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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영어교육 체험기

여덟살배기 영어영재 정문이 엄마 정금순씨의 ‘평범한 내 아이 영재 만든 순토종식 영어학습법’

“아이의 영어실력은 영어환경을 만들어주는 엄마 손에 달렸어요”

■ 기획·조득진 기자 ■ 글·장옥경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3.11.04 23:01:00

초등학교 1학년의 영어실력이 고3 실력이라면? 세살 때부터 영어영재로 소문난 정문이는 영어회화는 물론 영어작문, 영어 책읽기에도 능통하다.
한번도 외국에 가본 일이 없고 그 흔한 학원 한번 안 다닌 이 아이는 또래 친구들의 희망이자 학교에서는 인기 ‘짱’이다. 정문이의 영어실력 뒤엔 엄마 정금순씨의 순 토종식 독특한 영어학습법이 있다.
여덟살배기 영어영재 정문이 엄마 정금순씨의 ‘평범한 내 아이 영재 만든 순토종식 영어학습법’

정문이는 재량학습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반 친구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선생님 : “하늘도 높고 구름도 맑고… ‘오늘 날씨가 좋지요’ 뭐라고 말할까?”
정문이 : “It’s fine today.”
선생님 : “그래. 우리 모두 함께 해보자. It’s fine today.”
아이들 : “It’s fine today.”
선생님 : “이렇게 기분 좋은 날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우리 신나게 영어로 노래를 불러보자.” (교실에 설치된 멀티 학습 비디오에 영어 노래를 띄운다)
정문·아이들 : 율동을 곁들이며 영어 동요를 부른다.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에 있는 도곡초등학교 1학년 4반의 교실풍경이다. 담임인 김성남 선생님의 자연스런 지도로 정문이와 아이들이 재미있게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그날 그날의 상황에 따라 아이들이 관심 있어할 사항을 선생님이 질문하면 정문이가 즉석에서 영어로 답을 하고 반 아이들이 함께 따라 하며 영어를 익힌다.
“또래들에 비해 정문이의 영어실력이 워낙 뛰어나니까 질투의 수준을 넘었어요. 아이들이 정문이와 영어공부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재량학습시간에 영어를 짧게 하고 지나가면 오히려 아이들이 더 하자고 졸라요.”
김선생님은 요즘 아이들은 영어에 흥미가 아주 많아, 영어를 잘하는 정문이의 인기가 ‘짱’이라고 한다. 김선생님은 아직 비행기를 한번도 타보지 않았을 정도로 순 토종인 정문이가 그토록 영어를 잘하는 것을 보며 같은 반 친구들도 ‘나도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교사 입장에서도 ‘특별조건이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믿음이 생기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더 많은 열의를 갖게 됐다고.


태교 때 만든 영어교재가 노트 7권
정문이의 영어실력이 소문나기 시작한 것은 세살 무렵. 엄마 정금순씨(45)가 당시 한 회사의 영어학습교재를 사서 직접 가르쳤는데 실력이 뛰어나자 회사측에서 관심을 보였다. 전국에서 영어 잘하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두명을 뽑아 CF를 찍을 계획이었던 것. 여자아이 모델로 추천이 되었지만, 엄마 정씨가 거절했다. 엄마와 함께 나가야 하는데 엄마의 얼굴이 알려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 그러나 그 회사에서 발행하는 책자에는 내용이 소개되었다고 한다.
평범한 아이를 영재로 키운 모델 케이스로 책에 실리자, 한 방송사에서 그 내용을 보고 인터뷰 제의를 했다. 그것이 네살 무렵. 한번 방송을 타자, 다른 방송사에서 또 인터뷰 요청을 해 결국 방송 3사를 다 돌았다. 그 사이사이 여러 잡지에 인터뷰를 하며 정문이는 유명인사가 됐다.
“세상이 넓은 만큼 더 잘하는 아이도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자녀를 가진 엄마로서 두려울 때가 있어요. 하지만 어차피 테스트란 게 있고 엄마로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도 정문이의 실력은 탁월해요.”
그러면서 정금순씨는 정문이의 실력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하루 세끼 밥을 먹듯 매일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씩 집중해서 엄마와 함께 영어공부를 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여기엔 그만의 특별한 교육관이 있다.
“스물다섯살에 결혼을 했는데 자궁내막증으로 10년이 넘도록 아이를 갖지 못했어요. 그러다 95년 정문이를 가졌어요. 너무나 어렵게 가진 아이라 ‘이 아이를 소중하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제가 봐도 놀랄 만큼 굉장했어요. 자궁의 조건이 남보다 좋지 않았기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뒀어요. 그러면서 생각했지요. 내가 아이에게 어떤 엄마로 남을 것인가? 부모는 자식을 무한한 사랑으로 바라봐요. 하지만 자식은 부모만큼 무한한 사랑의 눈으로 그 부모를 바라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부모를 사랑하긴 해도.”

