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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여성들이여, 떠나라

1박2일 가을 여행지 7

호젓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세요~

■ 정리·조득진 기자 ■ 사진·이경택 제공,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10.08 10:46:00

가을의 문턱, 학창시절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 밤새 수다를 떨던 기억이 새롭다.
다시 그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면 어떤 추억을 간직하며 돌아올까?
문화일보 레저전문 기자 이경택씨가 최근 펴낸 <2030 여성들만의 여행>에서 이 가을 훌쩍 떠나고 싶은 곳을 골라 소개한다.
1박2일 가을 여행지 7

오대산 단풍은 차분하면서도 은은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가을 사색여행오대산 전나무숲과 한국자생식물원
아름드리 전나무숲, 천연기념물 열목어가 서식할 정도로 맑고 깨끗한 계곡, 또 이와 어우러진 고색 창연한 사찰 건물. 가을에 오대산 월정사를 찾아가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이다. 특히 월정사 일주문에서 절까지 이어지는 1km 가까운 전나무 숲길이 여행길의 백미다. 길을 따라 온통 몇 아름씩 되는 전나무 거목들이 하늘을 가리고 도열해 있다.
전나무숲 한쪽 편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가벼운 시집 한권이라도 펼쳐든다면 금상첨화다. 바로 옆의 계곡에서는 졸졸졸 쉬지 않고 투명한 계류가 흘러내린다. 계곡 암반 위에 올라서면 누구라도 연초록 물이 든 계곡 물에 바지를 걷고 발을 담그게 된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어디선가 산새들 우짖는 소리도 청명하게 들려온다. 가을에 떠나는 사색 여행지로 월정사 숲길을 따를 만한 곳이 있을까.
전나무숲과 더불어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한 오대산의 활엽수림지대도 보고 싶다면 상원사까지 올라가보자.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8.8km. 가는 길가로 청정 계곡이 있다. 길은 비포장되어 있고, 승용차로 다녀올 수도 있지만 차로 휙 지나치기엔 아까운 길이다.
월정사가 이국적인 풍광으로 여행객을 사색으로 유도한다면 인근의 한국자생식물원은 우리 토종 꽃의 아름다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가을이면 외래종인 코스모스 대신 하얀 구절초가 가을의 전령사처럼 활짝 만개해 있다.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빠져 월정사 방향으로 간다. 월정사 진입로와 진고개 방향 주문진 가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에 한국자생식물원 입구 표지판이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비포장길이지만 잘 다져져 있어 승용차로도 올라갈 수 있다.
1박2일 가을 여행지 7

낙화암 절벽 위에 세워진 백화정.


백제로의 느낌 여행부여 구드래 나루터
“경주는 눈으로 보고 즐기는 곳이요, 부여는 가슴으로 느끼는 곳이다.”
부여에 애정을 지니고 여러 차례 다녀온 사람들이 경주와 비교하며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부여의 첫인상은 다소 실망스럽다. 나지막한 건물들이 늘어선 길가, 지방 소도시 읍내거리 정도 수준이다. 고도(古都)다운 면모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곧바로 발길을 돌릴 필요는 없다. 부여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먼저 조급한 심정부터 추슬러야 한다.
부소산 매표소 뒤편으로 놓인 길은 낙화암과 고란사로 이어진다. 수면으로부터 약 40m 높이의 낙화암 절벽 위에는 1929년에 지은 백화정이 서 있다. 백화정에 서면 푸른 강물과 흰 모래톳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그 너머로는 구룡평야를 적시며 유유히 흘러가는 백마강 물줄기가 아스라하게 이어진다.
흔히 부여 8경이라고 하면 백제탑의 저녁노을, 봄날의 백마강 아지랑이, 고란사의 풍경소리, 부소산에 내리는 이슬비, 낙화암의 소쩍새, 백마강 달빛, 구룡평야의 기러기떼, 규암나루의 돛단배를 말한다. 그중 백제탑을 제외하곤 모두 부소산 일대와 백마강에서 접할 수 있는 풍경들이다. 해질녘의 구드래 나루터. 나루터에서 유람선에 몸을 싣고 내려가다 보면 부소산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부여는 밤에 더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부여의 한낮은 패전국의 수도이지만, 밤은 다르다. 소박하면서도 섬세한 옛 백제인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천안IC에서 빠져 소정리∼백제휴게소∼23번 국도∼차령휴게소∼정안∼공주대교∼공주교대∼우금치∼탄천∼부여∼부소산성 주차장까지 간다.

