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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소중한 교훈

한국 찾은 침팬지의 대모 제인 구달 박사가 제안하는 ‘생명사랑 십계명’

“아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세요”

■ 정리·최규정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12.10 17:07:00

‘침팬지의 대모’이자 생명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69)는 1년 중 3백일을 세계의 강연장에서 보낸다.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동물에 대한 사랑과 그들이 살아가는 곳을 소중히 여기도록 가르치는 것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중순 한국을 찾은 그가 들려준 ‘생명사랑의 메시지’.
한국 찾은 침팬지의 대모 제인 구달 박사가 제안하는 ‘생명사랑 십계명’

1934년 런던에서 태어난 제인 구달 박사는 10세 때부터 아프리카에 가서 동물들과 함께 산다는 꿈을 키웠고, 그 꿈처럼 26세 때부터 지금까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비국립공원에서 침팬지와 함께 생활하며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침팬지를 번호로 부르던 연구 관습을 거부하고 곰비계곡의 침팬지들에게 모두 이름을 붙여 연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77년부터 세계 각국에 ‘제인구달연구소’를 설립해 영장류 연구와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현재 70여개국에서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서로 존중하도록 가르치는 ‘루츠 앤 슈츠’(뿌리와 새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전세계 20여개 대학에서 명예학위를 받은 그는 95년 영국 왕실로부터 국가훈장 수여, 2001년 간디 킹 비폭력상 수상, 2002년 유엔 평화의 대사 위촉, 2003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에임’ 작위를 받는 등 세계적으로 그 업적을 평가받고 있다. 저서로는 ‘인간의 그늘에서’, ‘희망의 이유’, ‘제인 구달’ 등 60여 권이 있다. 아래는 최근 출간된 그의 저서 ‘제인 구달의 생명사랑 십계명’(바다출판사)에서 발췌·정리한 내용이다.

우리가 동물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많은 사람들이 인간과 동물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침팬지 같은 영장류들은 우리와 매우 비슷할 뿐 아니라 유전자의 96% 이상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은 뽀뽀하고, 다양한 몸짓과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고,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필요하다면 전쟁도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며 관찰과 모방을 통해 그 방법을 배운다.
영장류뿐 아니라 많은 동물들이 감정을 갖고 있으며 자신에게 닥친 공포와 고통을 느낀다. 고래나 새, 개 등은 사랑이라 할 만한 친밀한 관계를 맺기도 한다. 태국의 한 코끼리는 엄마를 구하고 자신이 대신 진흙뻘에 빠지기도 했다. 심지어 개와 물고기, 곰과 고양이 등은 종을 뛰어넘는 우정을 나누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동물을 통해 생명에 대한 사랑과 열정, 순수함을 되찾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우리 역시 동물사회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한국 찾은 침팬지의 대모 제인 구달 박사가 제안하는 ‘생명사랑 십계명’

모든 생명을 존중하자
현재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지배는 가히 절대적이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은 우리 인간이 지구에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이제 많은 연구자들은 동물들에게 고유의 이름을 붙인다. 도살장에서 탈출한 돼지 포키와 피닉스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살아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름을 붙이고 그 존재를 인식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동물들은 인간이 즐기는 동물쇼를 위해 조련사가 휘두르는 철봉에 머리를 맞고 있고, 매년 수십억 마리의 동물이 인간의 먹이가 되기 위해 도살당하고, 세련된 모피코트를 위해 덫에 걸린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숭고한 본성”이라는 찰스 다윈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람에게는 동물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지킬’ 의무가 있다.

