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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나눔의 삶

유기농 음식으로 말기암 환자들에게 새 생명 찾아주는 성분도 관상수도원 구경림 수녀

■ 글·박진숙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3.10.10 18:30:00

충북 음성에서 생동요양원을 운영하며 직접 재배한 유기농 음식으로 중증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구경림 수녀.
몇년 전 간경화, 신장암, 패혈증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그가 유기농 음식으로 건강을 회복한 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고 있는 나눔의 삶.
유기농 음식으로 말기암 환자들에게 새 생명 찾아주는 성분도 관상수도원  구경림 수녀

“몇년 전 간경화와 신장암, 패혈증을 앓으면서 죽음과 직면했어요. 어떻게 해서든 병을 이겨보려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면서 좋다는 약과 치료를 다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죠. 그래서 병의 근원을 추적해보다 먹을거리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생명운동’을 하게 되었고,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음식을 꾸준히 먹으며 하루 세번 녹즙을 복용했어요. 그러자 서서히 몸이 회복되더군요.”
10여년 전 불현듯 찾아온 자신의 병력을 토로하는 노(老)수녀. 병을 앓았다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서 병마가 할퀴고 간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일흔을 앞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정정하다. 그가 바로 ‘수도복을 입은 여자농사꾼’으로 불리는 생동요양원 구경림 원장(69)이다.
“수녀복을 입은 건 55년부터지만 충청북도 음성에 내려와 농사를 지은 건 68년이었어요. 당시 우리나라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칠 때였어요. 그래서 농사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에 시골로 내려왔죠.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서울 토박이가 괭이와 호미를 들고 수도생활을 시작한 겁니다.”
그는 수확을 많이 거둬야만 가난한 농촌을 자립시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여느 농군들처럼 농약을 뿌리고 화학비료를 주며 땅을 일궜다. 그러던 어느날, 지렁이가 땅속에서 기어나와 죽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농약과 비료를 뿌렸을 뿐인데 지렁이가 죽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구원장은 농약과 화학비료 성분을 연구했다. 그 결과 제초제나 화학비료가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온갖 생명체를 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잘 먹고 잘 살자고 시작한 농사법이 결국 생명을 죽이는 농사법이었던 것이다.
“미생물이 균형 있게 자리잡은 땅에서만 사람에게 이로운 농산물이 생산됩니다. 그런 농산물을 먹어야만 우리 몸 안에 있는 좋은 균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침투한 병원균도 빨리 퇴치하죠. 화학비료에 찌든 음식을 먹으면 좋은 균이 제 구실을 못해요. 그것을 깨닫고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리지 않고 농사를 지었더니 땅속의 미생물들이 다시 살아나더라고요.”
이처럼 땅을 살려야만 생명도 함께 살릴 수 있음을 알게 된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20여년 동안 유기농사를 지었다. 오직 사람들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이때까지만 유기농사법이 병을 치료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 대상이 본인이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유기농 음식으로 말기암 환자들에게 새 생명 찾아주는 성분도 관상수도원  구경림 수녀

일흔 가까운 나이에도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건강하게 살고 있는 구경림 원장.


90년 2월, 몸에 이상을 느낀 구원장은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바이러스에 의한 간경화라는 진단을 받았다. 바이러스에 의한 간경화는 별다른 특효약이 없었기에 그는 수도자로서 겸허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삶을 포기하는 마음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였을 때, 그는 문득 사라진 미생물조차 되살려낸 유기농법을 떠올렸고,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특히 피를 맑게 해주고 혈액순환을 돕는 녹즙이 간경화 환자에게 좋겠다고 판단해 녹즙을 약 대신 마셨다.
“생명이 숨쉬는 땅에서 재배한 신선초를 즙으로 짜서 먹었어요. 녹즙을 짠 뒤 바로 마시면 식물의 독성이 남아 있으니까 반나절 동안 숙성을 시켜두었다가 마셨지요.”
그러기를 3개월. 점점 건강이 회복되더니 3년 뒤엔 간경화로부터 해방되었다. 하지만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간경화로부터 놓여난 지 4년째 되던 해에 신장암 진단을 받았고, 연이어 패혈증까지 겹쳤다. 치과 진료를 위해 몇차례 항생제 주사를 맞은 것이 건강을 악화시킨 것이었다.
소변에서 피가 나오고, 음식을 먹으면 피와 함께 모두 토해내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그는 항생제와 진통제 등 일체의 약을 거부했다. 죽음과 또다시 대면한 그가 다시 붙잡은 것은 역시 녹즙이었다. 그리고 식이요법에만 의지한 채 사투를 벌인 끝에 6㎝로 자라났던 암덩어리는 작아졌고, 패혈증도 사라졌다.

무공해 먹을거리만으로 말기암과 간경화 환자 치료 가능해

이처럼 유기농산물의 가치를 직접 경험한 구원장은 경험을 살려 주식회사 생동농산을 설립해 자연식품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국내 최초로 유기농업 품질인증을 받아냈고, 96년엔 신한국인상까지 수상했다. 그리고 2000년엔 생동요양원을 설립했다.
생동요양원은 충청북도 음성의 조용하고 아담한 곳에 있다. 생동요양원 뒤로 펼쳐진 1백20동의 비닐하우스 안에는 신선초를 비롯해 각종 야채와 곡물을 성분도 관상수도원 수녀들과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하고 있다. 비료 대신 숯을 수시로 땅에 뿌려 미생물과 땅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에 다른 농장에서는 매일매일 수확하는 신선초를 이곳에서는 두달에 한번 수확할 만큼 자라는 속도가 매우 더딘 편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자를 나는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어요. 먹을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겠죠? 앞으로 유기농산물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 땅을 살려야만 사람도 살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생명운동이죠.”
노(老)수녀의 한마디 한마디엔 힘이 실려 있다. 생명이 땅에서 시작된 것처럼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일 또한 ‘땅’이 한다는 구원장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성동아 2003년 10월 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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