 ‘천수각’에서는 구마모토 시가지가 내려다보이고, 날씨가 좋으면 멀리 아소산까지 볼 수 있다.
‘수이엔지(수전사) 정원’은 운하가 발달한 구마모토답게 맑은 물이 솟아오르는 우아하고 정갈한 일본식 정원이다. 에도시대 구마모토의 영주였던 호소가와 가문이 80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조성한 정원으로, 에도시대 도쿄∼교토간 주요 도로의 풍경을 재현해놓았다. 후지산을 본떠 만든 작은 동산이 장난스러우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준다. 특히 연못에는 아소산으로부터 흘러온 물이 펑펑 솟아오르고, 다양한 색의 잉어가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다.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잉어에게 먹이를 던지는 아이들의 모습은 사진에 담고 싶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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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일본 온천의 정취가 살아있는 구마모토의 구로가와 온천마을.


다음날 구마모토시에서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아소산’. 해발 1500m에 이르는 세계 최대급 칸델라 화산으로, 지금도 화산활동이 활발해 유황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산기슭에 펼쳐진 초원에서는 방목하는 소와 말의 모습이 한가롭고,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 마그마가 펄펄 끓고 있는 분화구를 볼 수 있다. 기자가 들렀을 때는 유황냄새가 진동해 케이블카가 운영되지 않았다. 기관지가 약한 사람은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도 있어 접근을 금지한 것. 그래서 1인에 5만원이나 하는 헬기를 타고 끓어오르는 듯한 마그마를 봐야 했다. 인근 ‘아소 팜랜드’는 하루 숙박을 하며 쉬어가기 좋은 곳. 광대한 터에 치즈나 햄을 파는 가게와 작은 동물원, 전망 온천탕과 숙박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일본식 온천을 즐기고 싶다면 ‘구로가와 온천’을 가볼만하다. 노천탕, 해수탕, 동굴탕, 지하탕, 폭포탕, 레몬탕, 자수정탕 등 30여개의 다양한 온천이 자리잡고 있는데, 1만2천원짜리 마패를 구입하면 세군데를 들를 수 있다. 가운과 나막신 차림으로 이곳저곳 온천을 옮겨다니는 사람들 모습이 장관이다.
구마모토의 요리는 종류가 풍부하며 멋을 부리지 않은 소박함이 가장 큰 특징. 연근의 구멍을 겨자로 채운 다음 튀긴 ‘가라시 렌콩’은 허약했던 영주의 건강을 위해 만들기 시작한 요리로 코를 톡 쏘는 겨자의 풍미와 연근의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또한 구마모토 특산물인 말고기회 ‘마사시’는 꼭 한번 맛볼 음식. 말갈기 살을 회 뜬 것으로 생강을 곁들인 간장과 함께 먹는데 전혀 질기지 않고 입안에서 녹는 맛이 일품이다.

포장마차와 쇼핑가의 화려한 불빛후쿠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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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최대의 리조트인 호쿠스타운의 모습.


대도시의 활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후쿠오카가 제격이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쾌속정이 다니기도 하는 이곳은 영화관 쇼핑몰 미술관 공연장 등 대형 시설들이 새롭게 등장해 볼거리와 놀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나카스’는 환락가라는 이미지가 강한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복합시설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또한 2천개 이상의 음식점들이 들어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톈진’은 규슈의 비즈니스, 패션 정보 근원지. 오피스와 쇼핑상가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거리엔 활기가 넘친다. 주말이면 규슈 각지로부터 몰려온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캐널시티’가 눈에 띈다. 두개의 호텔과 13개의 스크린을 지닌 영화관, 그리고 뮤지컬 전용극장 및 놀이시설 등이 있으며, 아울러 쇼핑과 사무실 등 도시 기능이 응축된 ‘도시 속의 도시’로, 이리저리 발길을 옮기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건물 안쪽에 운하가 흐르고 있어 ‘캐널시티’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일본 최대 규모의 ‘무지지루시료힝(브랜드를 붙이지 않고 저렴하게 파는 상점)’이 있다.
모모치 해변에 있는 ‘호쿠스타운’은 대형 상업시설을 갖춘 후쿠오카시 최대의 리조트로 야구경기가 열리는 후쿠오카돔, 후쿠오카 최고의 호텔 시호크와 대형 영화관, 약 70개의 상점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시호크’는 객실 1천실 이상을 자랑하는 대형 호텔인데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욕실로 유명하다.
바로 옆 ‘후쿠오카 타워’는 전체 높이 234m, 8천장의 거울로 외부를 장식한 후쿠오카의 상징적인 건물이다. 지상에서 125m 높이에 있는 전망대에서 360도로 바라보는 후쿠오카의 야경이 그야말로 압권. 7, 8월에는 은하수, 12월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 장식이 타워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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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최대의 쇼핑가 후쿠오카 캐널시티.


모모치 해변이 첨단이라면 ‘베이사이드 플레이스 하카타 부두’는 예스러운 낭만이 있는 곳이다. 불빛에 반사되는 항구의 야경이 아름다워 이국적인 정취가 더하는 곳. 높이가 8m나 되는 수족관, 레스토랑, 소품점이 늘어서 있어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특히 이곳에서 출발하는 ‘하카타마 크루즈’는 아름다운 하카타만을 바라보며 낭만적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호화 호텔처럼 꾸민 유람선 안에서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프랑스요리를 맛보는 ‘마리에라’ 유람선, 화려한 중국풍 선상에서 아시아 각국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크루즈인 ‘앰페라 테이와’ 유람선이 있다.
현대적인 건물과 패션이 후쿠오카의 밤거리를 밝힌다면 그 안에 옹기종기 자리잡은 2백여개의 ‘야타이(포장마차)’는 후쿠오카 사람들의 마음을 밝히는 곳이다. 후쿠오카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할 이곳의 명물로, 해질 무렵이면 포장마차가 여기저기 등장하고 포장마차 안은 퇴근길 회사원들로 왁자지껄해진다. 간판 메뉴인 라면이나 오뎅 외에도 야키도리(닭꼬치), 덴뿌라(튀김), 중화요리나 우동, 칵테일 등 다채로운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야타이가 대화와 웃음이 터지는 곳이라면 시내 중심에 자리잡은 라면집의 풍경은 마치 독서실 같아 꽤 대조적이다. 닭장처럼 칸막이가 처진 곳에서 제 각각 구미에 맞는 라면을 주문해 묵묵히 먹는 모습은 우리의 정서로는 다소 이해가 안되지만 라면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기호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후쿠오카의 명물 ‘가라시 멘타이코(매운 명란젓)’를 구입해 선물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원래는 우리의 음식이었지만 소금과 고춧가루로 절여 일본 특유의 맛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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