한국 찾은 침팬지의 대모 제인 구달 박사가 제안하는 ‘생명사랑 십계명’

침팬지와 대화하는 제인 구달 박사. 그는 침팬지마다 각각 이름을 붙여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음을 열고 겸손하게 동물들에게 배우자
어떻게 동물들이 우리의 삶을 사랑과 기쁨으로 채우고, 우리의 내면을 치유하는지 이야기해보자. 수많은 동물들이 자신만의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 많은 동물들이 서로 보듬고 살아갈 줄 알며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면 다른 동물을 해치지 않는다. 엄마를 잃은 아기를 입양한 침팬지나 다친 토끼와 새를 돌보는 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인간을 구해낸 동물 이야기는 더욱 많다. 9·11테러 현장에서 주인을 안내한 맹인견,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 강아지는 물론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운 고양이나 돼지, 자신의 우리에 떨어진 아기를 구한 암고릴라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숲이나 넓은 들판, 지저귀는 새 소리에 마음의 평화를 느낀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동물들, 특히 개는 노인과 병자, 정서장애를 가진 사람의 치료에 도움을 준다. 동물들이 우리에게 존경과 믿음 그리고 사랑을 있는 그대로 주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아이들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도록 가르치자
아이들은 동물 곁에서 자라면서 그들의 태도를 배운다. 놀랍게도 동물과 접촉한 후 아이들은 많은 변화를 겪는다. 단짝 동물친구를 통해 폭력 전과가 있는 아이들을 재활하는 영국의 녹색굴뚝농장은 이런 의미에서 중요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제인구달연구소에서 루츠 앤 슈츠 활동을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어린이들이 동물의 참모습을 알고 어떻게 보존할지 배우도록 돕는 것이다. 뿌리(roots)는 든든한 기초이며 새싹(shoots)은 약하지만 인간이 만든 파괴의 벽을 뚫는 힘을 갖고 있다. 91년 첫 모임 이래 지금은 전세계 70여개국에서 4천여개 모임이 활동중이다.
‘만약 노인과 젊은이와 개가 타고 있는 구명보트에서 하나를 바다에 던져야 한다면?’이라는 토론을 통해 아이들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 생명에 대해 고민하고 결국 아무도 희생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선다. 우리 아이들이 평생 간직하며 지켜나갈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의 약속은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다.

현명한 생명지킴이가 되자
이제 우리는 생명지킴이가 되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우리 발자국을 너무 크게 남기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 몇백년 동안 지구상에서 인간의 수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반대로 수많은 종들이 멸종되었다. 이 둘은 서로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전세계 야생동물들은 ‘관리’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선별도축, ‘스포츠’ 사냥, 동물원과 서커스, 이국적 애완동물을 위한 동물거래, 코끼리의 상아 같은 동물 신체 일부를 얻기 위한 도살, 의학연구 등에 의해 위협받아 왔다. 21세기가 된 지금은 상업화된 동물사냥과 야생고기 판매가 가세되었고 심지어 휴대전화를 코팅하는 콜탄 탄광 때문에 그 지역의 코끼리와 고릴라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동물복원을 위한 부주의한 서식지 이주는 수많은 살쾡이를 굶어죽게 했고, 외래종의 유입은 그 지역 기존 생명체의 삶을 파괴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에게 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한 최대한 그들을 도와야 한다.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



한국 찾은 침팬지의 대모 제인 구달 박사가 제안하는 ‘생명사랑 십계명’

자연의 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자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주변에 귀기울여보자.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자연의 파괴는 동물의 소리를 잠재웠다. 도시뿐 아니라 대자연이 숨쉬던 곳도 예전처럼 다채로운 동물들의 심포니를 듣지 못하며 바닷속 굽은등고래의 노래는 이제 비디오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다.
지나친 물고기잡이로 정어리와 대구가 줄어들면서 그 지역의 해달이 90%나 감소하고 그 영향은 대머리독수리에게까지 이어진다. 이처럼 동물의 생명고리는 연약하다. 하지만 자연의 복원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멸종 위기의 종을 포획 번식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은 효과를 보고 있는데 87년 17마리에 불과하던 야생 콘도르는 이 프로그램으로 2001년 1백61마리로 늘어났다.
긴팔원숭이의 노래, 멀리 울려퍼지는 오랑우탄 수컷의 울음소리, 코요테의 가슴 저미는 울음소리, 새들의 합창소리, 돌고래와 고래의 수중협주곡, 수많은 곤충들의 소리, 숲속 바람에 나뭇잎들이 부딪히는 소리…. 우리 아이들도 이 소리를 들을 권리가 있다.

