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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컴백 인터뷰

지난날의 아픔 딛고 3년 만에 부활한 ‘라틴 여왕’ 백지영

“그간 봉사활동하며 제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달았어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SBS 제공 장소협찬·라루나

입력 2003.10.10 11:27:00

가수 백지영이 4집 앨범 ‘미소’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컴백 무대였던 SBS ‘생방송 인기가요’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열창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그동안 사생활 유출과 남자친구와의 결별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면서도 남몰래 버려진 미혼모의 아이들을 도우며 꾸준히 음반준비를 해온 그의 한층 성숙해진 삶 이야기.
지난날의 아픔 딛고 3년 만에 부활한 ‘라틴 여왕’ 백지영

‘라틴 여왕’이 돌아왔다. 지난 9월초 4집 앨범 ‘미소’를 발매하고 SBS ‘생방송 인기가요’를 통해 복귀한 백지영(27)은 라이브 열창과 함께 화려한 북연주를 선보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2년전 3집 ‘추락’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비디오 파문의 여파로 재기하기가 쉽지 않았던 그에게는 벅찬 감동의 순간이었다.
“컴백 무대에 서기 전까지는 비교적 담담했어요. 2집이나 3집을 발매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죠.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오르고보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결국 너무 잘하려다가 북채를 떨어뜨리는 실수도 저질렀고요. 고맙게도 팬들이 그런 모습을 더욱 예쁘게 봐주셨어요. 그날 저녁 팬들한테 얼마나 많은 축하 메시지를 받았는지 몰라요.”
12월 결혼을 앞둔 이상민 이혜영 커플을 비롯해 박해운, 심상원, 홍재선, 리쌍 등 그의 재기를 기원해온 친분 있는 음악인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앨범은 2년여의 준비끝에 완성된 야심작으로 전작들과 확실히 다르다. 전작들이 라틴댄스 위주였던 데 반해 디스코,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수록하고 그가 직접 작사와 코러스, 내레이션풍의 랩을 시도해 많은 변화를 준 것.
“앨범 작업이 오래 걸린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좀더 신선하고 완성도 높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는데 처음에는 하나같이 라틴댄스곡만 만들어왔거든요. 하지만 작업이 길어져 힘들어하거나 조바심을 낸 적은 없어요. 오히려 노래할 때 감정이 더 깊어지고 자연스러워져서 좋아요. 댄스곡을 타이틀곡으로 하기엔 늦은 감이 있지만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아요. 먼저 한달간은 라틴댄스풍의 ‘미소’를, 이후부터는 발라드곡으로 활동할 예정이거든요.”

지난 4월 ‘그것이 알고 싶다’ 출연 후 마음 홀가분해져

지적인 느낌을 주는 차분한 헤어스타일에 탄력 있는 몸매, 다소 야윈 얼굴. 전보다 더욱 예뻐진 덕분에 성형수술을 받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진짜 비결은 그동안 꾸준히 해온 운동에 있다.
“특별한 스케줄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거의 매일 운동을 했어요. 피트니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안무 연습도 하면서요. 안무를 맡은 홍영주 언니와 하루 네 시간 동안 춤만 춘 적도 있어요. 앨범 발매 시기가 가까워지면서는 운동량을 더 늘렸는데 트레이너가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한두 시간이 뚝딱 지나갔죠. 땀을 많이 흘리니까 피부는 좋아졌는데 실제 체중은 전보다 2kg밖에 안 줄었어요. 대신 체지방과 얼굴살이 많이 빠져서 말라 보이는 것 같아요. 음식은 시도 때도 없이 먹는 편이고요. 트레이너는 운동하기 두 시간 전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주의를 줬지만 운동이 끝나면 꼭 고기가 당기더라고요(웃음).”
공중파 복귀는 3년 만에 이루어졌지만 그동안 그가 가수활동을 완전히 접었던 건 아니다. 케이블과 위성방송의 음악프로에 간간이 출연하고 밤무대를 뛰어다니며 나름대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덕분에 밤무대에서는 하리수와 함께 최고 대우를 받는 톱스타였지만 파문의 후유증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그가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하는 데 큰 힘이 되어준 것은 그를 사생활 유출의 피해자로서 심도 있게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B양 비디오의 진실’ 편이었다.