1박2일 가을 여행지 7

담양은 국내 최대의 대나무 군락지로 일년 내내 푸른빛을 볼 수 있다.


늘 푸른 대숲 사이 그윽하게 떠도는 죽향(竹香)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

우리나라에서 대나무가 가장 많은 곳 담양. 마을 고샅길이나 뒤편 산자락 어디든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들이 바람결에 서로 몸을 비비며 ‘사악사악’ 나지막하게 자연의 음률을 들려준다. 담양의 대나무 숲은 1,013ha로 전국토 대나무 숲의 18%를 차지한다.
담양군 금성면 봉서리의 대나무골 테마공원(www.bamboo park.co.kr)은 담양의 상징인 대나무숲으로 조성된 국내 유일의 쉼터다. 3만여평에 이르는 고지산 산자락을 따라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선 가운데 대나무숲이 1만여평에 걸쳐 펼쳐져 있다. 대나무 숲속에 들면 은은한 죽향이 맑고 청신한 기운으로 온몸을 감싼다. 대밭 밑동에는 대나무 이슬을 먹고 자란 야생차밭이 연초록 융단처럼 깔려 있다.
공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울창한 대나무 숲길 사이로 조성된 600m에 이르는 죽림욕 산책로. 맹종죽과 왕죽, 분죽, 조릿대(산죽)가 빽빽한 사이로 청량한 대숲 바람을 맞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공원에는 대밭 외에 산자락을 따라 소나무 군락지도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도 역시 500m의 산책로가 있어 송림욕을 즐길 수 있다.
한편 담양읍에서 대나무골 테마공원이 있는 금성면 일대에 이르는 도로는 대숲과는 또 다른 멋과 운치를 보여준다. 하늘 높이 웃자란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이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주며 여행객을 반긴다. 키 25m, 지름 50∼80cm의 나무들이 울창한 터널을 이루고 있는 이 길은 얼마전 산림청으로부터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백양사IC에서 빠져나와 15번 국도를 타고 담양읍까지 간다. 담양읍에서 순창 방향 24번 국도를 타고 직진, 금성면 소재지를 거쳐 석현교를 건너면 바로 우회전, 농로를 지나 와룡교를 건너 왼쪽 길로 올라가면 대나무골 테마공원 입구가 나온다.
1박2일 가을 여행지 7

수십겹으로 포개진 단풍 숲길을 들어가면 마치 섬처럼 장곡사가 나타난다.


단풍빛 산사청양 장곡사


칠갑산 장곡사는 단풍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쪽배다. 소슬한 바람에 딸랑대는 풍경소리는 운치 있는 뱃고동 소리다. 장곡사 찾는 길은 그래서 단풍의 파도를 거슬러오르는 길이다.
먼저 까치내를 지난다. 까치내는 금강 최상류 계곡이다. 지천구곡이라는 말이 있다. 칠갑산에서 발원한 물이 장곡사를 돌아 나와 작천, 지천, 금강천의 순서로 흘러내려오며 아홉 굽이의 협곡을 이루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까치내라 불리는 작천과 지천의 물줄기는 층층 기암절벽을 끼고 돌며 맑고 투명한 계류가 흘러 여행객들의 발길이 많이 머무는 곳이다.
그 까치내도 이맘때면 화려한 가을빛으로 치장한다. 까치내 계곡 백사장으로 내려서면 몸의 수액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 마지막 치장중인 단풍과 그나마도 지쳐 바삭바삭 마른 낙엽이 도처에 떨어져 있다.
장곡사 오르는 길도 마찬가지다. 단풍나무마다 펄펄 낙엽을 흘리고 있다. 그림엽서 같다. 그 알록달록한 포스트카드들을 한장씩 주워가며 소로를 오르다 보면 천년고찰 장곡사가 눈에 들어온다. 장곡사는 신라후기 문성왕 12년(859년) 보조국사에 의해 창건됐다고 알려진 고찰. 국보 제58호인 철조약사여래불좌상부석조연화대좌 등 수많은 국보급 보물이 경내 곳곳에 있다. 이 절의 특징은 대웅전이 상하로 2개 있다는 점. 대웅전 현판을 보고 뒷길로 20m쯤 오르면 응진전이 나오고 대웅전이 또 하나 보인다. 상하 두 대웅전 사이 비탈에는 거대한 느티나무와 감나무의 잎사귀들이 저녁 노을에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찾아가는 길]
천안∼논산간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예전에 비해 한결 편리해졌다. 북공주 정안IC에서 빠져 청양∼예산 방면으로 새로 뚫린 국도를 이용한다. 또 서해안고속도로를 탈 경우엔 광천IC에서 나오면 된다. 장곡사는 청양읍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공주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광대교에서 우회전해 광대리 방향으로 들어간다.