여덟살배기 영어영재 정문이 엄마 정금순씨의 ‘평범한 내 아이 영재 만든 순토종식 영어학습법’

외국 한번, 학원 한번 다녀본 적이 없는 ‘순 토종’ 정문이는 엄마 정금순씨의 영어교육법에 의해 영어영재가 됐다.


바르게 키우되, 아이에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굳은 결심이 섰던 그는 우선 두 가지에 중점을 두었다. 바로 인성과 능력. 인성이야 기르면서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능력을 키워줄 것인가가 큰 고민이었다. 요즘 사회에서 가장 바라는 능력은 바로 영어.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이 어려운 문제를 아이에게 맡겨두지 말고 더불어 해결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로서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도와준다’는 모성애의 본능에서 영어 태교를 시작했다. 우선 중학교 영어 교과서부터 수준 높은 원서까지 손에 잡히는 영어책은 모두 읽기 시작했다. 또 EBS 방송의 영어프로그램을 녹화해두었다가 시간 나는 대로 보고 또 보기를 반복했다. 잠시도 입을 쉬지 않고 외국인이 말하는 대로 따라서 소리를 ‘내뱉었고’, 철자가 맞건 틀리건 무조건 받아쓰기를 계속했다.
“그러다 보니 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 싶어 저만의 노하우를 담은 ‘이 세상에서 가장 쉽고 유익한 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유치원에서 쓰는 유아 영어교재, 초등학교 저학년·고학년용 교재, 중·고등학교 영어 교과서, 성인용 영어 교재… 이런 것들을 모아놓고 한가지 상황에 대해 등급을 업그레이드 해가며 노트 정리를 한 것. 예를 들어 I’m going to school(나는 학교에 가고 있다. 보통 학생이 공부하러 가는 경우에 사용한다) 하는 초급영어를 적는다면 그 아래에는 I’m going to the school.(나는 학교에 가고 있다. 이것은 목적을 가지고 가는 경우. 이를테면 엄마가 학교에 볼일을 보러 가는 경우다) 하는 식으로 심화학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아래는 ‘went’를 넣어서 과거형을 정리하고 또 그 아래엔 ‘will’을 넣어 미래형을 정리했다. Take an umbrella with you.(우산을 가지고 오너라)라는 문장을 적었다면 ‘bring’과의 차이점도 그 밑에 정리를 했다. ‘take:가져가다, 데려가다’, ‘bring:가져오다, 데려오다.’ 예문으로 Bring me the book.(책을 나에게 가져다주시오) 하고 적는 식으로. 태교를 하는 열달 동안 그렇게 정리한 노트가 모두 일곱권이나 된다고 한다.

학교 교과서, EBS 교육방송만으로도 훌륭한 교재
이 노트는 정문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됐다. 한 문장을 가르친 후 정문이가 소화했다 싶으면 그 문장에서 바로 가지를 쳐서 과거, 현재진행, 미래까지 수준을 높이고, 비슷한 단어의 유형과 차이점까지 한꺼번에 통합학습을 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아이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욕구를 말로 표현할 때 현재형 하나만 알아서는 미흡하다고 느꼈던 것. ‘유치부 단계는 여기까지니까, 이것으로 끝’ 하면 효과적인 학습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이왕 하는 김에 오늘 일, 어제 일, 내일 일들까지도 알려주었다고 한다.
“요즘 시중에 나오는 영어교육법을 보면 저마다 추구하는 논리가 달라요. ‘처음엔 듣기만 해야지 쓰면 안된다. 그러면 귀가 안 트인다. 아니다, 읽기부터 해야 한다’ 등등. 그래서 엄마들이 매우 혼란스럽다는 말씀을 하세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언제까지 말로만 할 것인가, 언제부터 쓸 것인가 방법론만 말하지 말고 오늘은 왠지 쓰고 싶다면 써야 하지 않겠냐고. 아이가 ‘사랑해’라는 단어를 쓰고 싶은데 말로는 해도 쓰지를 못한다면 그건 완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잘 못 써서 ‘사라해’라고 쓰더라도 연습하다 보면 ‘사랑해’를 잘 쓸 수 있잖아요. 저는 객관적인 통념에 매일 필요가 없다고 봐요.”