지난날의 아픔 딛고 3년 만에 부활한 ‘라틴 여왕’ 백지영

“그 프로에 출연하기까지 많이 망설였어요. 올초 처음 소속사 사장님이 출연 의사를 물어보셨을 때는 평소 즐겨 보는 프로이고, 좋은 취지라 선뜻 응했는데 제작팀과 미팅을 하고 나니 못하겠더라고요. 부모님 인터뷰도 필요하다고 하고, 저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어찌나 지독하던지. 하지만 사장님이 ‘너의 억울한 심경을 제대로 전달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그것밖에 없다’며 계속 설득하셨어요. 결국 한달 만에 촬영에 들어갔는데, 당시에는 참 힘들었지만 속을 다 헤집어놓고 나니까 오히려 후련해지더라고요. 참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거짓말을 못하게 만들더라고요. 거기다 엄마 인터뷰까지 해냈고요. 사실 전 엄마가 교회 활동을 많이 하시는 데 불편해지실까봐 인터뷰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 프로그램 덕분에 그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를 지켜보면서 누구보다 가슴아파하던 어머니이기에 가수생활을 그만두기를 바라는 줄 알았는데 “지영이가 여기서 좌절하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영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무대라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것.

“봉사활동하는 저보고 ‘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개의치 않아요”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찡했어요. 엄마와 딸은 싸우면서 정든다고 하던데 저희도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엄마랑 가장 많이 싸우거든요. 그럴 때마다 엄마는 빨리 시집 가라고 하시면서도 속상한 일이 생기면 저한테 가장 먼저 털어놓으세요. 확실히 나이가 들면서 외로움을 타시는 것 같아요. 이제는 엄마가 웃을 일만 만들어드려야죠.”
그가 지난날의 아픔을 극복하기까지는 남모르게 해온 봉사활동이 한몫 했다. 지난 3년간 대한사회복지회의 서울 영아임시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해온 것. 그가 대한사회복지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파문이 일기 전인 2000년 가을, 2집 활동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강아지와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하는 그는 친한 동생과 함께 좋은 일을 해보자며 그곳의 문을 두드렸다.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마침 우리집 가까이에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보호시설이 있더라고요. 본래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가야 하는데, 저한테는 특별히 아무 때나 갈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셨어요. 처음에는 시간 날 때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갔어요. 아이들을 돌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원봉사하시는 아주머니들과 친해지면서 꾸준히 방문하게 됐죠. 하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는 몇달 동안 가지 못했어요. 복지회 선생님들은 상관말고 나오라고 말씀하셨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어요. 그러다 문득, 이렇게 있다간 세상 밖으로 나가기가 더 힘들어지겠구나 싶어 다시 복지회에 나갔어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요. 아이들을 안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몰라요. 기저귀 갈다 옷에 변이 묻어도 더럽다고 생각해본 적 없고요.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대단한 일을 한다느니 하는 말을 들으면 거기서 하루 종일 일하시는 자원봉사 아주머니들에게 너무 송구스러워요. 8월 한달 동안은 미국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느라 거의 못 나갔거든요.”
지난날의 아픔 딛고 3년 만에 부활한 ‘라틴 여왕’ 백지영

그동안 그가 돌보다 입양된 아이들은 세명.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는 처음에 정을 준 도연이라는 사내아이라고 한다. 건강하고 얌전한데다 잘생겨 첫눈에 끌렸던 도연이는 생후 5개월 때부터 8개월 때까지 그를 엄마처럼 따르다 입양됐다고.
“도연이를 보내면서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첫정이 확실히 무섭더라고요. 하지만 두번째 만난 준호 때부터는 기꺼운 마음으로 보냈어요. 이별은 가슴 아프지만 좋은 가정으로 가는 거니까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잖아요.”
현재 그는 사랑의 전화 복지재단, 소년소녀 가장돕기,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 등 10여개 단체의 홍보대사 직함을 갖고 있다. 대한사회복지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도움을 요청한 것. 하지만 무늬만 홍보대사는 아니다. 최근 3년 만에 광고에 출연한 그는 개런티로 받은 5천만원어치의 의류를 자선바자회에 내놓아 미혼모 돕기에 쓸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은 백지영이 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국회로 가라고 농담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 개의치 않아요. 남에게 보여주려고 시작한 일이 아닌 만큼 저 자신에게만 부끄럽지 않으면 되니까요. 다만 좀더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 일로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는 세상에서 제가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을 돌보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새삼 깨달았어요. 그래도 저에게는 따뜻한 가정, 좋은 부모 형제가 있으니까요.”

지난날의 아픔 딛고 3년 만에 부활한 ‘라틴 여왕’ 백지영

음반준비를 하면서 꾸준히 운동한 덕분에 살이 빠졌다는 백지영.