자연을 해치지 말고 자연으로부터 배우자
사람들이 동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책을 보거나 관찰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과학자들은 더 적극적인 방법을 고안해왔다. 우리에 가두거나, 마취 후 전파발신장치를 달아 추적하거나 해부하거나 수많은 새들을 박제로 만들어 서재에 늘어놓기도 한다.
동물을 사랑하며 그들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세계 각지에선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미국내 의대의 71%가 살아 있는 동물을 실습에 쓰지 않는다. 대신 연조직 기관으로 만든 동물 모델로 실습을 하거나 시뮬레이션, 비디오로 대체했다. 피가 아닌 털과 배설물에서 DNA를 추출하는 방법도 침팬지 등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생태관광에서도 배울 수 있다. 방문객들이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영장류들에게 자가면역이 없는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처음으로 야생동물을 대면한 경험은 그 사람의 동물과 자연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그제야 사람들은 동물을 자신과 연관된 존재로 여긴다. 생명을 알기 위해 생명을 해칠 필요는 없다.

우리의 믿음에 자신을 갖자
믿음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방식은 세 가지다. 정보를 알리고 평화적 시위에 참여하는 것, 환경을 파괴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의 상품을 거부하고 동물쇼를 보지 않는 것, 물과 에너지를 아끼고 재활용을 늘려 일상에서 가능한 흔적을 가볍게 남기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유전자조작식품을 만들어 자연의 흐름을 위협한다. 우리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그랬듯이 이 같은 식품을 구입하지 않아야 한다. 개, 고양이, 토끼 등을 죽이거나 장님으로 만드는 화장품, 샴푸 회사 등의 물건을 거부해야 한다. 채식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기를 먹으려면 유기농으로 방목된 고기를 먹자. 비록 비싸긴 하지만 내가 먹는 고기를 제공한 동물이 자신의 삶을 충분히 누렸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항생제나 성장호르몬으로부터도 안전하다. 게다가 고기 소비를 10%만 줄여도 해마다 굶어죽는 6천만명의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우리는 윤리적인 근거에서 무엇을 사고 무엇을 먹지 않을 것인가 선택할 수 있다. 이 같은 선택은 무엇보다 빨리 기업을 변화시킬 것이다.

한국 찾은 침팬지의 대모 제인 구달 박사가 제안하는 ‘생명사랑 십계명’

침팬지식으로 인사하는 제인 구달 박사(왼쪽). 그는 아이들에게 생명사랑을 심어줄 것을 강조했다.


동물과 자연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돕자
주위를 둘러보면 한 사람의 행동이 얼마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역할 모델들이 많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도울 힘을 갖고 있다. 우연히 목격한 동물학대를 눈감지 않은 사람들은 도처에 단체를 만들었다. 의약 연구와 공장식 동물 사육의 현장을 고발하고 ‘모든 의식이 있는 생명체를 인간 동정의 범주에 넣을 것’을 주장하는 철학자도 있다.
유명인이나 배우들도 같은 대열에 서고 있다. 곳곳의 동물보호소는 버려진 애완동물이나 실험실에서 고통을 받은 동물을 구조하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로 만들어졌다. 다국적 패스트푸드 기업에 맞서 법정 싸움을 하거나 국가기관에 대항하기도 한다. 우리가 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나 있다. 단골 슈퍼에 유기농식품 판매를 요구하는 것도 훌륭한 활동이다.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타협안을 낸 많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희망을 갖고 살자
잊지 말 것은 리더가 아무리 감동적인 일을 하더라도 결국 그 자리에 동참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개인의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은 참으로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세상을 옛날 모습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인터넷의 출현은 우리에게 새로운 의사소통의 장을 만들어 주었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루츠 앤 슈츠 프로그램은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장이다. 루츠 앤 슈츠는 변화의 힘은 지식과 이해, 노력과 인내,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과 동정이라는 믿음을 기본으로 비폭력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활동으로 아이들은 어려움에 부딪혀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지금도 마음만 연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과 동물들은 어디에나 있다. 한번에 하나씩 그들을 도와보자. 비로소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으로 바뀔 것이다.


여성동아 2003년 12월 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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