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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남편의 세 자녀를 훌륭히 키워내며 미국에서 40년간 교육자로 활동한 장병혜 박사의 남다른 교육법

“엄마들이여, 더는 사교육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에게 내재된 힘을 믿어라!”

■ 기획·최호열 기자 ■ 글·최규정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10.31 17:20:00

아이 키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육아 이론과 학습교재가 쏟아지지만 그만큼 엄마들의 머리만 복잡해질 뿐이다. 이같은 부모들의 고민에 칠순의 대선배가 입을 열었다. 미국에서 40년간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장병혜 박사가 중국인 남편의 세 자녀를 국제인권변호사로, 촉망받는 사업가로 성장시킨 남다른 교육법.
중국인 남편의 세 자녀를 훌륭히 키워내며 미국에서 40년간 교육자로 활동한 장병혜 박사의 남다른 교육법

이승만 정권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고 장택상 선생의 딸 장병혜 박사(71)는 19세이던 1950년 혈혈단신 미국 유학을 가서 고학을 하며 피츠버그대에서 석사학위를, 조지타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하와이대 등에서 교수를 지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유학 당시 아이 셋이 있는 중국인 교수와 결혼, 천방지축 철부지 세 자녀를 국제인권변호사로, 촉망받는 사업가로 훌륭히 키워냈다.
또한 미국 내 한국 이민자들의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민자 가정의 청소년들을 위한 이중언어 교육의 시스템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그가 만든 시스템은 미국 내 수많은 학교에서 이민 자녀 교육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중언어 교육은 미국 내 이민자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영어와 모국어를 함께 교육받는 것을 말한다.
그가 최근 자신의 자녀교육 노하우와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하며 체험한 영어교육법을 담은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를 펴냈다. “더는 사교육에 연연하지 말고, 엄마 스스로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시키라”는 그의 새로운 자녀교육법을 정리했다.

좋은 부모가 좋은 자녀를 만든다

자녀들을 성공시킨 비결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멘토(mentor)로서의 삶을 사는 것, 그리고 세간의 이론과 원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게 내재해 있는 부모로서의 힘을 믿으며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하는 것이다.
엄마들이여 주관을 찾아라!
아이들이 제각기 무한한 재능과 가능성을 제 안에 숨기고 있듯, 부모 역시 아이를 제대로 키워낼 보석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교육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경제적 여건이 어떤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본질적으로 부모의 ‘본성과 직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론과 원리를 찾으면 찾을수록 아이 기르는 일은 더 어려워질 뿐이다. 자신의 주관을 믿고 아이를 잘 관찰해야 한다. 결국 엄마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나 자신’이 아이 앞에 어떻게 설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아이는 부모라는 거울을 보고 스스로 배우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엄마 자신의 삶 또한 한층 성숙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먼저 읽고 쓰고 외는 기본기를 가르쳐라
황무지에서는 어떤 곡식도 자랄 수 없듯, 기본이 없는 아이에게는 어떤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창의력이나 EQ 등에 연연해 아이들의 기본기를 놓치는 부모들이 많은데 두고두고 도움이 되는 것은 창의력보다 기본기다. 자율과 기본이 동전의 양면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미국의 교육철학에서 배우고, 공교육에 실패한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일류병’에 병든 일본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 아이들과 닮아 있다. 교육정책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니 지금 자라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규칙은 함께 만들고 먼저 지켜라
기본을 갖춘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지킬 건 반드시 지키도록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규칙을 만들고 흔들림 없이 지키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약속과 규칙은 엄마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보이고, 책을 읽고 질서를 지키며 좋은 언어 습관을 가져야 한다. 때론 아이의 잘못에도 눈을 반쯤만 뜨고 ‘너를 믿는다’고 말하는 현명함도 필요하다. 엄마의 믿음은 아이들에게 꾸중보다 더 큰 교육이 되기도 한다.
자기정체성이 중요하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불안하게 마련이다. 21세기에 필요한 덕목 중 하나가 자기에 대한 확신, 즉 자기정체성이다. 아이 스스로 성공적인 미래를 개척하길 바란다면 아이에게 자신이 처한 현실부터 정확히 인식하게끔 해야 한다. 또 세계화시대로 갈수록 국가관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어디를 가든 자신이 한국인임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국가관은 정체성의 마지막 1%이다.

중국인 남편의 세 자녀를 훌륭히 키워내며 미국에서 40년간 교육자로 활동한 장병혜 박사의 남다른 교육법

장박사는 엄마들에게 아이들을 자신의 한풀이 도구로 생각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언제 어떻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엄마들의 고민은 시작된다.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다 가르치고 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되면 그때부터 엄마와 아이의 갈등이 시작된다.
다그치지 말고 기다려라
아이와의 관계를 망치지 않으면서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이끌 수는 없을까? 정답은 일상에서 관찰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라는 것이다. 장을 보거나 설거지를 할 때도 아이와 함께 하며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그 자체가 사고력을 키우는 훌륭한 놀이이자 교육이다. 억지로 가르치면서 아이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아이가 너무 늦는 게 아닐까?’ 하고 걱정하는 엄마들은 조바심을 내기 쉽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만으로 판단하고 성급하게 아이를 다그치는 엄마에게 있다. 아이의 단점은 보지 말고 장점을 북돋아주고, 형제들과 비교하지 말자.
아이를 한풀이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
이 땅에 사는 많은 아이들이 엄마의 ‘한풀이’ 희생양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이미 심증을 찾을 수 있다. 이같은 우를 범하는 이유는 엄마들이 아이를 위한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진정한 부모는 희생은 그 자체로 끝낼 줄 알아야 한다. 때론 맘에 들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부모는 부모로서의 삶이 있고, 자식은 자식 나름의 삶이 있다는 엄연한 진실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사랑은 줄 수 있으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는 말아야 한다.