1남2녀중 둘째로 집에서든, 밖에서든 분위기 메이커로 통했던 백지영. 하지만 아픔만큼 성숙해진 것일까. 생애 가장 큰 시련을 겪고난 후 그는 확실히 달라진 듯했다.
“주위 사람들은 변한 게 별로 없어요. 저를 좀더 배려하고, 불편해하고 그 정도죠. 오히려 제가 많이 달라졌어요. 작은 일에 흥분하지 않게 되고 큰 일에 담담해졌다고나 할까요. 말수도 좀 줄었고요. 예전에는 흑백이 분명했는데 이제는 분홍이나 보라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인지 별일 아닌데 너무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을 보면 좀 실망스럽기도 해요. 도와주고는 싶지만 마음이 닫혀 있기 때문에 쉽게 도와줄 수도 없고요. 이제는 마음을 열어야 할 순간도 알게 됐죠. 그러나 그게 장점은 아닌 것 같아요. 샵의 멤버였던 이지혜와 참 친한데, 그 친구를 보면 예전의 저를 보는 것 같아 무척 사랑스러워요. 이제 저한테는 없는 모습이죠.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지면 괜시리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의 주변에는 여전히 친구들이 많지만 가끔 외로울 때가 있다고 한다. 모델 조동혁(26)과 3년 넘게 교제하다 지난해 여름 헤어졌기 때문. 힘들다고 투정부리고 싶을 때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얼마전 열애설이 불거졌던 핸드볼스타 최현호와는 그냥 친구사이일 뿐이라고 밝혔다.
“현호는 제 팬인데, 팬 사이트에서 우연히 만나 메일도 주고받고, 음성 채팅도 하면서 친구가 됐죠. 워낙 유명한 선수라 신문에 난 얼굴을 본 적은 있지만 직접 대면할 기회는 없었어요. 그런 친구와 열애중이라는 기사가 난 것도 황당한데, 축하전화까지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몰라요. 사장님도 처음에는 ‘남자친구가 있으면 알리고 사귀어라, 성격도 좋고 괜찮은 친구라고 들었다’고 하시며 만나본 적도 없다는 제 말을 믿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제가 사장님한테 그럼 이 기회에 한번 사귀어볼까요 하니까 그제서야 믿으시더라고요.”
그 일이 있은 후 한동안 최현호와의 관계가 소원했다고 한다. 최현호가 연락을 끊은 것. 그래서 그가 먼저 ‘난 괜찮으니 연락해라. 그런 기사 나왔다고 연락을 끊으면 친구라고 할 수 있냐’고 메일을 보냈고, 최현호도 곧 ‘인터뷰한 적이 없는데 휴가중에 그런 기사가 났다. 정말 미안하다’고 답장을 보내왔다. 이후 두 사람은 둘다 바빠져 채팅 횟수는 줄었지만 전과 다름없이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그냥 친구는 전혀 다르잖아요. 이제는 남자친구를 사귀어 서른두살에 결혼하고 싶어요. 사실 저는 전에 사귀었던 친구와 결혼할 줄 알았어요. 우리 부모님의 경우도 엄마가 더 연상인데 보기가 참 좋아요. 엄마는 젊게, 아빠는 나이에 맞게 사시거든요. 모든 사람들이 남자친구를 사귈 때 이 사람과 결혼했으면 하고 바라겠지만, 그 친구에게 정말 고마운 게 제가 힘들어할 때 옆에서 큰 힘이 돼주었어요. 내가 배신하면 벌받지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교제를 심각하게 생각할 나이가 되니 어릴 때 감정이 많이 없어지더라고요. 결혼에 대한 부담을 안고 만나는 건 솔직하지 못한 것 같아서 지금은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어제도 통화했어요. 그렇다고 우리 사이를 친구로 못박지는 않아요. 혹시 모를 가능성은 항상 남겨두죠.”
힘겨웠던 시간만큼 음악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해진 백지영. 앞으로 그는 작사, 작곡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5집 때는 더욱 수준 높은 노래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발라드풍의 자작곡 ‘사랑해서 그랬죠’가 ‘미소’의 후속곡으로 거론될 만큼 좋은 반응을 얻자 더욱 용기가 난 것.
“첫 방송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좋아해주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저 이제는 스캔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 때문에 방송을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을 뿐이거든요. 그런데 방송이 나간 후 정말 많은 축하 메일을 받았어요.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따뜻하고 고맙던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죠.”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노력하는 가수, 팬들과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는 가수 백지영이 되겠다는 당찬 그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여성동아 2003년 10월 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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