여덟살배기 영어영재 정문이 엄마 정금순씨의 ‘평범한 내 아이 영재 만든 순토종식 영어학습법’

정문이에겐 EBS방송 영어교재가 큰 도움이 됐다.





정문이는 3, 4세까진 주로 비디오를 보고 엄마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영어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연필을 쥐는 힘이 생기는 5세 무렵부터는 바로 말하면서 써보도록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말하면서 쓰고 그 문장에 대해 현재, 과거, 미래, 현재진행형, 가정법까지 모두 레벨 업을 시켜 익히는 사이 영어작문도 ‘척척’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문이가 엄마와 함께 영어공부를 하며 영어문장을 받아 쓴 노트만도 수십권이 될 정도. 글씨 연습을 하도 많이 한 탓에 정문이의 글씨는 초등학교 1학년 글씨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잘고 고르고 예쁘다.
“엄마들이 크게 걱정하는 발음문제는 비디오를 통해 해결했어요. 남편이나 저는 아직 외국에 한번도 나가보지 않은 순 토종이라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주로 EBS 교육방송을 이용했죠. 미리 프로그램 편성표를 보고 방송을 녹화해두었다가 보여줬어요. EBS 교육방송의 영어프로그램을 보면 국내 진행자와 외국인 진행자 두 명이 나오잖아요. TV에서 원어민 발음을 보여주니까, 그것만 잘 따라 하면 굳이 외국인을 따로 초빙해 발음을 배울 필요가 없어요.”
여덟살배기 영어영재 정문이 엄마 정금순씨의 ‘평범한 내 아이 영재 만든 순토종식 영어학습법’

처음엔 시샘으로 가득했던 친구들도 어느새 정문이의 팬이 됐다.


외국인을 만나도 평상시 연습한 대로 하면 되니까, 떨 필요가 없다. 얼마 전에 한 외국인이 그의 집에 온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이 있다고 하니까, 한수 가르쳐주려고 작정했는데 정문이가 워낙 잘하니까, 손을 들고 가버렸다고.
정문이가 영어영재로 소문나면서 그의 집엔 많은 엄마들이 찾아들었다.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묻거나, 자신의 아이에게도 영어를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그중에는 학원 원장으로 와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몇번의 고사 끝에 외도를 하기도 했다.
“6개월 정도 영어학원 원장을 했어요. 정문이 소문이 나자 남양주시는 물론 구리시에서까지 학생들이 올 정도로 성황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아닌데…’ 하는 회의가 들더군요. 학부형에게 ‘왜 오셨어요?’ 하면 ‘원장선생님이 계셔서요’ 하는 거예요. 저만 바라보고 오시는 거죠. 그런데 영어는 내 것으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누가 잘 가르친다고 해서 그 선생만 바라봐서는 안되거든요. 아이나 가정에서의 노력이 안 따라주면 아무 소용없죠.”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원치 않았던 데다, 정작 딸아이에 대한 교육은 소홀해지는 것 같아 영어학원 원장 일을 접었다. 그런데도 그의 집엔 매일같이 엄마들이 왔다. 가르치지는 않는다고 하면 그럼 정문이와 자신의 아이들을 놀게만이라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것까지 거절하기엔 야박하다 싶어 결국 허락(?)했다고.
“정문이와 놀게만이라도 해달라는 엄마들의 속마음엔 그러면 어떻게든 하나라도 얻어듣고 오는 게 있겠지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결심을 바꿨어요. 정문이만 공부를 시킬 것이 아니라, 집에 찾아오는 아이들도 시키자. 그래서 몇명의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하게 됐어요.”
엄마가 관심을 갖지 않고선 아이들에게 영어를 생활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는 지론을 가진 정씨는 아이들의 엄마들에게도 영어를 가르친다. 이름하여 ‘Jung Study Room’에서 공동학습이 진행되는 것.
인터뷰를 마치며 정씨는 “영어교육에도 경제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주변의 가까운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학교의 영어 교과서, EBS 교육방송을 잘만 이용하면 그만한 교재가 또 없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여성동아 2003년 11월 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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