아이에게 혼자 생각할 틈을 줘라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는 시간, 즉 생활의 작은 ‘틈’이다. 아이에게서 창조성과 독창성을 바란다면 더욱 그렇다. 그 시간을 부모가 채워줄 순 없다. 컨트롤해서도 안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그냥 넘기지 못한다. 그저 멍하니 앉아 있더라도 아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유도하라. 자신만의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는 스스로 무언가 찾아내고 발전해간다.
아이 스스로 하는 습관을 들여라
‘그건 엄마가 해줄 테니, 넌 공부나 열심히 해’라는 말로 아이가 할 수 있을 일을 빼지 말라. 자칫 아이를 무기력하게 만들기 쉬울 뿐이다. 자기 일은 스스로 하는 습관에서 아이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힘을 얻기 때문이다. 스스로 조연의 자리를 확고하게 실천하는 엄마 밑에서 아이는 실패와 성공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영어교육 따라잡기
중국인 남편의 세 자녀를 훌륭히 키워내며 미국에서 40년간 교육자로 활동한 장병혜 박사의 남다른 교육법

장병혜 박사는 세 아이를 키운 경험을 최근 책으로 출간했다(왼쪽). 장박사의 가족사진(오른쪽).


장박사는 미국 유학길에 올라 역사학 교수가 되기까지 스스로 언어의 벽을 허문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가 영어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영어를 못해 학교에서 소외받는 미국 내 한국인 이민자 자녀들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후 이민자 자녀들에게 영어와 모국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이중언어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고 미국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냈다. 그가 말하는 영어교육의 필수 규칙들.
롤 모델부터 세워라
영어를 가르칠 때 좋은 교재부터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아이가 그 교재를 얼마나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롤모델이다. 배운 것을 확인하고 피드백 해줄 사람인데, 초기 영어를 배울 때는 엄마가 직접 나서도 좋다. 피드백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전문성보다 아이가 수치심 없이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철자에 연연하지 말라
언어교육은 귀가 먼저 뚫리면서 시작된다. 간혹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게 알파벳을 억지로 가르치는 엄마들이 있는데 귀에 익지 않은 영어 철자는 아이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먼저 듣기를 통해 간단한 영어 문장에 익숙해지도록 한 다음, 그 문장에 속한 단어를 하나씩 짚어주고, 단어와 그 의미를 연결시킬 수 있을 무렵 정확한 철자를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국인 남편의 세 자녀를 훌륭히 키워내며 미국에서 40년간 교육자로 활동한 장병혜 박사의 남다른 교육법

장박사는 미국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이중언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배운 것은 반드시 외우게 하라
유아의 영어학습에서 암기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과도한 암기 때문에 아이의 창의력이 죽고 학습을 거부하게 된다는 말은 잘못된 상식일 뿐이다. 아이들의 암기력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통째로 뇌에 저장한다. 아이가 싫증을 낸다면 그것은 암기를 시켜서가 아니라 이미 잘못된 학습 방법으로 영어에 흥미를 잃은 탓이다.
단어는 동사 위주로 가르쳐라
영어단어를 가르칠 때는 명사보다 동사를 먼저 가르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동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일 아이가 하는 행동을 단어로 가르친다면 곧 흥미를 갖게 되고, 쉽게 익힌다. 밥을 먹으면서 ‘eat’라고 말해보라. ‘apple’을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동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형용사로 옮겨가고, 이후 부사 명사 순으로 가르치면 된다.
발음은 테이프를 이용하라
원어민의 발음이 담긴 테이프를 들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좋은 영어교육 방법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듣지 못하는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정확히 따라 할 뿐 아니라 한번 익힌 발음은 성인이 되어도 잊지 않는다. 성급한 마음에 잘못된 발음을 가르쳤을 때 역시 같은 효과가 난다. 정확한 발음을 담은 테이프를 많이 들려주되, 어설픈 발음으로 아이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다.
문법은 여섯살 이후에 가르쳐라
문법은 문장에 익숙해지고 어휘가 늘면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단어와 단어가 모여 문장을 이루는 원리가 곧 문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주 어린 나이에 이같은 원리를 깨우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언어교육은 시작이 빠를수록 좋지만, 문법에서는 예외다. 문법은 최소 여섯살이 넘은 뒤에 천천히 가르쳐도 늦지 않는다.


여성동아 2003년 11월 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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