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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기획특집|레드와인 건강법&미용법 올가이드

‘와인 박사’귀화 독일인 이참씨 부부와 함께 떠나는 와인 여행

“천천히 풍부한 대화 나누며 문화적 향기 음미하는 와인 한잔의 시간”

■ 사진·박해윤 기자 ■ 도움말·월드와이드와인클럽(www.www-club.co.kr)

2003. 10. 08

한국으로 귀화한 독일인 이참씨(옛 이름 이한우), 그가 와인 전문가라는 사실은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와인 재배 지역에서 태어난 그는 그곳 포도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랐던 것. 와인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는 이참씨 부부와 함께 와인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상식과 에티켓을 알아보았다.

‘와인 박사’귀화 독일인 이참씨 부부와 함께 떠나는 와인 여행

이참씨 부부는 와인 한잔을 들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즐기는데 그러다 보면 갈등을 해소하고 마음을 여유롭게 해주어 좋다고 한다.


“고향인 바트 크로이츠나흐(Bad-Kreuznach)는 독일의 전통적인 와인 재배 지역인 나헤 지방의 중심에 있어요. 그래서 열두살 때부터 와인과 관련 있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죠. 포도를 따서 지게에 담아 언덕 아래로 운반하거나 트럭에 와인을 올려놓기도 하고…. 옆집에 와인 셀러(wine cellar)가 있어서 와인 만드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고, 또 나만의 와인을 만들기도 했어요.”
EBS 독일어 강사로 시작, KBS 드라마 <딸부잣집>을 거쳐 연기자와 광고 모델로 활동하며 ‘이한우’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참씨(49). 2001년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동참(同參)하겠다는 뜻이 담긴 이참(성은 한국인 중 가장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에게서 빌려왔다)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그는 요즈음엔 국제컨설팅회사인 (주)참스마트의 대표이사를 맡아 벤처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수천종에 이르는 와인의 종류와 마시는 법, 테이블 에티켓 등을 꿰고 있어 월드와이드와인클럽과 서울와인아카데미 등에서 와인 강의를 하고 있다.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포도즙이 발효되려면 보통 3주 정도 걸리는데 발효가 끝나기 전의 와인에는 당분이 많이 남아 있어요. 포도주스에 약간의 알코올이 섞인 단계라고 할까요. 제 고향에서는 포도를 수확하면서 와인 전 단계의 이 음료를 많이 마셔요. 마치 한국사람들이 농번기 때 막걸리를 한 사발씩 들이켜며 일을 하는 것과 같아요. 보쌈처럼 삶은 돼지고기를 안주삼아 먹는데 맛이 아주 좋죠.”
와인 애호가인 그이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 와인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독일에 다녀올 때 몇병 들고 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고. 그는 평소 우리나라에 좋은 와인을 소개하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 그런 분위기가 무르익어 기쁘다고 한다.
“어느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아 갔어요. 저를 배려해서 주인이 1945년산 샤토 마고를 준비했는데 저도 처음 마셔보는 귀한 와인이었죠. 그런데 주인이 그 와인을 따르더니 그만 ‘원샷’을 하는 거예요.”
당시 무척 당황했다는 그는 와인이 아주 특별한 술은 아니지만, 다른 술과 달리 에티켓이나 매너를 알고 마셔야 하는 술이라고 한다. 한번에 마셔버리는 원샷의 술이 아니라 천천히 색깔과 향, 맛을 음미하며 대화를 나누면서 즐기는 술이 바로 와인이라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와인 붐이 일면서 와인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와인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은 보통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첫째 단계는 다양한 와인의 맛을 보고 다양성을 배우는 것. 유럽에서는 한 나라 안에서만 10∼50여곳의 와인 재배 지역이 있을 만큼 와인의 종류가 무수하다. 와인은 포도의 품종, 지역, 토질, 기후 등의 조건과 와인 메이커의 기술과 정성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같은 배추로 김치를 담가도 주부의 손맛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 이처럼 수천의 포도원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와인 입문의 첫째는 시음을 통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와인을 마셔보며 그 차이를 아는 일이라고 한다.
“둘째 단계는 와인 수집하기예요. 여러 와인들을 사서 자기만의 와인 셀러를 만들고 틈날 때마다 즐기는 것이죠. 와인 셀러라고 하면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고가의 와인 냉장고를 구비하지 않아도 김치냉장고나 난방이 안되는 벽장 안의 스티로폴 상자도 훌륭한 셀러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고가의 와인이 아니라면 어두운 곳, 햇빛이 없는 곳, 온도 차이가 심하지 않은 곳(1주일 동안 5℃ 이상 온도 차이가 나면 안된다) 등의 세 가지 조건만 갖추면 돼요.”
셋째 단계는 자신만의 와인을 만드는 것. 기존의 와인을 사서 만들거나 포도원액을 사서 발효를 시켜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이 단계를 더 넘어서면 유럽에 포도밭을 사서 포도나무를 재배하며 취미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와인을 만드는 첫 단계는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데서 시작되죠. 포도나무는 심고 나서 5년이 지나야 상업용으로 쓸 수 있는 포도가 열리기 시작하는데, 85년 동안 계속해서 포도를 수확할 수 있어요.”
보통 포도나무 한 그루에 50∼100 송이의 포도가 달리는데 포도밭에 포도송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대중적인 와인이 된다고 한다. 만일 한 나무에 한병의 와인만 생산되도록 한다면 작은 포도송이에 모든 영양이 집중되어 그만큼 고품질의 비싼 와인이 된다는 것.

‘와인 박사’귀화 독일인 이참씨 부부와 함께 떠나는 와인 여행

서빙을 할 때는 여자부터 따라주는데 와인을 받는 사람은 잔을 손으로 들지 말고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둔 채 잔의 받침 부분에 살짝 손을 대고 있으면 된다.