1박2일 가을 여행지 7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사색을 즐기기에 좋은 산책코스다.


홍차빛 노을이 가득한 바다태안 안면도
어스름의 가을 바다, 그 바다 위로 가랑잎 같은 저녁놀이 떨어진다. 충남 태안의 안면도 여행은 아름다운 일몰 감상으로 시작한다. 오후 5시쯤의 꽃지해수욕장엔 할미·할아비바위 사이로 해가 떨어진다.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를 치르며 해변 일부가 시멘트 주차장으로 변했지만 그 너머 낙조의 장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포구의 풍경은 어떤가. 동해바다 포장 난전 어시장의 흥청거림은 없다. 대신, 깜박거리는 횟집 백열등 아래에서는 도란도란 정겨운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백사장 포구의 밤. 대하가 한창인 이즈음의 가을밤은 철판 위 굵은 소금 위에서 빨갛게 살을 익히는 왕새우와 함께 무르익어간다. 술잔이 오가며 추억이 새록새록 쌓인다.
안면도의 아침은 노송과 해변의 푸른 빛깔로 시작한다. 바다를 뒤로하고 찾아간 승언리 일대의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나무 타는 냄새가 코끝으로 밀려든다. 숲속에 들면 산도 하늘도 몽땅 푸른빛이다. 수십길은 족히 넘을 듯한 노송군락이 빽빽이 이어지는 초입. 바다의 천연 에어필터, 해송군락을 넘어온 바람이 숲속에 안개처럼 풀어지고 있다.
안면도의 가을바다는 풍성한 가을걷이로도 여행객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검게 그을린 어부들이 포구에 풀어놓은 수확물은 그들의 얼굴보다 더 시커먼 ‘박하지’다. 박하지는 돌게의 충청도 방언. 꽃게와 달리 바닷속 돌 밑에 박혀 산다고 박하지란 이름이 붙었는데, 꽃게보다 훨씬 작지만 단단한 껍데기에 집게발이 유난히 크고 쫄깃쫄깃한 속살 맛은 꽃게 못지않다.
[찾아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홍성IC에서 빠져 첫번째, 두번째 신호등에서 잇달아 좌회전한 뒤 천수만 방조제를 지나 안면도 방향으로 곧바로 직진하면 된다. 간월도와 남당리 포구를 잇는 천수만 방조제는 바다와 호수 사이에 놓인 도로로 한나절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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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사 담장 곁 은행나무 앞에 서면 그대로 그림이 된다.


오매! 가을 산이 불타네순창 강천산




오색빛 가을 마지막 잔광이 찬란히 부서져내리는 곳, 전북 순창의 강천산. 늦가을 싸늘한 바람에 떨어져내리는 단풍과 은행이 하루가 다르게 길 위에 수북이 쌓여 푹신한 카펫을 만들어주고, 산사의 토담 옆 감나무에서는 주홍빛 감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툭툭 떨어져 터진다.
전남 담양군과 전북 순창군의 경계에 봉긋하게 솟은 강천산은 해발 588m의 높지 않은 산으로, 산자락을 따라 단풍나무가 빼곡하고, 곳곳에 기암괴석과 암벽, 그리고 청정수가 쏟아져내리는 계곡이 이어져 호남의 금강산으로도 불린다. 이처럼 수려한 경관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인근 정읍의 내장산이나 장성 백양사의 명성에 가려, 단풍 계절에도 인파가 크게 붐비지 않는 등 비교적 호젓한 분위기에서 가을 정취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울긋불긋 단풍터널을 이루는 산행로를 따라 강천사와 5층석탑, 삼인대, 금성산성 등 유서 깊은 문화유적이 이어져,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단풍숲을 헤치며 나아가는 강천산 산행길은 강천사 군립공원 매표소에서 정상부까지 6㎞ 구간에 걸쳐 이어진다.
신라 진성여왕 1년(887) 도선국사가 창건한 강천사는 비록 지금은 작은 암자모양을 하고 있지만 신라, 고려시대에는 1천여명의 승려가 머물렀던 대가람으로 전해온다.
강천사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보통 현수교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강천사와 삼인대 사이를 지나 홍화정 옆길을 거쳐 구름다리와 전망대로 오르는 길이다. 50m 높이에 길이 75m, 흔히 구름다리로 불리는 현수교 위에 서 밭밑으로 시선을 던지면 진홍빛 단풍숲 사이로 흐르는 시퍼런 계곡물이 까마득히 내려다보인다.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정읍IC에서 빠져 담양방면 29번 국도를 탄 뒤 내장사 입구를 지나 부전동 삼거리에서 개운치 방면으로 좌회전, 치재를 거쳐 용치리 삼거리까지 간 뒤 또 한번 좌회전하여 892번과 793번 지방도를 타고 순창읍 방향으로 직진하면 읍내 바로 못미처 강천산 군립공원 표지판이 보인다.

1박2일 가을 여행지 7

갈대밭이 유명한 강원 정선군 남면 무릉리 민둥산에는 최근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은빛 억새의 나라정선 민둥산


가을의 민둥산은 억새산이다. 민둥산이라는 이름 그대로 황량했던 능선은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광활한 은빛 억새의 초원으로 변신한다. 그래서 이맘때면 주말마다 억새를 보기 위해 모여든 등산객들이 줄지어 산을 오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민둥산 등반은 증산 능전마을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능전마을에서 등산로상의 7부 능선에 자리잡은 발구덕마을까지는 차가 갈 수 있다. 그러나 걸어도 좋다. 발구덕마을 이르는 길 곳곳에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하얀 구절초가 등산객을 반기고, 산자락을 따라 우거진 각종 단풍나무와 낙엽송 길도 운치가 있다. 능정마을에서 발구덕마을까지는 도보로 약 40분 걸린다. 발구덕마을에서 계곡 하나 없이 급경사 소로로 이어지지만 암벽 구간이 없고 흙길이기 때문에 초보자도 무난히 오를 수 있다. 마을에서 산 정상까지는 30여분.
정상이 가까워지면 불어오는 바람도 차고 거칠어진다. 억새를 바짝 눕힌 바람이 얼굴의 땀방울도 후둑후둑 날려버린다. 정상에 서면 멀리 함백산, 태백산, 노추산, 가리왕산이 포효하는 말잔등처럼 굽이굽이 이어진다. 민둥산 억새는 키가 거의 한길이 넘는데다 매우 빽빽하게 나 있어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하산길은 다시 억새능선을 타고 내려와 발구덕마을을 경유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총 산행시간은 2시간30분∼3시간30분.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제천IC에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과 영월, 신동, 문곡을 거처 증산으로 간다. 증산에서 421번 지방도로 좌회전하면 능전마을에 닿는다. 영동고속도로를 탔을 때는 진부IC에서 나와 33번 국도를 타고 정선읍과 문곡을 거쳐 증산까지 간다. 한편 매월 끝자리가 2, 7일인 장 서는 날에 서울 청량리역에서 오전 8시10분 열차가 출발한다. 당일 코스로 이용요금은 약 2만5천원(1544-7788).

여성동아 2003년 10월 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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