이참씨는 지난 82년 한국인 아내 이미주씨(44)와 결혼해 아들(19)과 딸(15)을 두고 21년째 잉꼬부부로 살고 있다. 매일 한두 잔씩 와인을 마시는 그는, 모임이나 가족끼리 외식을 할 때는 물론 갈증날 때마다 와인을 마시는 편이라고. 그런데 그의 아내는 술을 못 마셔 결혼 초기엔 반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겋게 됐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은 “두잔 정도는 마시며 분위기를 맞춘다”며 웃었다.
그는 모임의 분위기나 함께 먹는 식사에 따라 그날의 와인을 선택한다고. 그중에서도 고향인 독일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많이 마시는 편. 아내와 함께 베렌 아우스레제나 아이스와인과 같이 달콤한 와인을 애피타이저 또는 디저트로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초보자가 와인을 마시는 데 정해진 왕도는 없지만, 대체로 가벼운 맛의 와인을 서너 차례 반복해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와인의 특징을 익히게 돼요.”
와인을 맛있게 마시는 순서도 있다. 초보자는 레드와인보다 화이트와인부터, 또 맛이 짙고 무거운 와인보다 가벼운 와인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와인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의 경우 비싸면 비쌀수록 와인 맛이 특별할 줄 아는데 마셔보고 나면 대부분 실망을 합니다. 고급품인 보르도 와인의 경우 수확한 지 10년 이상 돼야 부드러워지거든요. 그전엔 탁해서 섬세한 맛이 덮어집니다. 고가의 와인일수록 온도와 먹는 시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죠.”
따라서 초보자는 저렴한 가격대의 단맛이 느껴지는 화이트와인에서 시작해서 레드와인으로 옮겨가라고 조언한다. 레드와인 역시 가볍고 경쾌한 라이트바디 와인에서 묵직한 풀바디 와인 순으로 마시면서 조금씩 단계를 올려가라는 것.
같은 와인끼리라면 드라이하고 차가운 와인부터 마시는 게 좋다고 한다. 식사를 시작할 때는 드라이하고 가벼운 와인으로 시작해서 식사가 끝난 후에는 도수가 높은 와인으로 마무리하는 게 순서라고 한다. 또 시작할 때는 차갑고 시원한 술부터 마시는 것이 입맛을 돋우는 데 더 좋다. 레드와인도 식전에 마시려면 약간 차갑게 해서 마시면 된다고.
선입견 없이 각국의 다양한 와인 맛보는 것이 좋아
‘와인 박사’귀화 독일인 이참씨 부부와 함께 떠나는 와인 여행

레드와인은 공기와 만나 향이 잘 섞인 후 마셔야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다.


“포도는 종류에 따라 기후와 토질이 맞아야 하는데, 특정한 포도는 특정 지역에서 재배되어야 와인 맛이 좋아져요. 포도나무에 잎이 나고 줄기가 뻗을 시기에는 적당한 강우량이 필요하지만 꽃이 필 때는 비가 오지 않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포도알이 굵어지면서 익어가는 시기에는 비가 오지 않아야 포도의 당도가 올라가서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어요.”
우리가 포도주를 마실 때 보르도산, 부르고뉴산 등의 산지를 중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포도는 익을수록 단맛은 증가하고 신맛은 감소한다. 수확기에 이르러서야 적당한 산도와 당도가 생기는데 해마다 이 시기의 기후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아주 좋은 기후 여건에서 수확된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과 그렇지 않은 해의 와인은 질과 가격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것.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하나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과 같아요. 와인을 묘사하는 말 중에 ‘Food wine’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용어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죠. ‘음식과 상호 조화를 이루면서 양쪽의 맛이 향상되는 와인’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반대로 ‘음식과 먹어야만 맛이 있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해요. 와인의 품질이 둘 중 어느 것에 해당되든지 와인은 음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와인 박사’귀화 독일인 이참씨 부부와 함께 떠나는 와인 여행

국제컨설팅회사인 (주)참스마트의 대표이사인 이참씨는 월드와이드클럽이라는 와인 전문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보통 생선요리에는 화이트와인을, 육류요리에는 레드와인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 이는 개인마다 맛에 대한 느낌과 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백년에 걸쳐 이루어진 일반적인 규칙이 있다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저가의 부담 없는 드라이 화이트와인에는 야채, 조개, 청어, 고등어, 소시지, 카레, 중화요리 등이 어울리고, 향이 강하면서 가벼워 자주 마시는 중급 정도의 화이트와인에는 데친 송어, 게, 샐러드, 닭고기, 생선회, 생선구이 등이 어울려요.”
포도의 품종향과 숙성향이 살아 있는 고급 화이트와인에는 굴, 대합조개, 바닷가재, 참새우, 훈제생선 등이 어울리며 저가의 부담 없는 레드와인은 가정에서 보통 먹는 식사용 음식에 무난하다고. 약간 무거운 레드와인은 철판구이, 로스구이, 등심구이, 주물럭, 삼겹살, 닭고기, 꿩고기 등에 어울리며 최상급 레드와인엔 바비큐, 맛이 짙은 치즈 등이 잘 맞는다고 한다.
“스페인 화가 달리는 와인을 마시는 것은 그냥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비밀을 발견해나가는 것이라고 했어요.”
음식도 우리가 늘 먹는 대로만 먹으면 다른 훌륭한 맛들을 놓치게 되듯이 와인도 선입견 없이 다양하게 음미하는 것이 지금까지 몰랐던 환상적인 맛과 향의 비밀들을 발견해갈 수 있는 정도라는 것. 그는 와인을 마시면서 나누는 대화, 각국의 문화적 향을 음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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